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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인가

너를 추측하는 매 순간이 오해일지라도

by 분노의포도

곰들과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그들의 영혼에 사로잡혔다.


야생의 곰보다 몸집이 훨씬 작아 보인다


작년과 올해, 두 차례 곰 농장에 다녀왔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철창을 벗어난 적 없는 반달가슴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채, 굶주리고 병들어 야생곰에 비해 몸집이 작은 곰들. 웅담채취용으로 사육되는 곰, 사육곰을 만났다.



‘사육곰’, 녹색연합이 대응하는 의제 중 하나다. 녹색연합 활동가인 나는 사육곰 활동에 대해 툭 건드리면 좔좔 이야기할 정도지만, 그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느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 것에 가깝다. 나에게 ‘사육곰’은 후원자와 시민을 설득할 정보였고, 시급히 해결할 환경 이슈 중 하나였다.



눈이 마주친 순간. 곰의 콧김이 후욱 끼칠 정도로 가까이에서. 나는 엉뚱하게 레몬과 루돌프를 떠올렸다. 가장 긴밀하고도 열렬히 소통하고자 하지만 영원한 불통의 관계에 있는 종. 그럼에도 나의 개를 통해 알았다. 다른 종을 이해하고, 또 나름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는 마음과 과정은 무척 아름답다는 걸. 개가 갸웃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때 그의 의도가 무엇이든 나는 우리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너를 추측하는 매 순간이 오해일지라도, 열렬한 사랑의 감정은 심장부터 모세혈관마다 뜨겁게 흐른다. 너에게 최고를 줄 수는 없을지라도 최선을 다할게라는 다짐이 사랑이라는 걸 안다.



농장을 떠나며 곰들에게 나지막이 인사했다. ‘내 일을 할게. 더 나은 삶을 하루라도 살도록. 뜬장 보다는 바닥을, 푹신한 흙을 밟도록. 다시 올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은 사랑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사리를 꼭 움켜쥐고 먹는 곰


곰을 구출할 비용을 모금해야 한다. 작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는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부담과 업무량에 숨이 차지만, 그래도 끝까지 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성공을 기대하는 황홀감을 동시에 삼키며 가야 한다. 이 약속에는 전략이라는 말도, 명분이라는 말도 없다. 동물의 권리니 복지니, 시혜니 하는 쟁점도 없다. 그저 우리의 마주침, 그리고 내가 느낀 사랑이라는 마음이 있다.



202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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