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다시 나와. 네가 왜 또 맞는지 알아?"
학창 시절 엉덩이를 한 대 맞고 아파하는 나에게 선생님께서는 몽둥이를 들고 물어보셨다.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다시 대"
몽둥이는 다시 내 엉덩이를 가격했다. 난 왜 또 맞았는지 모르는 상태로 다시 들어갔다.
"야 너 다시 나와! 다시 대. 네가 왜 맞는지 아직 몰라?"
"아직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또 한대 더 맞고, 난 억울한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봤다.
"넌 들어가지 말고 여기 서 있어"
다음 친구가 나와서 엉덩이를 맞는다. 역시 엉덩이를 치는 소리는 ‘촥촥’ 찰지다. 그리고 그 친구는 엉덩이를 부여잡고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벙 쪄있는 나에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들을 때리는 이유는 다 너희들을 위해서야 그러니깐 앞으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고 들어가"
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자리로 들어갔고, 그 날부터 그 선생님의 과목 점수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고 회사원이 되자 선생님의 몽둥이는 상사의 결재로 바뀌었다. 그리고 큼지막한 내 엉덩이는 소심한 회사원의 마음이 되었다. 학창 시절 호랑이 같았던 선생님은 회사에서는 상사로 바뀌었다. 호랑이 상사님은 아직도 이유를 가르쳐주지 않으셨고, 열심히 몽둥이로 내 엉덩이를 내려치신다. 그렇게 엉덩이를 몇 대 더 맞고, 아직도 왜 맞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의 대답은 이러했다.
"내가 이야기했던 거 아직도 이해 못했어? 네가 알아내서 해결책을 다시 찾아와"
"다 너 발전하라고 그러는 거야. 윗사람이 쉽게 알려주면 금방 잊어"
“그거 있잖아. 당신 잘하는 거. 그거 해서 그렇게 해”
금방 잊어버리면 안 되니깐 내가 뭘 잘못했는지 본인 입으로는 안 알려 주시겠다고 하시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때 그 사람에게 혼난 것만 기억나고, 그 사람에게 업무는 뭘 배웠는지 내가 뭘 잘못했었는지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오히려 흰 종이에 하나하나 쓰면서 해결책을 같이 고민했던 상사의 가르침은 기억이 난다.
“나는 관심법을 할 줄 알아. 넌 마구니가 끼었구나!”
난 드라마 속에 나오는 궁예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관심법을 가져서, 기침소리만 들어도 마구니가 낀 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없다. 즉, 어느 정도 알려주지 않으면 해당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 답을 맞히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드라마를 잘 보면 궁예 앞에서 기침을 했다가 마구니가 끼었다고 끌려가서 능지처참당하는 장수도 마지막까지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르는 눈빛이다.
회사에서 부하 직원에게 업무에 대해 교육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어디 한번 내 마음을 맞춰봐' 식의 접근은 그 직원의 흥미와 열정을 뺏을 수 있다. 수영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 수영을 못하는 사람을 바다에 던지면 수영을 빠르게 배울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그 직원은 수영을 배우기도 전에 허우적거리다가 고통만 받고 결국 빠져 죽고 말 것이다.
운이 좋아서 수영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친다 할지라도 그것은 그 자신만의 방법이므로 업무 표준화와 인수인계가 어려울 것이다. 즉, 그렇게 얻은 지식과 경험은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단편적인 지식으로 끝날 수 있다. 결국 구 사람도 부하에게 수영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물에 빠뜨리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수영을 배운 부하 직원은 사실 상사도 수영을 할 줄 몰라서 자신을 바다에 던진 사실을 넌지시 알고 있다. 그렇게 될수록 부하가 상사를 존경하고 따르는 마음이 점차 사라지게 되고, 그럴수록 상사는 조직을 경험과 지식으로 통솔하기보다 권력과 힘으로 짓누르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다.
상사는 차분하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해야 하고, 상사는 이런 지식 전달을 위해서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가르칠 새로운 지식과 방법을 찾아서 연구하고, 아랫사람은 체계적으로 업무를 배우게 될 것이다. 윗사람이 먼저 공부하고,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어야 조직과 사람이 행복해진다.
▼ 조훈희 작가의 출간도서 "밥벌이의 이로움" 찾아보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97173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