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니 한다.
이유가 있었겠지
나보다 조금 더 매력적이라던가? 아니면 내 성격보다 좋았다라던가?
뭐 그런 이유가 있었겠지...
사랑은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그날은 웃으면서 세상 모든 걸 함께 할 것 같던 사람도
다음날이면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하며 사랑은 믿음의 영역이 아닌
사유와 이유의 영역으로 바뀌었다.
그러려니 한다.
예전에 화났던 것들이 지금은 그리 화낼 일이 아니라는 슬픈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사랑에 이유는 있다.
무엇이든 사랑에 빠질 만한 이유가 강력했기 때문인 것.
사랑이 서러워지고 어려워진다.
그냥 그러려니 해서 그런 거겠지 하며 차가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휘저었다.
적산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이곳에 나무향기가 아메리카노 향기처럼 진해지는 비 오는 어느 날
당신에게 주던 편지와 수채화 같은 꽃다발이 무용해지는 순간.
이제 난 그냥 그러려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