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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OO님 정답 맞히셨습니다!”
라디오에서 내 이름이 흘러나오자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날 받은 건 무려 온라인 쇼핑몰 10만 원 상품권. 설마 되겠어? 하고 보낸 문자 한 통이 내게 이렇게 큰 선물을 안겨주다니. 부업이라 하기에는 소소하지만, 내게는 결코 작지 않은 행운이었다.
이번 편은 브런치 제목과 가장 잘 어울릴 법한, ‘짠내 나는’ 부업 도전기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라디오를 무척 좋아하던 10대 소녀였다. 90년대 학창 시절, 애정하는 연예인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창구는 TV와 라디오뿐이었다. 여유 있는 친구들은 연예나 영화 잡지를 사서 학교에 가져와 돌려보곤 했지만 지갑이 얄팍한 나에겐 사치였다.
그러다 밀레니엄을 지나 휴대전화가 일상화되면서, 나 역시 라디오와 조금씩 멀어졌다.
(추억의 내 '마이마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런데 아이를 낳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잊고 지냈던 라디오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에 갇혀 세상과의 연결이 끊긴 듯한 시절, 라디오는 유일한 소통창구이자 위안이었다. 이제는 스마트폰 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육아전쟁 시절 라디오는 내게 특별한 숨구멍이었다.
아줌마가 된 지금, 라디오를 듣는 시간대도 달라졌다. 주로 낮 12시부터 4시까지, 예전 학창 시절에는 들을 수 없었던 시간이다. 집안일을 하며 라디오를 틀어놓으면 청소기도 덜 심심하다. 특히 김신영이 진행하는 <정오의 희망곡>을 즐겨 들었는데, 그녀의 재치와 입담은 귀로만 들어도 배꼽을 잡게 만든다. 육아에 지친 나를 웃게 해주는 유일한 존재, 점점 그녀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퀴즈 정답을 보냈다. 어차피 당첨은 잘 안 되니 가끔 생각날 때만 응모하곤 했다. 그런데, 기적처럼 내 인생 첫 당첨 소식이 찾아왔다. 무려 '온라인 쇼핑몰 10만 원 상품권!' 기대도 안 했는데 덜컥 뽑히니, 세상에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다.
그 순간 문득 궁금해졌다. '혹시 라디오 상품을 전문적으로 타내는 사람도 있을까?' 하지만 그렇게 라디오에 매달려 살 자신은 없었다. 무엇보다 그게 ‘부업’이 되어버리면, 내가 라디오에서 느끼던 소소한 행복마저 잃어버릴 것 같았다.
그런데 몇 년 뒤 또 한 번의 행운이 찾아왔다. 역시나 기대 없이 보낸 문자로, 다른 방송 아침 프로그램에서 5만 원 상품권을 받은 것이다. 덕분에 첫째가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호주 스테이크를 레스토랑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인생도, 부업도 마찬가지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시도해야 무엇이라도 얻을 수 있다.
사과나무를 올려다본다고 사과가 떨어지지 않는다. 흔들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기어 올라가서 따야 한다.
라디오뿐만이 아니다. 아이 학습지를 통해서도 소소한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 했던 ‘눈○이 선생님’을 내 아이들이 이어서 하고 있다니, 격세지감이 들었다. 요즘은 앱으로 아이 진도와 답안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매달 설문조사가 함께 진행된다. 담당 선생님에 대한 후기를 남기면 문화상품권 3천 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처음엔 흘려보냈지만, 책을 살 때 보탬이 되겠다 싶어 무조건 응모 버튼을 눌렀다. 놀랍게도 여러 번 당첨이 되어, 지금까지 아이 책이나 내가 보고 싶은 책을 살 때 유용하게 써왔다.
마지막 ‘짠내 쿠폰’은 지역 잡지에서 얻었다. 내가 사는 고양시에서는 매달 〈고양소식〉이라는 잡지를 무료 배포한다. 지역 소식을 꼼꼼히 챙길 수 있어 읽기 시작했는데, 뒷장에 ‘독자 의견 엽서’ 코너가 눈에 띄었다. '와, 아직도 이런 게 있구나.' 레알 추억이 돋았다. 마치 초등학생 숙제하듯 정성껏 의견을 써 보냈다.
다음 달 잡지 한 귀퉁이에 내 이름과 글이 실렸고, 집에는 2만 원 상품권이 등기로 도착했다.
작은 일이지만 꽤 뿌듯했다.
그 외에도 한때는 커피 쿠폰을 모아 ‘니콘내콘’ 앱에서 팔아 용돈을 벌기도 했다. 방법은 단순했다. 각종 이벤트에 응모하는 것이다. 매일같이 수십 개의 이벤트를 모아주는 사이트에서 하루 한 시간 정도 응모하면 며칠 뒤 쿠폰이 속속 도착했다. 대부분 SNS 계정을 요구해 처음에는 네이버 블로그로만 참여했지만, 결국 인스타그램까지 가입하게 됐다. “SNS은 인생의 낭비”라던 내가, 부업 덕에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벤트 응모를 안 하는 지금은 딱히 SNS에 들어가지 않는다..)
지금은 손을 놓았지만, 그때는 내 통장을 채워주던 소소한 부업이었다.
글로 풀어보니, 참으로 알뜰하고 짠내 나는 작은 도전들이었다.
벼락을 세 번 맞아야 당첨되는 로또보다 이런 이벤트 응모는 될 확률이 훨씬 높다.
비록 반찬값 정도지만, 시도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행운들이다.
작다고 얕보지 말자. 부업을 통해 얻은 성취감은 반드시 큰돈에서만 오는 게 아니었다.
금액의 크기와 상관없이, 내 이름으로 들어온 결과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감사했다.
세상에는 노력한다고 해서 다 보상으로 결과가 내 손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부업의 세계를 알아보니 더욱 그 말이 맞았다.
열심히 하는 만큼 돌아오지 않는 것.
냉정한 현실이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에 작은 시도 끝에 얻은 결과들이 더 소중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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