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말에 대한 센스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아이가 걱정이 되서, 혹은 불안해서, 때로 잘못된 행동은 아니지만 조금은 애매한 지점이어서 말해줘야 할때, 엄마로서 너무 단정적이진 않은 말투로 부드럽게 나의 진심을 전하고,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끔 자연스럽게 스며되는 그런 말 한마디를 해주고 싶은 때가 참 많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나의 바램과는 달리 너무 뻔한 당위적인 말만 하고 있는 나를 본다. 이건 하면 안된다거나, 그건 나빠와 같은 당위에만 갇혀있는 그런 말들. 명확하게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그런 경우라면 당위적인 말이 적절할 수 있겠지만, 좀 더 스스로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그런 애매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자기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매번 표현을 고민하지만, 고민하면 고민할수록 내 말은 점점 장황해지고 생각은 커녕 메세지조차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참사가 벌어지는 것이다.
(흠.. 지금 내가 딱 그 당위와 장황의 늪에 빠져 있다 ㅠㅠ)
아무튼 그래서 책이나 인터넷에서 센스있는 말표현이나 글을 발견할때면, 아~ 저렇게 말할 수도 있구나 하며 진심 감탄하게 된다. 그런 센스가 없는 나는 스크랩이라도 해두고 암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모아본 몇가지 스크랩들이다.
첫번째는, 네이버 웹툰(꼬모소이 작가님의 드로잉레시피) 에서 보고서 마음에 들어 캡쳐한 내용.
내가 원하는 쉽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말이 바로 이런 표현이다. 나도 이런 엄마의 말을 듣게 되면, 자연스레 한번쯤 '틀'에 생각해 보게 될 것 같다.
두번째 스크랩은, 예전에 한 커뮤니티에서 보고 정말 감탄했던 내용이었다. 꽤 유명한 에피소드라 기사화도 되었던 내용이라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올려본다.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이렇게 센스있게 설명은 커녕, 그냥 말문이 막혀 "그런 얘기 하면 안돼" 하며 연신 죄송하다고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내용을 보면서 보면서 저 아이 엄마의 순발력과 말 센스가 진심으로 부러웠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저런 말 센스를 얻을 수 있을까?
마지막은 예전에 그림책 강의를 듣기도 했었던 표유진 편집자님의 인스타에 올라왔었던 내용이었는데, 올려진 피드를 찾을 수 없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이가 5살쯤 이었을 때 창문이 그려진 스케치에 색칠을 하는데, 색칠이 삐죽삐죽 튀어나와서 망쳤다고 속상해하는 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엄마는 햇빛이 창문에서 비쳐 보이는 모습 같은걸. 너무나 예쁘기만 한걸" 그렇게 얘기하는 내용이었다. 기억에 의존하다보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그걸 보면서 아이의 서툰 모습도 어쩌면 저렇게 예쁜 말로 위로해 줄 수 있을까 감탄을 했었다.
그럼 나의 모습은 어떠하냐고?
어제 코니는 친한 친구가 알려준 유튜브에서 종이로 재밌는 여러가지 것들을 만들 수 있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유튜브에는 종이 키보드라든가, 수퍼마리오 미니 게임기 같은 것들을 A4지로 만들 수 있도록 도안을 제공하고, 아이가 따라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알려주는 콘텐츠의 유튜브였는데, 이게 은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제대로 반듯하게 만들려고 하면 꽤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었다. 만들고 싶었던 종이키보드는 그래도 쉽게 만들었는데, 두번째 수퍼 마리오 미니 게임기는 생각보다 튼튼하지도 않고, 엉성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것에 완벽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코니는 그런 욕심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아예 포기를 해버리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망했어, 망했어, 나는 안돼" 하고 있는 코니를 보며 엄마인 나는 너무 안타까운 것이다. 한번 더 만들어보면 좋을 텐데, 그러면 더 나아질 텐데. 말센스 없는 나는 머릿속에서 열심히 이것저것 적당한 표현을 찾아보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결국 내 식대로 하기로 한다.
"괜찮아, 한 번에 원하는 만큼 잘 안되는 것도 있어. 엄마랑 다시 한번 만들어보자"
그리고 다시 프린트를 해왔다.
코니가 원했던 튼튼함을 위해 종이를 좀 더 겹대어 만들기로 하고, 좀 더 깔끔한 디자인을 원해서 마카를 이용해 컬러감을 살펴보기로 했다. 아래 휠이 돌아갈 때마다 자꾸 이리저리 움직여서 잘 돌아가지 않아서, 휠이 연결된 기다란 막대 부분을 게임기 본체에 고정시킬 수 있도록 양 끝에 테이핑을 해보기로 했다.
엄마가 좀 독려해주니 다시 한번 해보는 코니.
그리고 완성된 코니의 2번째 작품 (사실 세번째 도전이다. 첫번째는 아예 망했었다 ^^;;)
다시 만든게 꽤 맘에 들었는지 아빠에게도 해보라고 준다.
우리집 강아지도 관심이 가는지 게임 하고 있는걸 들여다 보고 있다. ^^
옆에서 이런 때를 놓치지 않고, 오늘의 경험을 잊지 말라고 얘기해준다. 그리고 그럴 듯하게 오늘의 경험을 '마리오 법칙'이라고 이름까지 지어본다.
"자 잊지마, 한번에 안되는 수가 있어. 그럴 때는 점검해보고 보완해서 다시 해본다. 오늘 만들었던 마리오 게임기를 따서 이걸 '마리오 법칙'이라고 기억해 보는야"
금새 기분이 좋아진 코니는 "응, 응, 마리오 법칙" 하고 따라한다.
그리고 그날 코니는 자신감이 붙었는지 다마고치도 도전해 완성했다.
심지어 2번째 다시 만들어서 좀 더 완성도 있게 스스로 만들어 본다.
이럴 때 놓치지 않고 폭풍 칭찬을 해줘야 한다.
"와, 대단해. 한번도 힘든데 2번째 도전까지 해서 훨씬 좋아졌어, 우리 딸 대단해"
아이가 10살이 되어도 여전히 서툰 엄마인 나는 더 예쁜 말로 아이에게 얘기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결국 센스 있는 말 표현은 찾지 못하고, 내 식대로 엄마의 진심을 전할 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엄마의 서툰 표현도 내 아이에게는 잘 들어맞는 것도 같다.
오늘도 초보 엄마인 나는 육아 고민을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은 그만큼 또 나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리라 믿어보는 것이다. ⓒ mumurae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