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훈희 Aug 14. 2021

어른이 되어서야 풍선을 들고 싶은 이유

풍선 - 어른이 되면 보이는 것들 중

사춘기 중학생이 공원에서 

풍선을 들고 다니기엔 쪽팔렸다.


계속 싫다고 손사래 치는 나를 무시하고

엄마는 굳이 풍선을 사서 내 손에 쥐어 주셨다.


헬륨이 가득 차 있었던 미키마우스 모양의 풍선은

내 손에 쥐어진 실을 따라 하늘에 두둥실 떠다녔다.


난 풍선을 들고 다니는 내 모습을

남들이 볼까봐 부끄러워서 

손을 숨겼지만 내 머리 위의 풍선은


'이 남자 중학생의 취향은 사실 풍선이랍니다.'라고

온 동네에 말하고 다니는 것 같았다.


난 도저히 못들고 다니겠어서 투정을 부리며

이거 엄마가 샀으니 엄마가 들고 다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조용히 미소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오늘 만큼은 내가 풍선을 들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어린시절 내가 그렇게 풍선을 사달라고 졸랐는데

그때는 정말 돈이 없어서 사줄 수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풍선을 들고 다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


.


어느날 어린이대공원에서 작은 아들이 

가게에 걸려있는 풍선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은색의 헬륨 풍선은 햇빛에 반짝이며

내 어린시절이나 지금이나 하늘 바람에 따라 

요리조리 날고 있었다.


그 풍선을 손에 여러 개 들고 있노라면

만화영화 주인공처럼 하늘로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풍선을 보고 한창 눈을 떼지 못하는 

아들의 손에 풍선을 하나 사서 쥐어 주었다.


풍선을 들고 좋아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아들을 보며

중학생이 되서야 풍선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는 왜 어머니가 쪽팔리게 사람도 많은데서

굳이 풍선을 사주셨는지 야속했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식에게 줄 수 있는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


풍선 하나로 내 자식의 웃음을 볼 수 있는 시기도 길지 않고

대부분의 행복이 그 시기에 맞는 그때 뿐이다.


어머니는 억척같이 사시며 그 행복의 시기를 

놓치게 된 것이 얼마나 속상하셨으면

뒤늦게 중학생이 된 아들에게 풍선을 사주셨을까


중학생 때 지금 이 마음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때 어머니께서 사주신 풍선을 들고 

여기저기 좋아하면서 뛰어다녔을 텐데

그걸 이제야 알게 해준 세월이 야속하다.



▼ 조훈희 작가의 출간 도서 "밥벌이의 이로움" 찾아보기

https://bit.ly/2KUc0oe


이전 03화 엄마는 왜 김치를 싸 주시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