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버더레스 Jun 02. 2024

스티커 자국

스티커 자국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끈끈이가 얼마나 강력한지 그 자국은 계속 차 뒷면 유리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녀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 그랬다. 

분명 다 뗀 줄 알았는데 너무나 많은 곳에 그녀의 스티커 자국들이 남아있다.

어디든 아주 찐하게... 어디든 아주 옅게 향기처럼 남아있다.

더 떠보려 하지만 쉽지 않고, 이제 적응된 곳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자국을 보며 침을 발라

쓱쓱 문질러보고 자리에 앉는다.


이렇게 떼어질 스티커였으면 붙이지도 말걸 하는 후회스러운 자조의 목소리를 섞어본다.

예전엔 잘 뗴졌던 스티커도 요즘은 날이 더워져서 그런지 점점 한번 붙이면 떼기가 어렵다.

떼어도 한 번에 떨어지기는커녕 흰 부분만 잔뜩 남아 박박 문질러야 될 지경이다.


아무리 여행을 다녀오고 운동을 해도 떼어지지 않는 그녀와의 기억들 

남기고 싶어서 남기는 것이 아닌데 남긴 자국이 흰 옷에 물들어버린 커피 자국처럼 언제나 그곳에 

남아있을 줄이야...


이제는 진절머리가 날 때가 오겠지... 하지만 그전까지는 여전히 스티커자국에 스트레스받겠지... 라며 그냥 체념해버려야 하나 싶다. 


너의 기억은 여전히 자국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을 잊지 못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지우지 않아 남겨진 스티커 자국 


작가의 이전글 떠나는 것은 어렵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