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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Aug 04. 2021

나이가 들수록 소심해지는 이유

귀천 - 어른이되면 보이는 것들 중

인사동에는 찻집 '귀천'이 있다.

학생 때부터 마음이 힘들 땐 귀천에 갔다.


낮은 천장에 오래된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같이 둘러 앉을 수 있는 큰 탁자가 있었다.


엉덩이가 푹 꺼지는 오래된 쇼파에 대충 기대서

모과차를 한잔 시키고는 탁자에 있는 노트를 폈다.


노트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아름다움이 

까만 글씨들로 끄적끄적 녹아 내려있었다.


그에 보답하고자 나도 부족한 펜대를 굴리다가

내 글의 부족함을 알고는 괜히 모과 건더기를 씹곤 했다.


찻집지기 목여사님은 항상 그 곳에 계셨고,

천상병 시인이 소풍처럼 다녀간 아름다운 이 세상도

항상 그 찻집에 가면 만날 수 있었다.


.


지난 세월의 귀천은 이제는 그 자리에 없다.


그 자리는 재개발이 되어 크고 멋진 건물이 서있다.


그 시절 귀천을 지키던 목여사님도 이제는 계시지 않는다.



허기진 마음을 달래고자 여전히

새로 멀끔히 이전한 귀천을 찾는다.


예전의 그 자리와 그 시절의 귀천에 비해

지금의 이 자리와 이 시절의 귀천은 아직도 어색하다.


학창시절부터 마음을 둘 공간과 오래 봐온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고 내가 어른이 될수록 사라져 간다.


나이들고 흰머리가 늘어가는 나와는 반대로

새단장을 하는 콘크리트 건물들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어른이 될수록 속상한 마음을 둘 곳이 점차 없어서

스스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점점 더 소심해지는가 보다.


그리고 새단장을 하는 건물이 야속 하듯이

나보다 젊은사람들을 보면 질투하기도 하나 보다.


내가 소심한 이유는

귀천에 있나보다.

#어른이되면보이는것들 


17. 나이가 들수록 소심해지는 이유


인사동에는 찻집 '귀천'이 있다.

학생 때부터 마음이 힘들 땐 귀천에 갔다.


낮은 천장에 오래된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같이 둘러 앉을 수 있는 큰 탁자가 있었다.


엉덩이가 푹 꺼지는 오래된 쇼파에 대충 기대서

모과차를 한잔 시키고는 탁자에 있는 노트를 폈다.


노트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아름다움이 

까만 글씨들로 끄적끄적 녹아 내려있었다.


그에 보답하고자 나도 부족한 펜대를 굴리다가

내 글의 부족함을 알고는 괜히 모과 건더기를 씹곤 했다.


찻집지기 목여사님은 항상 그 곳에 계셨고,

천상병 시인이 소풍처럼 다녀간 아름다운 이 세상도

항상 그 찻집에 가면 만날 수 있었다.


.


지난 세월의 귀천은 이제는 그 자리에 없다.


그 자리는 재개발이 되어 크고 멋진 건물이 서있다.


그 시절 귀천을 지키던 목여사님도 이제는 계시지 않는다.



허기진 마음을 달래고자 여전히

새로 멀끔히 이전한 귀천을 찾는다.


예전의 그 자리와 그 시절의 귀천에 비해

지금의 이 자리와 이 시절의 귀천은 아직도 어색하다.


학창시절부터 마음을 둘 공간과 오래 봐온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고 내가 어른이 될수록 사라져 간다.


나이들고 흰머리가 늘어가는 나와는 반대로

새단장을 하는 콘크리트 건물들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어른이 될수록 속상한 마음을 둘 곳이 점차 없어서

스스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점점 더 소심해지는가 보다.


그리고 새단장을 하는 건물이 야속 하듯이

나보다 젊은사람들을 보면 질투하기도 하나 보다.


내가 소심한 이유는

귀천에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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