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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국내파 직원이 스피킹 잘하는 비결은?

그녀의 영어실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 비결.

by 환오

회사 생활 10년 동안 두 명의 여인네들과 함께 일을 했었다.

두 번째 그녀는 첫 번째 짝꿍이 나가고 새로 들어온 신입직원.

그러니까 우리 회사가 대학교 졸업하고 첫 회사였던 거다.

이전에 함께 일했던 그녀도 스마트했지만 새로 들어온 신입도 만만치 않았다.(편의상 J라고 하겠다.)


신촌 근처에 있던 여대를 나온 J는 전교 1등만 하던 모범생 출신이었다.

수능이 미끄러져 성적에 맞춰 우리나라 최고의 여대를 갔다는 J는 학교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렇게 똑똑한 그녀에게 학벌 콤플렉스라니.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었다.

그런 J에게 ‘너는 충분히 어깨 펴고 잘난 척 좀 해도 된다’며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나는 그녀와 단 둘이 회사에서 여직원이었기에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보다 7살은 어렸지만 일처리 깔끔하고 스마트하고 요즘 시대로 치면

당시 MZ세대의 정석을 보여주는 그녀였다.

퇴근하는데 당연히 눈치 따위는 없었으며(나 역시 6시 땡 하면 회사를 나왔다. 나부터가 정시퇴근 문화를 만들었기에 우리는 항상 같이 퇴근길에 나섰다.)

나를 언니처럼 잘 따라주어 회사에서의 합은 최고였다.

그런 J에게 제일 부러운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영어실력이었다.

우리 회사는 주로 해외거래처들과 영어로 소통해야 했기에 나를 제외하고는(심지어 나 역시 영어 전화업무를 받아야 해서 영어 스트레스가 심했다.) 직원들 대부분은 프리토킹이 가능했다.

해외파도 아닌 국내파인 그녀의 영어실력은 뻥을 아주 살짝 보태면 스피킹 속도가 CNN뉴스급이었다.

“아니, J주임 어쩜 그렇게 영어를 잘해? 내가 본 한국 사람들 중에 자기가 넘버원이야 진짜.”

이렇게 칭찬을 해주면 해맑게 까르르 아니라고 웃어넘기던 그녀의 웃음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왜 그렇게 영어를 잘하는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하루라도 손에서 영어를 놓지 않았다.

너무 당연하다고?

그런데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우리 한국사람은 모국어가 한국어다.

영어를 어느 정도 마스터했다고 끝이 아니라 매일같이 그녀는 영어를 가까이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쓸 때도 지하철역을 영어로 다 바꿔놓은 버전을 이용했으며 S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회사 복지차원에서 영어전화수업을 듣는데 친구가 안 쓴다며 대신 그 수업을 받아서 하기도 했다.

“오늘 통화한 사람은 샌프란시스코 사는 할아버진데 말 엄청 느리게 하는데 재미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아, 저러니까 잘할 수밖에 없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대학교 시절 교환학생으로 해외 나가서 사귄 친구들과도 가끔 영어로 통화하는 J를 회사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J에게 영어는 24시간 같이 따라다니는 친구였다.

(그런 그녀랑 같이 영어공부나 할걸. 지나고 보니 우린 놀기만 했,,,)

내가 맨날 똑순이라 부르던 그녀 역시 2년 가까이 일하고 회사를 퇴사했다.

이런 작은 회사에 그녀를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는 J를 격하게 응원했기에 찌질하게 울면서 보내주진 않았다.

그리고 때가 되면 그녀는 능력에 맞춰 몸값을 올리면서 이직을 잘도 해냈다.

중간에 내가 회사를 퇴사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그녀의 직장 근처에서 점심 식사도 했다.

그녀 역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지금도 열심히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결혼하고 미국 회계사 자격증도 땄다는 소리에 나는 내 새끼(?)가 그리 된마냥 축하해주었다.


지나고 보니 나는 꽤 인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특히 10년을 버티면서 내 인생에 두 사람은 마른 내 일상에 단비 같은 존재, 선물 같은 사람들이었다.

빡빡한 일처리도, 쓰디쓴 가슴도, 우울했던 일상도 가끔은 웃을 수 있었던..

그녀들과 함께 했던 그 시절 나도 지금보단 젊었고 푸르렀구나.

가끔 옛날 사진을 찾아보면 그때의 내가 웃고 있어서 그 친구들한테 참 고맙다.

회사에서 인연은 이직하면 끝이라지만 우리는 특이(?)하게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J에게도 연락을 해봐야겠다.

여전히 밝고 또랑또랑한 하이톤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보고 싶다 J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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