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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오 Apr 22. 2024

전업주부에게 월요일은 선물입니다.

주말 동안 애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멘털 털렸던 모든 전업맘들에게 축복을.

회사 다닐 때는 월요병이 빠르면 토요일 저녁부터 왔었다. 

월요일 아침이 죽기보다 싫은 그 느낌 직장인이라면 모두 알겠지.

27살 때부터 왕복 4시간이 조금 안 되는 출퇴근길에 모든 에너지를 다 뺏긴 평일은 집에 오면 밥 먹고 씻고 침대에 그대로 뻗어있기 바빴다. 그 여파는 주말까지 이어져 친구고 나발이고 한때 유명했던 건어물녀처럼 좋아하는 TV프로와 침대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애장품이었다.

그러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연애를 하면서 주말에 하루 정도는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다. 심지어 토요일에 주로 만났으며 일요일은 온전히 나를 위한 휴식을 줘야만 했다.


전업주부가 된 지금. 나를 위한 온전한 휴식은 사실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보내고 난 뒤 엉망이 된 집은 나에게 끊임없는 일감을 제공해 준다. 회사 다닐 때 꼰대 부장님이 나한테 그랬었지. 집에서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청소는 청소기가 돌려주는데 주부들이 뭐가 힘드냐고. 

하아.. 지금도 회사에서 저런 멘트 날리면 매장됩니다.. 부장님!

 

그래, 기계들이 그 일들을 해주는 건 맞는데 그걸 돌리는 건 사람이라고!

나 역시 집에 있는 거 자체가, 일이 끝나지 않음을 전업주부가 돼서야 깨달았다.

첫 아이가 두 돌이 될 때까지는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워킹맘을 할 수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때가 덜 힘들었던 것 같다. 친정엄마는 아이 보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까지 해주셨고 저녁에 집에 가면 난 따뜻한 밥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땐 몰랐지. 날 위해 차려주시는 따뜻한 밥상은 사랑이라는 걸.


누군가를 위해 밥을 차리고 옷을 개고 집에 먼지가 없게 청소기를 돌리고.

이 모든 게 사랑이라는 걸, 내가 엄마의 삶을 살고 나니 깨달았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집안일에 플러스 알파로 전업주부에게 있어 주말은, 직장인으로 치면 특별수당 나오지 않는 24시간 추가근무임을. 그래서 모두가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직장으로 떠난 월요일 아침 이 시간이 나에게 지금 세상 행복한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 전업주부에게 월요일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날이다.


엄마들~애들 보내고 커피 한잔 하면서 멍 때리세요~ 충분히 그래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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