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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판매 시도하려다 접은 이유

등록면허세 낸 거는 환불이 안될까요...

by 환오

문 앞까지 갔다가 유턴한 그 이름.

위탁판매. 나에겐 생소한 이름의 사업이었다.

어떤 제품을 올리고 주문이 들어오면 내가 찜해둔 사이트에 들어가서 다시 재주문하는 것!

독자님들 이해가 되시려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받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 주문한 고객 앞으로 해야 한다!

왜 이렇게 힘들게 꼬이고 꼬여서 주문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쪽 시장이 생각보다 수요가 있다고 하니... 신기할 뿐이다.

한때 너도 나도 안 하면 안 될 거 같은 스마트스토어 붐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알려줘도 실행하는 사람은 1% 미만이라고 했던가?

위탁판매 시장도 막상 다 까발려도 실행하는 사람이 적다고 하니 나에게도 기회가 올까 싶었다.


평소에 마트에 가면 누가 먼저 가져갈세라 종종걸음으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을 모아두는 할인코너로 향한다.

최대 50%까지 반값에 득템 할 수 있는 기회니까.

한때 생크림케이크를 집에서 만드는데 꽂혀서 비싼 생크림이 눈앞에 있으면 잽싸게 담았다.

실제로 그렇게 구매해서 살림에 쏠쏠히 보탬이 되었다.

마트에서도 사려던 제품을 인터넷에서 혹시 더 싼 제품이 유통되고 있는지 꼭 확인한다.

오프라인은 비싸고 온라인 주문은 물건은 싸지만 배송비가 붙어 또이또이면....

눈앞에 있는 제품을 집어오기도 한다.

나는 최저가에 구매해야 안심을 하는 짠내 나는 주부이다.

이런 내가 위탁판매에 도전을 하다니..


위탁판매는 남편을 통해서 알게 된 유튜브 부수입 콘텐츠였다.

남편은 이런 것도 있는데 한 번 해볼래? 라며 은근슬쩍 나에게 그 일을 토스했다.

왜 본인이 나보다 머리도 좋으면서 하지 않는 건지 속이 터지지만 일단 해보겠다고 했다.

위탁판매의 가장 큰 장점은 초기투자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

남편이 나에게 권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 뭔지나 한번 보자.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역시 유튜브에 올려진 영상만으로는 뭔가 2% 아쉬웠다.

네이버카페도 가입을 했지만 들어가 보니 그 유튜버에게 개인적으로 1대 1 과외수업을 받은 사람은 수익인증을 하고 있었다.

나도 결국 저 여인네에게 돈을 내야 하나....

하지만 유튜브 수업으로 한 달에 50만 원 강의료가 나가고 있었기에 또 돈을 벌겠다고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유튜브에 나와있는 방법만으로 해보자.


우선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커머스 시장인 쿠팡 사이트에 사업자로 등록을 한다.

검색하면 나오는 내용이지만 쿠팡은 사업자가 떼가는 수입이 정말 코딱지만큼 적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박리다매로 팔리지 않은 이상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다음 나 같은 쌩초짜가 처음 시도하기 좋은 제품은 농수산물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과일보다는 나물 종류. 예를 들면 한때 유행했던 궁채 같은.

과일은 썩기 쉬워서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반품과정이 힘들다.

그리고 화장품이나 샴푸도 위탁판매가 쉬운 제품이다.


'도매O'이라는 사이트에서 상품을 사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이트에 올라온 제품도 도매로 상품을 올리는 회사들이 아니라 일반 셀러들이라고 한다.

알고 나니 '도매O'에서 물건을 '굳이' 살 이유가 없어졌다.


팔 제품을 정했으면 미리캔버스에서 상쇄페이지를 만든다.

누끼를 딴다. (뒷배경 없애기)

결국 내가 타깃으로 팔려는 제품의 상쇄페이지에 가서 누끼를 딴다.

제품 사진만 따고 나머지 배경을 다 날려야 한단다.

사진을 그대로 베꼈다가는 법적인 소송에 휘말려 5천 원 벌려다 5백만 원 벌금으로 나갈 수도 있다.


네이버에서 파워랭킹업체를 제외하고 이제 막 시작하는 업체를 소싱처로 해야 한다고 했는데..

문제는 파워랭킹업체가 최저가로 팔고 있으니 그 파워랭킹업체를 소싱처로 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구매할 때 최저가를 검색하고 산다.

물론 가격이 최우선 조건이 아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를 비추면 구매이력이 많고 리뷰 누적수가 많은 상품은 일단 안심하고 구매를 하는 편이다.

이런 구매가 익숙한 나 같은 사람에게 위탁판매로 돈을 벌 수가 있나?


통신판매신고까지 해놓고 심지어 등록면허세까지 버젓이 내고도 포기한 이유는..

사실 처음부터 믿기가 어려웠다.

이걸로 정말 돈을 벌 수가 있다고?

내 안의 소리는 과연? 쩜쩜쩜 줄임표가 올라왔다.

믿어도 될까 말까 한 판국에 의심부터 했으니 될 턱이 있나.

그리고 그 의심 뒤에 현실적으로는 적절한 소싱처를 찾기가 힘들었다.


위탁판매의 시작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사람들 구매 수요가 높은 제품 중에서 최대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신생 업체를 찾아내야 한다.

작년에 유튜브와 동시에 이 부업을 진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시간이 되지 않았다.

자동세팅이 되어서 하루 맥스 한 시간만 참여하는 입찰 부업과는 또 다른 결이었다.

결국 소싱처를 찾는 시간들을 갈아넣기 힘들었고 마음 한편으로는 귀찮음이 올라왔다.

팔릴지 않을지도 모르는 상품을 찾아 상쇄페이지를 만들고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그 상품을 고객 앞으로 대신 주문해 주는 시스템.

처음부터 나같이 최저가에 파워랭킹업체만 주로 찾는 소비자가 위탁판매에 뛰어든다는 게 어불성설이었다.


부업은 결국 귀찮음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여기저기 기웃거려도 내 입맛에 맞는 부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세상 돈 버는 게 어디 쉽던가..

잠시 잊고 있었나 보다.

남의 주머니에서 내 주머니로 돈을 옮기는 과정이 제일 힘든 것을..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하려고 시도하는 거 자체만 해도 큰 성과이다.

나는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 노력이 켜켜이 쌓이고 나면 언젠가는 딱 맞는 부업도 찾을 수 있겠지.(라고 위로해본다..)

그러니 문앞에서 돌아왔다고 해도 좌절하지 않기.

세상에 또 다른 문들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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