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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한 내 인생,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

by 환오

경제 유튜브에서 어느 전문가가 한 말이 뒤통수를 냅다 후려쳤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빈곤층의 정의가 달라져야 한단다.

매달 벌어 매달 쓰는 사람들이 빈곤층이라고 한다.

그 얘기를 듣자 매달 마이너스가 나는 우리 집 경제 상황은 빈곤층보다 더 하층인 건가 속으로 쓴웃음이 나왔다.


가깝게 사시는 친정엄마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우리 집안 사정을 걱정하신다.

남편의 퇴사 후 벌써 4년.

지금은 지게차 기사로 취직해서 돈을 벌고 있지만,

그걸로 한 달 생활비가 모자란다는 건 엄마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주일에 한 번 애들을 봐주러 오시는 엄마는 내가 요즘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 생활이 걱정된다고 했다.

몸도 약한데 아플까 봐 걱정.

애들 안 챙겨줄까 봐 걱정.

엄마의 걱정은 일상생활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 걱정은 공기처럼 무색무취로 내 몸 안에 침투해 버린다.


그런 엄마한테 모질게 얘기해버리고 말았다.

매달 나한테 100만 원씩 줄 수 있는 거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엄마도 남은 인생을 이제 엄마를 위해서 살라고.

나는 내 인생을 잘 살 테니 내 걱정은 하지 말라고.

엄마한테 가장 약한 부분인 경제력을 건드렸다.

평생 몸 바쳐 헌신했는데 못된 딸년은 돈 줄 능력이 없으면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근데 어쩔 수 없었다. 엄마의 걱정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그거 하나였으니까.


엄마가 볼 때 내가 지금 무슨 자격증을 따겠다고 파고드는 것도 아니고 당장 돈도 되지 않는 일에 시간 쓰지 말고 그 시간에 애들한테 더 신경 쓰고 내 몸이나 돌보면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나도 엄마 딸로 살아온 세월이 44년인데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무슨 말씀을 하실지 왜 모르겠는가.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엄마같이 늙기가 싫었다.

엄마처럼 자식만 보고 살고 싶지가 않았다.


새벽 4시 반, 알람소리에 아이들이 깨지 않게 까치발로 조용히 방을 나온다.

해가 뜨기 전에 맞는 새벽의 고요함이 이젠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이른 새벽에 타닥타닥 타자로 내 마음을, 내 생각을 글자로 표현한다.

사실 이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이렇게 글을 쓴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렇게 쓴 글이 부업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재수 없으면 요즘은 100세가 아니라 120세 까지도 산다고 하지 않나.

아직도 80년 가까이 남은 그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

그러니 지금 새롭게 시작한 이 시간들이 결코 늦은 것도 아닌 거라 스스로 믿어본다.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을 담아 편지를 썼다.

첫 아이가 구순구개열로 태어났을 때,

직장이라도 나가라며 내 등을 떠민 엄마 덕분에 워킹맘으로 2년을 더 버틸 수 있었다.

엄마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가시처럼 날카로운 말들이 입 밖으로 삐져나온다.

사랑한다는 말은 결국 글로밖에 표현이 안 된다.

새벽에 쓴 편지를 읽으니 자꾸 가슴이 먹먹해져서 눈물이 난다.

감사하다는 말은 우리 사이에 쓰기에는 딱딱하고 형식적인 거 같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마운데 고맙다는 말보다 더 센 표현은 한국말에 없는 걸까.


지금부터 할 수 있는 부업거리가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한다.

일단 사랑으로 둔갑한 엄마의 걱정꾸러미를 저 멀러 던져버리자. 미안해요 엄마.

자,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부업들을 찾으러 일단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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