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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컬러링은 무려 제작하고 2달 기다렸습니다.

너도 나도 다 도전하는 부업.

by 환오

20대 때는 핸드폰을 쓰면서 통화 연결음도 최신 유행곡으로 돈 내고 부가서비스를 이용했다.

그게 뭐라고 “따르릉” 소리로만 울리면 괜히 늙은 아저씨 폰 같아 보였으니까.

전화 거는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40대 중반을 향해가는 지금.

핸드폰에 들이는 비용은 다 사치고 낭비다.(라고 생각하는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그런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핸드폰 관련 부업에 혹해서 덜컥 호객행위를 당하고 말았다.


독자님들, 'V컬러링'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나?


전화를 걸 때, 연결되는 동안 화면에 뜨는 동영상을 돈 주고 사서 쓸 수 있는 서비스다.

핸드폰 꾸미기에 전혀 돈 쓰지 않는 나에게는 꽤 신선한 개념이었다.

인콘을 알려준 유튜버의 새로운 부업 동영상이었다.

유튜버는 이미 자기가 만든 영상이 상위에 랭킹 되어 있고 꾸준히 부수입이 들어온다고 했다.


오, 이거 역시 문턱이 낮아 보인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똑똑 노크를 하고 들어온다.

혹시 알아? 자는 동안에도 통장에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돈열매 나무'가 될지.


우선 브이컬러링은 제작과정에 돈이 한 푼도 들지 않았다.

무료 사진과 동영상을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바닷가 파도 장면을 가져와 하나의 영상을 완성했다.
전화를 거는 동안 화면에 바다가 펼쳐지면, 도시의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힐링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부업의 기본원칙은 내 노동력 외에는 투자비용이 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브이컬러링은 꽤나 매력적인 부업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걸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작품을 완성하고 2달을 꼬박 넘게 기다린 뒤 돌아온 통신사 회사의 이메일 답장은 내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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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신청자들이 너무 많아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블라블라블라......

결국 내가 열심히 쥐어짜서 만든 브이컬러링은 승인불가 판정을 받았다.

어쩜 이리도 네 맘 내 맘 다 똑같을까...

이번에는 난이도가 아기 걸음마 수준이라 그런지 유튜브 영상을 보고

직접 실행한 사람들이 많았던 거다.


그만큼 지금 대한민국이 먹고살기 힘들다는 반증일까.

언제부턴가 유튜브는 온통 “부업” 이야기로 도배됐다.

“퇴근 후 두 시간으로 ○○만 벌었습니다” 같은 자극적인 제목들이 끊임없이 눈에 들어온다.


왜 이렇게 다들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아무리 이 사회를 탓해도 여전히 돈은 잘 버는 사람들에게 흘러가게 되어 있다.

돈이라는 속성이 원래 그런 거다.

‘돈이 돈을 번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서 '종잣돈 열심히 모아서 1억만 만드세요' 이 썸네일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먹히고 있다.


한때 유행했던 말이 있다.

“어차피 다 알려줘도 안 한다.”

그 말대로 다 알려준들 사람들이 귀찮아서 실행도 안 하고, 하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업은 그만큼 '귀찮음을 극복해야'하는 나와의 싸움이었다.

게다가 회사처럼 출근만 해도 '출근값'으로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끝까지 완주를 해야 돈이 들어올까 말까?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많은 사람들은 전력을 쏟지 않는다.

아니, 이렇게 했는데 십원 한 장 안 들어오면??

의심이 머릿속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도 남으면 그 부업은 이미 실패다.

누가 벌었다는 카더라통신에 혹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해보세요 알려줘도 실행하기 힘든 이유가 거기에 있다.

불안정한 미래 수입.

거기에 내 시간과 노력을 쥐어짜서 갈아 넣어야 한다니.


그런데 가만히 냉정하게 내 안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세상에는 늘 공짜가 없거늘.

내가 5를 내줘야 세상이 나에게 5를 줄까 말까 한데..

5부터 주는 걸 거부한다면 세상은 나에게 무얼 줄 수 있을까?

아무것도 안 준다.

같은 행동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그건 정신병자라고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아무것도 안 했음에 세상은 나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이번 결과는 비록 수익 ‘제로’였지만, 새로운 세계의 문을 두드린 경험만으로도 내 세계는 한 발 더 넓어졌다.

부업은 이렇게 나를 세상 밖으로 이끄는 작은 돌다리 역할을 한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계속 두드려 보자.

어느 길이 내 길인지는 직접 시도해 보아야 알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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