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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멀리해야 하는 아이

중이염, 이 못된 녀석 같으니!

by 환오 Mar 15. 2025

기특이는 생후 1년까지 두 번의 큰 수술을 나름 건강하게 잘 마치고 케어 단계에 들어갔다.

두 번째 구개열 수술 때는 이비인후과에서 귀에 중이염 시술까지 일타쌍피로 한 번에 두 개의 수술을 잘 마쳤다. 그 이후로 중이염 시술은 4살, 5살 때 이어서 받았으니 총 3번이나  받은셈이다.     


중이염.

나는 비리비리 똥 싸는 몸이라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인데 신기하게 중이염을 앓아본 적은 없다.

(그래, 한 군데라도 건강한 데가 있어야지.)     

그래서 기특이가 중이염을 조심해야 한다, 선천적으로 중이염을 앓기 쉬운 구조라는 이야기를 병원에서 들었을 때 중이염이 어느 정도로 아픈지 감이 안 와서 마냥 두렵기만 했다.

     

왜 구개열 환자는 삼출성 중이염에 잘 걸리나요?
선천성 구개열 환자는 거의 삼출성 중이염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로는 연구개 근육의 비정상적인 기능으로 인한 이관의 기능적인 폐쇄에 의한 것이며 그다음으로는 구개의 부분 손실로 해부학적으로 개통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삼출성 중이염이 있는데도 치료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여러 가지 합병증(진주종, 감각신경성 난청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기전에 의해서든지 구개열 환아에서 중이 질환의 조기 치료가 중요하며, 이는 정상 청력을 유지하고 정상적인 이관의 기능을 갖출 때까지 고막 상태를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엄기일 교수(현 충북대학교 성형외과에서 진료)  





아기 때부터 중이염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머리 감는 것도 세상 신경 쓰여서 혹시나 귀에 물이 들어가지나 않을까 애를 항상 껴안고 뒤로 눕혀서 머리를 감겼다.

(그때 바닥에 쭈그려 앉는 자세를 많이 해서 디스크가 악화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기특이를 낳기 전에 하고 싶은 게 꼭 있었다면 목에 넥튜브를 끼우고 목욕탕에서 물놀이를 시키는 거였다.

 

요런 거 꼭 하고 싶었다(출처:G마켓)요런 거 꼭 하고 싶었다(출처:G마켓)

나는 성인이 되고 뒤늦게 수영을 배운 터라 어릴 때부터 물과 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요즘은 초등학교 3학년만 되어도 학교에서 생존수영을 가르친다.)

하지만 당시에는 귀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되니 유아 넥튜브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실제로 구개열 수술이 끝나고 기특이는 감기가 걸리면 이내 중이염도 같이 발생이 되어 귀에는 자주 물과 고름이 차 있었다.

언젠가는 평소와 달리 밤새 아파하기에 그다음 날 베개를 봤더니 뭔가 고름이 흐른 자국이 있었다. 병원에 달려가니 아이 고막이 터졌다고 했다. 다시 자연적으로 재생된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 왼쪽 고막이 없는 상태라 고막재생수술도 앞두고 있다. (고학년이 되면 국소마취로 수술을 하자는 주치의의 말을 듣고 아직 대기상태이다.)     




한 번은 감기 때문에 동네 소아청소년과에서 기특이 진료를 보러 갔다가 선생님이 왼쪽 귓속을 보시더니 아이 귀가 왜 그래요? 대뜸 물어보신다. (아마 고막이 없어 걱정되심을 저리 표현하신 듯)

순간 당황하여 따로 대학병원에서 정기진료를 보고 있다고 하니 이내 안심하신다.     


이럴 때 나는 아이를 잘 못 보는 죄인이 된듯하다.

이제 많이 내려놨다고 생각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기특이한테 또 미안한 마음이 생겨 버린다.     


미안해하지 말자.

누구 잘못도 아니다.

신이 있다면 기특이에게 입술을 붙여주지 않고 입천장이 열리게 한 데는 아마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이 모든 것은 의술의 발달로 충분히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지 않나.     

그러면 된 거지.


내 아이는 아픈 아이가 아니다.

사실 아프다고 표현하는 게 맞지 않다.

환우 카페에서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태어나서도 이런저런 사고로 얼굴에 상처 또는 장애가 생길 수도 있는데 우리 아이는 뱃속에서 교통사고가 났었다고.


그냥 단순히 사고였다고 말이다.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아니라고...    




기특이는 지금 일주일에 한 번 수영장에 다닌다. 작년 7월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딱 한번 중이염이 왔었고 그 이후로 문제없이 수영을 배우고 있다. 아이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의료진이 물을 가까이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 핸디캡을 극복하고 있는 기특이한테 감동 중이다.          

어릴 때 사진을 찾아보니 그 와중에 아이를 데리고 조심조심 물놀이장에 몇 번 갔던 추억이 있다.

그래, 역시 가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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