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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될까요?

진정 위대한 것들에는 자격이 필요 없습니다.

by 환오 Apr 02. 2025


월요일 오전 11시부터 1시까지는 새롭게 편성된 조 구성원과 함께 한 달 동안 <엄마의 유산> 공저 팀 코칭 시간이 있었다.

나는 어쩌다 보니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남겨주기로 주제를 잡았다.     


잠깐만. 리더?

그래, <키루스의 교육>을 읽고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리더의 자격에 대해서는 알게 되었지.

이 시대에는 키루스 같은 리더를 찾기 힘들다는 것도.

겉보기에만 으리으리한 ‘척’ 하는 리더들 말고, 자기 존재만으로 주변 사람들을 변하게 하는 힘을 가진 ‘진짜’ 리더 말이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내 안의 ‘리더’로서 자격을 갖춘 사람이던가?

갑자기 수줍게 나온 내면의 목소리.

“저... 작가님.. 제가 이런 리더가 아닌데 글을 쓸 자격이 있을까요?”   
  

왠지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을 한 거 같았지만 이미 내 혀밖으로 나온 뒤였다.

담담하게 그녀가 말했다.

이런 질문을 정말 수십 번 받았다고 말이다.



“최종 평가는 내가 죽고 나서 나올 겁니다. 그래서 지금 자격을 원하는 거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네, 의미 없는 것에는 시간을 쓰지 않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리더다운 삶을 사셔야 됩니다.”     


주제를 잡고 독자들을 떠올리면서 글을 써야 하는데 리더의 자격이 없다고 망설이는 내 마음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제 두 달이 넘은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면서 분명 이전과는 다른 매일을 살고 있다.

그럼 이전에 나는 허투루 인생을 막사는 사람이었을까?     


아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봐도 한 번도 한량처럼 인생을 낭비하면 산 적은 없었다.

4년 전 남편의 대기업 퇴사 이후,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눈물 나게 노력했다.

그런 도전들을 했기에 지금은 인콘을 통해 꾸준히 낙찰에 성공하고 부수입도 창출하고 있다.

짠내 나는 내 노력들을 엮은 <전업주부의 무수입 탈출기>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산지도 모르겠다.     




2025년 1월 18일은 내 생일 이후에 두 번째로 다시 태어난 날이다.

운명처럼 지담, 근아, 제노아 작가들 외 여러 작가들이  <엄마의 유산> 북토크로 모인 그날.


분명 그날 이후 나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화장품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 비포 vs 애프터처럼 말이다.

하루아침에 키루스처럼 위대한 현자의 모습으로 탈바꿈될 수는 없겠지만 두 달이 넘게 나는 글쓰기에만 온 신경을 쏟아붓고, 실제로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올리던 글을 브런치에 매일 올리고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담아 며칠 전부터는 하루 40분씩 걷기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잊고 있었다. 나 자신에 대해서.

나는 한번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끈질기게 하는 근성이, 나도 모르게 나오는 사람이었다.

지담 작가가 나에게 ‘깡’이 있다고 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소리를 살면서 여러 번 들었었다.     


첫 수능에서 꿈과 상관없이 아빠의 권유로 간호대학에 입학했지만, 한 학기만에 자퇴한 나.

10대 시절부터 꿈꿔온 방송국 PD라는 꿈과 거리가 멀었기에, 간호사라는 안정된 전문직을 과감하게 손에서 놓아버렸다.

그리고 두 달 만에 재수를 하고 입학한 국문학과.

하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지방국립대를 가야 했기에, 편입이라는 바늘구멍 시험에 다시 한번 도전하게 되었다.

인서울로 무조건 가야 한다는 내 의지는 기어이 2년 만에 서울에 있는 공대 합격증을 나에게 선물했다.

(편입이 얼마나 어려운지 해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주변에 누가 편입한다 그러면 저는 재수, 삼수를 권합니다.)     


20대에 무려 세 개의 전공을(마지막 최종 대학교에서는 내 욕심을 채워 방송영상학과까지 부전공으로 이수하느라 동기들보다 한 학기 늦게 졸업했다) 다닌 나는 한 번도 무언가를 손쉽게 얻어본 기억이 없었다.

     

항상 노력했고, 항상 어려웠고, 달콤한 열매는 항상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합격’이란 만큼 나를 날카롭게 베고 아프게 하는 단어는 없었다.

 

무언가를 이미 입증한 사람이 리더에 대해 쓴다면 너무 뻔한 스토리겠지.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나 같은 평범한 아줌마가 키루스의 교육을 읽고 리더에 대해 쓰겠다고 덤비는 것부터 이미 위대한 도전 아닐까?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나를 너무 저평가 하지도 말자.

리더십에 대해 글을 쓰기 이전에도 나는 충분히 열심히 살았었다.

육아를 위해 직장을 관둔 뒤로도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내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꿈을 이제는 글을 통해서 실현시키고 싶은 사람이다.     

리더로서 내 남은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런 ‘자격’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쓰고, 실천하면 그걸로 된 것이다.

내 글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만 한다면 그것이 증명이다.     


우리는 글 속에 담은 나를 증명해야만 한다.

그래야 나도 변하고 세상도 변할 수 있을 테니까.

지담 작가의 말처럼 내가 변하지 않으면 내 글도 변하지 않는다.

글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도록 살아내야만 한다.     


지금부터는 미래의 평가를 당겨서 미리 걱정하지 말아야겠다.

그 의미 없는 걱정에 아까운 내 시간을 도둑맞지 않도록 오늘도 그저 묵묵히 써보련다.     







[환오 연재]


월요일 오전 7: [주부지만 요리를 못하는 요똥입니다]

화요일 오전 7: [! 나랑 친구 해줄래?]

수요일 오전 7: [환오의 도전, 엄마의 유산 2]

목요일 오전 7: [공대생이지만 경리만 10년 했습니다]

금요일 오전 7: [거북이 탈출기 두번째 이야기]

토요일 오전 7: [구순구개열 아이를 낳았습니다]

일요일 오전 7시 : [환오의 도전, 엄마의 유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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