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여행을 혼자 간다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다녀온 여행이 모두 친구와 함께한 것이기도 했지만, 경치를 혼자 보는 것보다는 친구와 함께 공유하는 것이 더 즐거웠고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친구와 함께하는 것이 덜 심심했기 때문이다. 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소중한 친구들과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환상적인 곳이라도 혼자라는 것을 상상해보면 그다지 즐겁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최근부터는 친구와 가는 것이 정말 좋았긴 했나..?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들기 시작했다. 물론 친구와 함께해서 즐거웠던 기억도 많고 아직도 그 친구들을 만나면 여전히 여행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한다. 그렇지만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항상 다툼이 있었고 그로 인해 내가 원하는 걸 못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그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 준 것은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 때였다. 죽마고우 친구와 그 친구 2명과 함께한 여행이었는데, 나와 내 친구는 유럽 경험이 한 번도 없었고 그 두 명은 고등학교 때 한 번씩 갔다 온 경험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적으로 그들에게 의존한 여행이 되었는데,그 결과는 최악이었다. 성격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내 친구와 나는 이 유럽여행을 위해서 스스로 돈을 벌었던 반면에 이 두 명은 부모님이 보내줬다는 것. 이것이 제일 결정적이었다.
이 둘은 우리처럼 최대한 돌아다녀야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힐링으로 생각하고 온 여행이었다. 아는 것이 없었던 나는 어쩔 수없이 그런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고, 환경에 익숙해진 뒤에는 크게 싸운 뒤 각자 갈길을 가게 되었다. 이 일 덕분에여행 특히나 이렇게 언제 다시 갈지 모르는 장기여행은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사이일 때만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물론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죽마고우 친구도 그리고 나 역시도 타지에서는 의외의 모습 때문에 중간중간 싸우기도 했다. 그래도 애매한 친구와 정말 친한 친구와는 확연한 차이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싸우고 나서 화해를 하나 안 하나였다. 타지에서 감정이 상하면 그 정도는 평소보다 가히 폭발적이었고 화해로 이어지기가 여간 쉽지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친한 친구도 어찌 보면 똑같은 것이, 자주 가는 국내라면 상관이 없었지만 꼭 가보고 싶어 간 곳에서는 모든 것을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배려는 필요했고, 그 결과 내가 원하는 여행을 못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 오면 서로 알게 모르게 배려를 해주다 불만이 커져가는 것이지만, 친한 사이는 서로 편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기에 이 역시도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으면 불만은 커졌다. 그저 친하기 때문에 아쉬워도 배려를 해주는 것뿐이었다.
지금까지 친구들과 여러 번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여행 스타일은 계획적이든, 즉흥적이든, 또는 여유로움을 원하든 빡빡한 활동을 원하든, 세부적으로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원하든, 음식을 중심으로 원하든, 사람을 중심으로 원하든 등 정말 다양하게 자신만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나와 잘 맞는 친구를 찾기는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외여행을 막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혼자 여행하는 분들을 보면 용기가 대단하다고만 생각했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나만을 위한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중이다. 정말 잘 맞는 친구가 있다면 당연히 함께 가겠지만, 적어도 나는 여행에 있어서는 친구들과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하다와 여행 스타일이 맞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지 않을까.. 하다.
요즘은 해외에서도 실시간으로 모임이 많이 있는지라 좀 더 폭넓게 여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모임을 잘 활용하면 좋은 점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찾기 쉬우니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이다. 혼자 여행을 가도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함께할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여행을 오롯이 즐겨볼 수 있으니 혼행도 참 매력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