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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Jul 19. 2021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이유

스마트폰 - 어른이 되면 보이는 것들 중

이어폰을 꼽고 다니는 것은 일종의 '멋스러움' 이었다.


중학생이 되면 영어 공부 테이프를 들어야 한다며

카세트 테이프를 들을 수 있는 마이마이를

엄마한테 사달라고 졸라서 한 개씩은 들고 다녔고


바지춤에 걸쳐진 마이마이 사이로 삐져나온 이어폰을

귀에 꼽고 다니는 것은 최신 유행이었다.


게 중에 동네에서 조금 더 산다 하는 친구들은

덜컥이는 기계음이 나는 국산 카세트 마이마이가 아니라

미끄러지는 기계음이 나는 세련된 소니의 워크맨이나

이어폰 리모컨의 액정까지 화려한 파나소닉을 들고 다녔다.


물론 영어 수업에 카세트는 필수 준비물이 아니었다.


영어 선생님은 어학기라고 불리는

라면박스 정도로 크고 하얀 카세트를

미국 할렘가 흑인 래퍼들처럼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셨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어학기를 크게 틀고

다 같이 'I My Me Mine~' 같은 인칭대명사 노래를 불렀다.


어학기 스피커에서 나오는 누구나 다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내가 좋아하는 재미있는 음악이 아니었고

그저 선생님이 틀어주는 지루한 소리일 뿐이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이어폰을 꼽고 각자 가져온 우주 레코드, 신나라 레코드 등

마크가 인쇄된 가요 테이프를 듣거나


유행에 더욱 민감한 친구들은 화려한 표지의

Max, Now 같은 팝송 테이프를 들었다.


그렇게 각자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우리가 싫어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오로지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으로만 그렇게

우리 주위의 세상이 가득 찬 느낌이었다.


.


시간이 지나자 이어폰은 점점 작아져서

귀에 쏙 들어갔고 심지어는 줄 마저 사라졌다.


블루투스 이어폰이라고 불리는 그것들은

남이 보았을 때 이어폰을 낀 지 안 낀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얼리 어답터는커녕 슬로우 어답터에도

못 미치는 나는 처음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줄 없는 이어폰을 낀 것을 처음 보고는 보청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그 사람이 줄 없는 이어폰을 끼고

통화를 하는 것도 모르고

보청기를 낀 그 사람이 하는 질문들을

최대한 듣기 쉽게 열심히 대답까지 해주었더란다.


그런 나도 이제 줄 없는 이어폰을 끼고

지하철에서 음악을 듣는 것을 보면

그 이어폰이 상당히 대중화된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들은

주위의 듣기 싫은 소리에는 귀를 막은 채

본인이 좋아하는 듣고 싶은 것 들만 들으며 산다.


심지어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에는

손바닥 크기보다 작은 휴대폰 액정에

까만 두개의 눈동자를 가두고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


내 앞의 자연적인 것들은 더 보지 않기 위해

화면의 크기를 0.1인치 더 늘이고


내 옆의 자연스러운 소리를 더 듣지 않기 위해

조금 음질이 좋은 고성능 이어폰으로 바꾼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영상과 소리로 눈과 귀를 닫고

더 자연스러운 영상을 보고

더 자연스러운 소리를 듣기 위해서


오늘도 우리는

연스러운 모습과 소리를 차단하고

조금 더 자연스러운 모습과 소리를 들려준다는

최신형 스마트폰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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