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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기다려온 치조골 수술아, 이젠 안녕!

무사히 수술을 마쳤습니다.

by 환오

구순구개열 아이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인생에 여러 번 수술들이 결정돼서 나온다.

태어나서 100일 전후(기특이는 79일) 구순열 수술

돌 때 구개열 수술

7살 때 2차 구순열 수술

10~11살 치조골 이식수술

이후에 개인의 발육상태에 따라 양악수술 필요할 수도.

기특이는 이제 11살. 이번에 한 치조골 수술까지 4번의 수술을 끝마쳤다.

중간중간에 중이염 시술까지 포함하면 수술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6번째이다.


사실 수술을 앞두고 열흘 전 찾아온 감기 때문에 나는 입원하고 나서도 초조함을 내려놓지 못했다.

입원 당일 오후에 회진 오신 교수님 왈.


가래 기침 없죠? 요즘 애들 감기 때문에 취소가 많이 돼서요.




그 말을 듣고 네! 없어요 미소를 띤 채 대답했지만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직 옅게 남은 가래가 내 마음을 쥐었다 폈다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게 했다.

그리고 수요일 오후 1시 예정된 수술시간이 다가왔다.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수술장으로 이동하는데 씩씩하던 기특이가 그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수술장에 도착해서도 30분은 울음이 멈추지 않는 아이.

금세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귀까지 빨개진다.

간호사 선생님이 이러면 열이 올라서 수술 못 할 수도 있다 하신다.

기특이 보다 이제는 내가 울고 싶다.

그래도 어르고 달래 어찌어찌 울음을 멈추고 같이 수술방으로 이동한다.

(이 미로같이 긴 통로를 선생님들은 어떻게 다 외우시는 거지?)


수술방으로 이동하고 아이는 침대에 옮겨졌다.

간호사 선생님들만 얼핏 대여섯 분은 계신다.

마취과 교수님도 보인다.

아이의 혈관을 타고 마취약이 들어간다.

잠시 뒤 아이의 눈이 감긴다.

아.... 이제 끝.


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밖으로 안내해 주신다.

이제 2시간이 넘는 수술이 끝나면 문자가 오고 아이를 만나러 가면 된다.

그동안 기특이의 수술이 예정대로 진행됐음에 새삼 감사해야 했구나를 느꼈다.

아이들의 컨디션이 언제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는데 수술은 보통 몇 달 전 아니 몇 년 전부터 예정될 때가 많다.

10년 동안 한 수술 중에 이번이 가장 애간장이 탔다.

힘들게 잡힌 수술일정이 눈앞에서 취소될까 봐, 만약 취소되면 또 다시 기특이를 둘러싼 스케줄을 조정할 생각에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었다.


그리고 이전 수술과 다르게 하루가 늘어 3박 4일을 병원에서 보내니,

멀쩡히 걸어 들어갔던 내가 나올 때는 반환자가 돼서 나올 수 있었다.

이보다 길게 더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얼마나 힘이 들지..

병원에 있다 보면 평소 잊고 있었던 건강함과 일상의 무탈함에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다.



수술이 끝나고 나면 아이 케어 문제는 수술만큼 중요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난이도가 달랐다.

3주는 죽만 먹으란다.

3주? 3주?????

어른도 하루 이틀 죽 먹으면 물리는데..

3주 동안 죽으로 식사를 대체해야 하고, 5주 동안은 아이가 좋아하는 치킨을 못 먹는다.

딱딱하고 긁히는 크리스피 한 것들은 죄다 못 먹는다.

간호사 선생님은 치조골 수술 후 5가지 과정을 강조하셨다.

음식-물-가글-양치질-워터픽

이 5가지가 철저하게 원칙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재수술하는 경우가 있기에 치과 원장님과 성형외과 교수님 모두 이건 양보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단다.

관리가 안되면 희박하기는 하지만 재수술하는 경우가 있다니..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골반을 절개했기에 아이는 수술 첫날 누워만 있었고 둘째 날 점심에 첫 끼니로 미음을 먹고 휠체어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쯤 병실 한 바퀴를 돌았다.

간호사 선생님은 퇴원할 때까지 못 걷는 아이들이 많다고 했는데 기특이는 이틀째 걸었다.

이게 뭐라고 기특이가 또 너무 기특하다.


아이 아빠가 병원에 도착하고 퇴원 수납을 위해 1층으로 내려갔는데 생각보다 대기가 길었다.

금방 올라간다고 했는데 짐도 다 싸놨고 괜찮겠지 싶었지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간호사 선생님이다!

“지금 기특이한테 약 주려고 갔더니 어머니 안 오시니까 울먹거리고 있어요
제가 같이 있어줄게요!”


에고. 내가 또 아이를 어른으로 대했다.

후다닥 결제를 마치고 병실에 돌아오니 그 큰 눈망울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거 같은 기특이가 나를 보고 안아달란다.


이제 병원은 면회도 안되고 보호자 한 명만 병실에 머무를 수 있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병원문화이다.

나를 대체할 아빠가 병실에 올 수 없으니 불편하지만 정해진 룰은 지킬 수밖에.


기특아, 그래도 3박 4일 병원에서 우리 나름 잘 버텼어. 그렇지?

수술도 잘 됐고, 이제 5주만 참으면 엄마가 너 좋아하는 치킨 사줄 테니까 딱 5주 동안만 고생 더하자!

아자아자 파이팅!!!!!!





[환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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