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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돈 주고 배워도 안 되는 이유

일단 혼자서 사부작사부작해 보시는 걸 권합니다.

by 환오

사실 그에게 돈을 내고 유튜브를 배울 생각은 없었다.

이게 말이야 방귀야 같겠지만..

몇 년 동안 그의 유튜브를 구독하면서 내적친밀감이 강해진 탓에 그의 강의를 보자마자 그저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경제강의' 정도로 생각했다.

그게 '유튜브'를 해서 돈을 벌라는 내용인 줄 몰랐던 거다.

어이구, 이렇게 아둔할 수가...

하지만 첫 달만 수강하고 거기서 멈출 수도 있었겠지만 계속해서 달린 이유가 뭘까.

이왕 시작한 거 저 사람이 돈을 받고 하는 강의는 뭐가 다른지 궁금했다.

내 안에 숨어있던 깡이 또 되살아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비처럼 역주행에 성공하진 못했다.


어찌 보면 내가 팔겠다는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유튜브를 통해 내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는 기본명제 앞에 팔아야 할 상품과 서비스가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글쓰기 모임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확신도 부족했다.

상품과 사람들을 모으고 그 사람들의 욕구를 건드려주면 언제든지 물건을 팔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나에게는 부족했다.


그런데 이 부족함은 단순히 상품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 자신을 바라보니 답이 보였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사장’이 되어본 적이 없었다.

10년 동안 다닌 직장도, 그 이전에 했던 아르바이트도 모두 ‘사장님’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구조였다.

늘 누군가가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면, 그 안에서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는 위치였다.



하지만 부업, 특히 유튜브라는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내가 직접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내가 상품을 기획하고, 고객을 모으고, 그들의 욕구를 분석해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야 했다. 직원이 나 혼자인 회사일지언정 사장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평생 "사장 눈치만 보며 살아온 직장인 마인드”에 익숙해 있던 노비 신분인 나는 주체적이지 못했다.

10년 동안 회사에서 노비로 살았는데 갑자기 '사장님'으로 짠 하고 변신할 수 없었다.


수동적인 삶에서 능동적인 삶으로 전환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유튜브를 실패한 가장 큰 이유였다.

영상 편집 기술이나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주인으로서 나를 세우는 능력 부족이 실패의 본질이었다.



유튜브는 현재 전 세계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플랫폼이 되었다.


세상의 뉴스도, 사람들의 취향도, 심지어 트렌드와 소비 패턴마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말한다. “홍보를 하려면 유튜브를 빼놓을 수 없다”라고.


그 말은 맞았다.

하지만 막상 뛰어들어 보니, 사람들의 욕구를 건드려주는 영상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유익한 정보만 던져서는 시청자들이 머물지 않았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공감이 동시에 녹아 있어야 했다. 날고 기는 연예인들조차 유튜브에서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무기를 가졌는가?

솔직히, 특별히 내세울 무기가 없었다. 글을 쓰는 것 외에는(글도 잘 쓰지도 못한다) 사람들 마음을 확 뒤흔들만한 강력한 도구를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실패에서 중요한 것을 배웠다.

유튜브가 문제가 아니었다. 내 안의 확신 부재, 그리고 주체적인 태도의 결여가 문제였다. 나는 평생 고용된 입장에서만 돈을 벌어봤지, 누군가에게 직접 내 서비스를 팔아본 경험은 전무했다. 그러니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아무리 크고 매력적이어도, 내 안에 ‘팔 만한 것’과 ‘팔겠다는 태도’가 없으니 성공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경험이 헛수고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부업이란 결국 내가 작은 사장이 되어야 하는 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길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강의로는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앞으로 내가 어떤 부업을 도전하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은 똑같다.

“내가 주체가 되어, 나의 무기로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


유튜브 실패는 그 질문을 내 앞에 선명하게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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