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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Aug 13. 2021

부자(父子)의 운전이 불안한 이유

운전 - 어른이 되면 보이는 것들 중

처음으로 운전한 차는 아빠차였다.


운전면허를 따고 아빠차의 핸들을 처음 잡은 그날

조수석에 앉아 계신 아빠는 두 손으로

창문 위의 손잡이를 꼭 붙잡고 계셨다.


내가 출발하고 정지할 때마다 

아빠는 탄식이 섞인 감탄사를 뱉으시며 놀라셨고 

조수석 시트는 하도 뒤로 밀어서 뒷좌석과 맞닿을 것 같았다.


항사 아빠가 몰고 다녔던 아빠차 페달은

뒷자리에만 타고 있었던 아들의 어설픈 발끝 움직임에 

울컥울컥 놀라는 것만 같았다.


아빠는 항상 내가 운전하는 것을 불안해 하셨다.


심지어 시간이 몇년 지나서 아빠차가 아닌

내 차를 타셔서도 내 운전이 미숙해 보인다며

사고가 날 것 같다고 불안해 하셨다.


.


어느덧 내 아버지는 일흔살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가 되셨다.


아버지가 노쇠해지신 만큼 

내가 처음 운전을 한 아빠차도 같이 노쇠해지고 있었다.


아빠차는 이제 여기저기 고장이 나도

고칠 수 있는 부품마저 구하기 쉽지 않았다.


혹시라도 다치실까봐 쉬셔도 된다는 아들들의 말에도 

아버지는 항상 본인은 정정하다고 하시며 

아직도 아빠차를 몰고 고된 일을 하러 가셨다.


아빠 집에서 5분 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지만 

차가 중간에 고장나서 사고가 날까 불안한 마음에

내 차를 가져다 드렸고 결국 아빠차는 폐차를 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20년 만에 

아들의 차를 처음으로 운전하셨고,

난 20년 전의 아빠처럼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아버지가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난 나도 모르게 창문 위 손잡이를 잡았고

회전을 할때마다 좌우를 살피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조수석에서 불안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 

운전석의 아버지는 걱정말라고 말씀 하시지만


아버지의 그 모습은 마치 

처음 핸들을 잡고 불안해 하던

20년 전의 내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렇게 이제 나는 더이상

아빠가 돌봐줘야 할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를 돌봐드려야 할 아들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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