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엄마들 힘내세요!!!!
시작은 남편의 갑작스러운 퇴사였다.
남편의 방황이 몇 개월, 아니 길어도 1년이면 해결될 줄 알았다. 그 방황이 3년을 채워가기 시작할 무렵 나의 불안함은 극도로 치달았다. 물론 그 사이사이 남편은 현실적인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용직으로 물류센터 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 대기업 과장에서 갑자기 일용직으로 직위가 바뀐 당신 마음이 지금 제일 힘들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달 생활비가 펑크 나는 현실이 괴로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남편만 믿고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촉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불현듯 김미경 강사님이 라디오에서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엄마들이 30대에는 보통 아이들 키우느라 그런지 바빠서 강의에 안 나와요. 그러다가 마흔 넘어서 강의 들으러 나오는데 그때 내가 저 인간(남편)만 믿고는 안 되겠어.. 막 이런 마음이 들거든요."
강사님의 예언(?)대로 나 역시 남편의 퇴사로 내가 우리 집을 일으켜야겠다는 비장한 마음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이쯤에서 긍정회로를 한 번 돌리자면, 어쨌든 남편의 퇴사 덕분에 그동안 미뤄왔던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이렇게 글도 쓸 수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보니 나는 끄적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릴 때부터 내가 받아온 상장은 대부분 글짓기 상이 었다.
한동안 내 존재를 잊고 아이들 육아와 살림에만 매몰된 채로 살아왔다.
첫 아이는 구순구개열이었기에 시기마다 해주는 수술들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몇 년은 정신없이 살았다. 아이를 키우는 기쁨보다 병원 스케줄에 매년 날짜를 체크하며 일상에서의 우선순위는 항상 병원이 돼있었다. 아이만 보면 더 힘들 거라며 친정엄마는 차라리 회사를 계속 다니라고 등을 떠미셨다. 덕분에 아이가 두 돌이 될 때까지 직장생활을 10년 채우고서야 사직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큰 결정을 내릴 때 든든히 내 옆자리를 채워주는 남편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하지만 집에서 전업주부로의 삶도 그다지 녹록지는 않았다. 언어지연이 있는 아이를 데리고 4살 때부터 언어치료실을 향했고 하루 24시간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살림실력이 고수의 향기가 느껴질 만큼 확 성장한 것도 아니었다.
항상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남편의 안정적인 밥벌이가 있었기에 내가 무생산성으로 돈을 벌지 않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무. 생. 산. 성'
아이를 낳고 나를 괴롭히는 문제는 무엇보다 사회와의 단절이었다.
더 이상 회사 출근은 불가능하고 돈도 벌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 다시 '나'라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서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와버렸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무조건 해야 하는 의무가 되었다.
나는 무얼 좋아하는 사람이고, 무얼 할 때 행복한 사람인지.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져 간 내 취향들이 돈을 벌려고 몸을 꿈틀대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길게 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그 '일'을 좋아해야 한다.
사랑까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증오'하지는 않아야 오래갈 수 있다.
감사하게도 남편은 작년부터 새로운 직장에 지게차 기사로 취직을 했다.
3년 만에 4대 보험 가입이라니, 실로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아이를 키우는 4인 생활비로는 모자란다. 나머지 부족한 돈은 내가 빨리 수익화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부업은 여전히 어렵고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우리의 삶도 어렵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실패하는지 성공하는지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계속 시도해 볼 수 있다.
모르기 때문에 인생은 계속 살아갈 가치가 있다.
나 같은 고민이 있는 30,40대 주부들이 혹시라도 이 글을 본다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본다.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여러 부업들을 겪고 나니 인풋이 들어간다고 반드시 아웃풋이 나오는건 아니었다.
주부라는 이유만으로 완벽하게 살림, 요리, 육아까지 잘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아이 낳기 전에 친구가 했던 말.
'애 밥 안 굶기는 것만으로도 잘하는거야'
아이를 키우면서 비로소 이해했다.
삼시세끼 밥 챙겨주는 일이 쉽지 않다는걸.
가족들을 사랑하기에 귀찮음과 수고를 극복하는 일이다.
거기다가 플러스 알파로 돈까지 벌어야 하는 현실이라니..
내가 무슨 죄가 많아서 현생에 이렇게 많은 일들을 감당하며 살아야 합니까 신이시여.. 를 외치고 싶으나 일단 넣어두자.
어여쁜 두 아이를 품에 안았으니 그 기적같은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 한다.
때로는 아이들이 삶의 원동력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구나 싶을 때가 있다.
얼마 전 둘째 아이의 심쿵한 멘트가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원피스를 입은 나를 보고 "엄마~ 공주님 같아~"
아빠는 왕자님 엄마는 공주님이라며 한쪽 보조개를 필살기로 쓰는, 딸같지만 신의 실수로 고추를 달고 나온 둘째의 애교를 보자니 몸이 흐물흐물 흘러내릴거 같다.
한치 앞을 모르는게 인생이다.
그러기에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온전히 다가온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부업도 시작하기 전에는 결과가 실패인지 성공인지 알 수 없다.
실패하면 다른 문을 두드리면 되고 성공하면 그 성공의 맛을 맘껏 누리면 된다.
그러니 몇 번의 실패로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기를.
완벽하지 않아도 이미 하고 있다는 자체로 충분하다.
내일 또 다른 무언가에 도전할 나와 당신을 격하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