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자국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끈끈이가 얼마나 강력한지 그 자국은 계속 차 뒷면 유리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녀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 그랬다.
분명 다 뗀 줄 알았는데 너무나 많은 곳에 그녀의 스티커 자국들이 남아있다.
어디든 아주 찐하게... 어디든 아주 옅게 향기처럼 남아있다.
더 떠보려 하지만 쉽지 않고, 이제 적응된 곳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자국을 보며 침을 발라
쓱쓱 문질러보고 자리에 앉는다.
이렇게 떼어질 스티커였으면 붙이지도 말걸 하는 후회스러운 자조의 목소리를 섞어본다.
예전엔 잘 뗴졌던 스티커도 요즘은 날이 더워져서 그런지 점점 한번 붙이면 떼기가 어렵다.
떼어도 한 번에 떨어지기는커녕 흰 부분만 잔뜩 남아 박박 문질러야 될 지경이다.
아무리 여행을 다녀오고 운동을 해도 떼어지지 않는 그녀와의 기억들
남기고 싶어서 남기는 것이 아닌데 남긴 자국이 흰 옷에 물들어버린 커피 자국처럼 언제나 그곳에
남아있을 줄이야...
이제는 진절머리가 날 때가 오겠지... 하지만 그전까지는 여전히 스티커자국에 스트레스받겠지... 라며 그냥 체념해버려야 하나 싶다.
너의 기억은 여전히 자국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을 잊지 못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지우지 않아 남겨진 스티커 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