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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Aug 11. 2021

아버지의 꿈이 소박한 이유

꿈 -  어른이 되면 보이는 것들 중

나에게도 꿈이 있었다.


국민학교 고학년 시절엔 교육부장관이 되고 싶었다.

교육부 장관이 되어 비실용적으로 보이는 과목을 없애고 

실생활에 필요한 교육 위주로 개편해서 

불필요한 학습시간을 줄이고 싶었다.


중학교 시절엔 외교관이 되고 싶었다.

다행히 외교를 통해 세계 평화의 주축이 되는 

큰 야망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냥 중학교때 처음 배운 '영어'라는 언어가 신기했다.

'영어'같은 멋진 언어를 쓰기 위해서는

외교관이 되어야 하는 줄 알았다.


고등학교 시절엔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내가 이 나라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되서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모든 것을 바꾸고 싶었고

정의와 평등의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꿈을 꾸던 시절

9시 뉴스를 볼 때마다 나도 어른이 되면

저렇게 멋진 까만색 차를 타고 수트를 입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살 것 같았다.


9시 뉴스가 끝날 때 쯤 아빠는 집에 들어오셨다.

오늘도 낡은 옷을 입은 아빠는 약간 취해계셨고

신발을 벗지마자 코를 찌르는 발냄새를 풍기셨다.


아빠는 뭐가 좋은지 땀 냄새나는 얼굴을 내 볼에 비볐고

난 항상 질색팔색 하면서 도망쳤다.

그리고 방에 들어와서는 속상해 했다.


우리 아빠는 꿈도 없을까?

왜 저렇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데도 웃고 다니실까?


난 꼭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아빠처럼 살지 않고

저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멋지게 살아야지 다짐했다.


.


나도 아빠가 되었다.


학창시절까지는 내 원대한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에 나온 후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 순간 알게 되었다.


내 한몸이라도 제대로 챙기면서

돈을 벌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사실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과


가족이 생기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가장이란 존재는 

시지푸스처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내 능력의 골수 끝까지 뽑아서 일해야 

고단한 하루를 겨우 마치고 퇴근할 수 있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지하철에서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감추고

웃으면서 집에 들어가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가족 모두가 평안히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고

오늘도 모두가 편안히 잠드는 모습을 보면

난 다행히 꿈을 이루었음에 안도한다.


그렇게 아버지의 꿈은 단편소설 같은 

하루 짜리 꿈으로 바뀌었고

매일 그 꿈을 이뤄주시는 아버지 덕분에

난 미래의 꿈을 꿀 수 있었나보다.


그렇게 행복하게 꿈을 꾸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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