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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Jul 31. 2021

어른이 되어서도 빈병을 줍는 이유

콜라 - 어른이 되면 보이는 것들 중

콜라를 마시기 위해서는 빈병을 찾아야 했다.


중학생 시절에 빈병은 하나에 30원 씩 쳐줬고

콜라 한병을 먹으려면 300원이 필요했다.


빈병 10개를 모으면 콜라를 마실 수 있다는

수학적인 계산은 간단했지만


물리적으로 논두렁 앞에 있는 시골학교에서 

빈 유리병을 찾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학교가 끝나면 한시간에 한대 꼴로 오는 

시골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우리들은 경쟁적으로 병을 주웠다.


일부 영악한 아이들은 연합을 해서 같이 줍고

그렇게 얻은 콜라를 같이 나눠먹다가

누가 더 많이 마셨냐며 싸웠다.


더 영악한 아이들은 약자의 빈병을 뺐었고

더 간 큰 아이들은 빈병을 모아둔 매점의 빈병창고를 털었다.


매점 할머니는 기가막히게 훔친 빈병을 찾아냈고

앞으로는 그 아이들이 가져온 빈병은 받지 않으셨다.


버스가 오기 전까지 학교근처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이 한정된 빈병을 찾는 일은 

치열한 전쟁이었고 매일 한두명 정도만

그 전쟁에서 승리하여 콜라를 마실 수 있었다.


.


어른이 되어서도 다같이 빈병을 찾고 있다.

단, '빈병'은 '돈'으로 조금 더 추상적이 되었다.


어디하나 돈 나올 구멍이 없는지

연신 두리번 거리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내 돈 나올 구멍을 뺏어가기도 하고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같이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보자고도 한다.


혼자 돈 벌 궁리를 하는 건 

마음은 편한데 몸이 불편하고


같이 돈 벌 궁리를 하니 

도무지 이 사람이 내편인지 사기꾼인지 판단이 안된다.


빈병을 수집하듯 하루하루를 보내며

언젠가는 콜라가 가득한 병을 주워서

청량하고 시원한 한방이 터져주길 기대하지만 

난 지금은 명확히 알고 있다.


어른이 되어서 시원한 한방이 터지려면 

어린시절 뙤양볕에서 빈병을 줍는 것보다 

더 크고 잔인한 노력이 필요함을


그리고 이제는 그냥 

큰 한방도 내것이 아님을 알기에

몇개 되지도 않는 

내 작은 빈병이나 뺏지 말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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