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회사생활이 재밌나?"
회사에 입사한 지 몇 달 안된 날이었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던 내 앞에 부사장님께서 오셔서 수저를 들면서 물어보셨다. 안 그래도 날도 덥고, 일도 힘든 날인데 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회사생활은 원래 재미없는 것이 정상 아닌가요? 우리가 여행을 가거나 놀이동산을 가거나 쇼핑을 하는 것처럼 돈 쓰는 일은 재밌잖아요. 반대로 회사는 재미가 없으니까 돈을 주겠죠."
지금 생각해보면 부사장님께서 다행히도 그 대답을 신입사원의 패기 정도로 생각하시고 흥미를 느끼셨는지 다시 물어보셨다.
"그럼 자네는 이 회사에서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부사장님은 이미 '나처럼 CEO 가 되고 싶다고 말해!'라는 메시지를 보내시며 심각한 상황에서 매번 보여주셨던 습관처럼 두 손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면서 왼쪽 눈을 조금씩 떨고 계셨다. 그러나 내 혓바닥은 이미 눈치 없이 춤을 추며 말했다.
"정년까지 다니면서 애들 대학교 학비 지원받는 것입니다."
나를 포함한 모든 회사원들은 오늘도 회사의 사랑을 얻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을 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순간 회사원들은 사랑했던 회사를 미워하기 시작한다. 마치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상대에게 고백을 했다가 거절을 당한 사람처럼 말이다. 그리고는 회사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불행의 미궁에 빠져버린다. 사랑 고백을 거절당하고 오랜 친구로 남아서 영원히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같이 말이다.
그렇지만 더욱 슬픈 사실은 회사인 법인은 사람인 자연인과 다르게 감정이 없기 때문에 당신이 회사에게 느끼는 사랑과 행복, 미움과 슬픔 그 자체를 느낄 수 없다. 그래도 회사원들은 회사도 날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혼자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을 한다. 그래서 회사를 사랑하는 것은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처럼 힘들고, 그 사랑을 통해서 행복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회사에서 행복을 찾고 싶을 때면 퇴사하는 그 날을 상상해본다.
퇴사하고 사회에 혼자 나오게 된다면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직장 경력을 살려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나 역시 퇴사 후의 미래는 어둡지만 그 미래를 조금 더 밝게 하기 위해서 매일 고민한다. 퇴근 후 아이들을 보고, 밀린 설거지도 하고, 쌓여있는 빨래도 해야 하는데 따로 시간을 내는 것은 잔인한 일이지만 퇴사 후의 나를 위해서 공부하고 노력할수록 지금 회사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행이 딱 노력한 만큼씩 줄어든다.
이렇게 조금씩 노력해서 두려움과 불행이 완전히 없어질 때쯤이면 그때는 드디어 '회사에서 재미있었어'라고 스스로 도닥이며 즐겁게 퇴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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