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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버더레스 Oct 03. 2024

창 앞에서


한참을 걸어 나갔더니 복도 끝에 창이 하나 나있었습니다. 30초도 걷지 않았던 것 같은데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어요. 복도는 생각보다 어두웠습니다.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았죠.


빛이 들어오지 않는 복도는 언제나 지루하기 마련입니다.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있던 503호의 담배 찐 내와 옆집 아가씨의 샤넬 향수의 냄새가 섞여 꼬릿하고 쾌쾌한 냄새가 나는 복도였습니다.


창이 얼마나 반가웠던 지 창을 향해 사진기를 드리웠죠.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역할을 했겠지만 사진을 찍혀보기는 처음일 겁니다.


창도 제가 사진을 찍는 걸 부끄러워했죠. 창문 하나를 떡하니 열고 휴일이라고 모처럼 조용한 복도를 보며 쨍한 어느 가을의 따스함을 열심히 받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자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지켜봐 왔을 창은 제 걸음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가만히 지켜보다 나왔습니다.


한 계절이 지나고 다시 그 창 앞에 다시 서 그 속에 비친 저를 보면 인사하고 와야겠습니다. 

"잘 있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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