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실한 베짱이 Jun 10. 2019

시간관리의 결과 '칼퇴' 그리고 '점심시간'

시간이라는 걸 관리하기 시작했다.

<Quiz!>

'회사', '가족', '나'

이 세 가지를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해 보시오.


'가족'이 제일 중요한 사람이 있다. '나'가 제일 중요한 사람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난 한 가지는 확신한다. '가족'과 '나'를 제치고 '회사'를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아닌가?


그럼 당신만 빼고 회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거라 확신한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할까?


(회의 시간에 내 비전과 사명을 읽고 있었는데...)

(비꼬듯) 과장님! 뭐야? 회사 비전이야? 와~ 진정한 oo인이네.

(진지충처럼) 너는 비전과 사명이 있니?

뭐래... 앞에 봐요 ㅋ


(회의 시간에 팀장님이 하신 말씀)

고기를 더 준다고 부모를 바꿀 수 있나요?
더 잘살게 해 준다면 나라를 바꿀 수 있나요?

나는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야근으로 인해 친구들과의 약속에 늦은나)

미안, 미안. 늦었다. 갑자기 팀장님이 일을 시키는 바람에...

(이렇게 말하면서 '나 야근하는 사람이야!'라는 약간의 뿌듯함을... 느낀다.)


자신의 비전은 세울 생각이 없고 회사의 비전만 외우도록 강요당하는 너.


회사를 부모, 나라와 동일 시 하는 팀장.


야근을 했다고 불평불만하지만 속으로 약간의 뿌듯함을 느끼는 나.


과연 회사가 '가족'보다, '나'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을까?




ㅣ직장인이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


'나'와 '가족'이 더 중요하다면, 회사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나와 가족을 위해 써야 한다.


'저... 회사에서 주는 돈으로 가족들이 먹고 사니... 회사에 쓰는 시간도 가족에게 쓰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삼켜버리자.


그렇게 따지면 똥 싸는 시간도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니 가족을 위한 시간이고 술 마시는 시간도 회사의 인간관계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니 가족을 위한 시간인가.


어쨌든, 중요한 건 회사에 빼앗기는 시간보다 나와 가족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한 번 따져봤다.



일주일간 회사에 있는 시간은 45시간이었다. 야근을 한다거나 회식을 하면 52시간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그중 나에게 쓰는 시간은 점심시간 5시간, 휴식시간 5시간 정도다.

일주일간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은 퇴근 후 약 1시간 정도 씩 5시간 정도에 주말 20시간 정도다. 이 시간도 주말 시간 전부를 가족들과 보냈을 때 가능하다. 좀 쉰다거나, 친구들 만나는 시간을 주말에 갖는다면 이 시간은 줄어든다.

일주일간 나에게 쓰는 시간은 공식적으로 없다. 점심시간 5시간과 회사에서의 휴식 시간을 가져오니 간신히 10시간 정도 생겼다.



젠장. 큰일이다. '이러다 회사에 뼈를 묻고 피를 뿌리는 상황까지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가족이 중요하고 내가 우선이라 외쳐도 나에겐 회사가 제일 중요한 존재구나. 통계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10년 후 내 모습이 지금 내 앞에 있는 김 부장이구나. 그것도 최고의 퍼포먼스와 평판을 유지했을 때 말이다.


슬픔이 밀려왔다. 위장에서부터 솟구치는 불편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ㅣ시간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일주일에 단 한 시간도 없었던 내 시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아침 5시에 일어나기로 결정했다.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2시간을 확보하였다. 지금은 4시에 일어나고 있다. 3시간을 확보했다.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먹지 않는 날도 있다.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마치 내가 작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지금도 3자의 시점에서 날 바라보는 상상을 하며 글을 쓰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을 바라보며, 커피 향을 느끼며 한 모금 마신다. 고민을 하다 무슨 생각이 난 듯 자판을 두들긴다. x라 멋지다.


회사에서는 휴식 시간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짧게 쉬던 시간을 합쳤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째로 나에게 부여했다. 오전에 1시간, 오후에 1시간. 상황에 따라 못 갖는 날도 있다. 그러나 해보니 일주일에 2~3번은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면 상사가 찾지 않냐고? 당신은 상사가 찾을 까 봐 이렇게 못하겠나? 그건 당신과 내가 바라보는 지점이 달라서이다. 저번 화에서 말하지 않았나? 난 퇴사를 목표로 회사를 다닌다.


휴식 시간을 합칠 수 있었던 이유는 시간 관리 툴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처음 사용했던 건 구글 캘린더회사 다이어리였다. 다음으로 사용했던 건 '노즈비Nozbe'였다. 지금은 '3p바인더'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간관리 툴을 통해서 휴식 시간을 합칠 수 있었다. 중요한 일, 생산적인 일에 통째로 시간을 배정하여 생산성을 높였다. 중요하지 않은 일은 한데 모아 일주일에 한 번 처리했다. 시간이 점점 절약되었고 내 시간을 점점 확보할 수 있었다. 어떤 날은 4시간 정도만 일하면 모든 일이 다 끝날 정도였다.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시간이 많았다. 눈 앞에 닥친 급한 일을 제일 먼저 처리했다. 그러다 시간이 생기면 중요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팀장님이 불러 일을 시키면 그 일을 했다. 정신없이 일을 하는데도 생산성이 높지 않았다. 매일 루틴 한 업무만 꾸역꾸역 했다.


칼퇴는 해야겠기에 바쁜 날은 1분도 쉬지 않고 일했고, 바쁘지 않은 날은 인터넷 쇼핑, 웹툰을 보거나 동료들과 노가리나 까면서 시간을 때웠다. '오늘 왜 이리 시간이 안 가지?'라는 말을 무슨 훈장처럼 입에 달고서 말이다.




ㅣ가족과의 시간을 확보하다.


칼퇴를 지상 최대의 과제로 삼았다. 난 사무실에 8시 57분에 들어오고, 6시 01분에 나간다. 물론 감사 기간에 걸렸다거나 사업계획 시즌일 경우 야근을 한다. 야근은 7시가 넘어간 적이 거의 없다. 야근이라 부르기 민망하다.


술을 줄였다. 내가 만드는 술자리는 없다. 회식을 해도 9시 전에 끝내고 집에 간다. 그리고 회식을 하자고 하면 싫은 티를 낸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난 "오늘 회식이다!"라고 팀장님이 말하면, "아유~ 전 좋습니다!"라고 말한다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퇴사를 목표로 회사를 다닌다.


주말에 쉬고 싶었다. 이 마음을 없애 버렸다. 죽으면 평생 쉴 수 있다. 주말에 최소 아이들 각각에게 4시간 이상 투자한다.


난 밴드를 하나 하고 있다. 한 달에 2번 정도 연습을 한다. 연습 시간이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3시였다. 오전 7시로 연습 시간을 옮기자고 강력 제안했다. 그래서 일요일에 새벽 4시에 일어나 7시에 밴드 연습을 하러 간다. 참고로 난 보컬이다. 목이 잠기지만 상관없다.




ㅣ난 하루에 27시간을 산다.


새벽 4시부터 7시까지 없었던 시간이 나에게 생겼다.

내 하루는 27시간이다.


점심시간이 내 평일 하루 중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 되었다. 어쭙잖게 사내 네트워크나 만들고 다니는 시간을 나에게 투자했다.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올라갔다. 그래서 새로운 일도 끊임없이 시도한다.


뭘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동료들과 노가리나 까는 그런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이제 내 시간을 능동적으로 확보하여 새로운 것을 생산해 내려하는 '스스로를 고용한 자'가 되었다.

이전 08화 '상사의 인정'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