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늘작가는 첫 째 아들이 사춘기 시작한 중1 여름부터 중3 초겨울말까지 거의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옥을 경험했었다. 아들과 싸움(?) 클라이맥스는 중 3 초겨울 11월 말인가 12월 초였다.
그날도 아들은 변함없이 하루 종일 PC방에서 놀다 밤 11시가 다 되어 집으로 왔는데, 이때 아들과 대판 싸움을 하고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교자상을 던져 박살을 내었었다. (다행인 것은 나는 그동안 아들과 딸 키우면서 단 한 번도 체벌이나 손찌검을 한 경우는 없었다)
이때 씩씩거리면서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아니, 이 녀석이 내가 말하는 것마다 토를 달고. 어디 아빠를 이기려고 대들고 있어! 그래,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한번 해 보자!"
아내가 어이없어하면서 나를 쳐다보고 이렇게 말 했다. " 당신 정말 실망이야. 아니 아들을 이겨서 뭐 하려고(요)? 아들이 당신이 적이고, 싸움 상대야? 정말 어이가 없네."
순간 나는 머리에 돌을 맞은 듯이 멍~해졌었다. (속으로) ( "그래. 내가 자식에게 이겨서 뭐 하려고 하는 것이지?" )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창피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당신, 제발 정신 좀 차려요. 당신 부모님이 당신 키울 때 그런 마음 가졌어요? 당신 아빠 맞아?" 이 말을 들으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아내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집은 지옥인 것 같아. 집에 오면 모두들 방에 들어가 있고. 당신은 절대 지지 않으려고 하고. 아들은 계속 빗나가기만 하고. 이러다 정말 가정 깨질 것 같아."
이렇게 아내와 이야기하고 있는데, 고향 절친이 나에게 선물(먹거리) 주러 왔다가 집안이 난장판이 된 것을 보고 나를 끌고 양재천으로 나갔다.
지금도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다. 밤 11시경 물안개가 피어오르던 초겨울 양재천을 친구와 2시간 이상 걸으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깨달았다.
친구도 아들과 싸워서 이기려는 나를 보고 어이없어했다. 이날 이후 나는 환골탈태하여 다시 태어났었다.
요즘 나에게 자식 문제로 상담을 원하는 후배들이 종종 있는데, 많은 분들이 과거 나처럼 자식들과 전쟁을 하고 이기려는 전철을 밟고 있더라. 이 후배들에게 나는 이렇게 되묻는다.
자식 이겨서 뭐 하려고?
우리 아이들이 사춘기에 들어가면 말을 퉁명스럽게 하고, 부모 말을 듣지 않기 시작을 한다. 자식들이 이러면 부모들은 " 아빠/엄마가 물으면 대답을 해야지"하고 버럭 화를 내지만, 자식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이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고, 부모에게 대드는 경우도 많다. 부모가 계속 다그치면 문을 꽝 하고 받고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부모들은 속이 부글거리면서 "그래, 네가 이기는지, 내가 이기는지 한번 해 보자." 하면서 자존심까지 걸린 결투의 장으로 변하게 된다.
그런데 나의 경험으로 이렇게 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다. 어렸을 때야 몸집도 작고 정신도 아직 성숙하지 못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중 1만 되면 예전 성인처럼 몸도 크고 정신 연령도 빨라서 부모가 감당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은 아이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고 부모들이 잘못하고 있다.
이럴 때 늘작가가 한 말 잊지 말고 "내가 지금 자식에게 이겨서 뭐 하려고?"라는 생각을 갖자, 그리고 " 이제 나는 자식과 상대가 안된다. 그래 네가 윈(Win) ~", "아이가 사춘기이고 공부하느라 힘들 텐데,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지. 이해하자. 나도 그랬잖아? "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식들과 싸움 자체를 하지 말자. 싸움은 양쪽이 비등해야 가능한 것이지, 한쪽이 백기 투항하면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고 참는 것 쉽지 않다. 그런데 꼭 이렇게 해야 한다.
나는 첫 째 키울 때는 이 방법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둘째 딸이 사춘기 시절에는 많이 활용했다. 딸이 나에게 까칠하게 하거나 싸움을 걸면(?) 그냥 웃으면서 "그래, 아빠가 잘못했어. 미안해. 아빠는 너의 적이 아니고 네 편이야" 정말 이런 마음으로 딸을 대하고 싸움 자체를 하지 않았다. 물론 첫 째 아들과도 계속 이렇게 대했고.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자식들과 잘 지내는 방법 중 하나가 자식과 싸워서 이기겠다는 마음을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부모는 항상 자식들 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자. 이러면 분명히 부모와 자식 관계가 개선이 되고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