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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Nov 17. 2019

목표설정의 결과 '중요한 일' 그리고 '변화'

겨우 겨우 일어나 출근을 한다. 피곤이 밀려온다. 어제 넷플릭스를 너무 늦게 까지 봤다. 워킹데드는 왜 이렇게 재밌는 거냐. 한 편만 보고 자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다행히 지각은 아니군. 컴퓨터를 켜고 로그인을 하고 메일함을 열어 본다. 받은 메일함 1024개.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급한 메일에 답장을 하고 메신저를 켠다. 동기들과 약간의 잡담을 나눈다. 그리고 오늘 저녁 술 약속도 함께 잡는다.


오늘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본다. 바로 정리해서 타 부서에 넘겨야 할 데이터가 있다. 그냥 추출하는 거라 어렵진 않지만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 이거 먼저 하자. 데이터 베이스에 접속해 조건을 넣고 데이터를 뽑는다. 워낙 양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운되는 동안 웹서핑이나 좀 하자. 아... 유진박 매니저 내가 해주고 싶을 정도다. 아... 살인 사건이 정말 잔혹하군... 1시간이 후딱 지나버렸다. 다운되었는지 본다. 음.. 다운이 다 되었군. 엥? 로그아웃이라고?. ㅜㅜ 다시 해야 하는 구만. 젠장. 다시 추출한다. 이번엔 그냥 기다려야지.


동기에게 메시지가 온다. 오늘 점심 뭐 먹냐고? 흠... 고민이군. 오랜만에 중국집? 떡국? 대구탕? 왠지 쌀국수가 당긴다. 그래 쌀국수다.


다운이 다 되었다. 보기 좋게 정리해서 타 부서에 넘기니 점심시간이다. 점심 먹고 오후에는 손익 보고 자료를 만들어야겠다. 내 업무 중에 제일 중요한 거니 제대로 한번 만들어 봐야지.


오후다. 좋아. 시작해 볼까. 한 30분쯤 났을까... 팀장님이 날 부른다. 이 과장. 이거 뭐지? 판촉물이 무슨 문제가 있나? 한 번 체크해봐. 팀장님이 시킨 일이 제일 중요하다. 이거부터 해야겠다.

아! 오늘까지 파쇄 서류 수량 파악해야 하지. 깜빡했다. 지금 해야겠네.


전화가 온다. 판촉비 영달 오늘 되나? 네? 그거 내일 하려고 했는데. 오늘 안 돼? 지금 우리 돈 없어. 그럼 오늘 내려 보낼게요.


아... 돈 이야기하니까 생각나네. 오늘 태블릿 지원비도 작업해야 되는구나. 손익 보고 자료는 내일 해야겠다. 급한 거 먼저 해야겠다.


아... 오늘 야근이네... 저녁 약속 있으니 7시까지는 끝내보자.


휴... 오늘도 정말 정신없이 일했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월급이나 좀 올려줬으면 좋겠다.



ㅣ목표가 없다.

열심히 무언가를 했지만, 과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닌데! 나 목표 있었는데!

회사 생활 편하게 하다 늦지 않게 승진하고 잘리지 않고 오래 일하는 건데!


목표라면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샌가 이런 목표인 듯 목표 아닌 그런 목표를 가지고 살았다.

'목표? 중요해? 나도 없는데? 그리고 삶의 목표는 행복 아니야 다 행복하려고 사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내 주변에도 널렸다. 그런데 과연 목표가 없는 게 그냥 일상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넘길 수 있는 건가? 그리고 행복은 목표가 될 수 있을까?


목표가 없으면,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정작 중요한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퇴근한다. '나'는 없어지고 회사만 남게 된다. 그렇다면 행복을 목표로 잡으면 해결 될까? 그렇지 않다. 행복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위해 산다'라는 말은 '난 지금 행복하지 않다'라는 말과 같다. 현재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을 목표로 살고 있는 것이다. 아니다. 난 지금 행복하다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럼 그 사람의 목표는 행복이 아니다. 지금 행복한데 무슨 행복을 목표로 삼는가.


행복은 도달해야 할 지점이 아니다. 행복은 점이 아닌 선이나 면에 가깝다. 항상 내 옆에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옆에서 내가 느끼고,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맞이해야 할 어떤 순간이 아니다. 바로 지금 행복해야 한다.



ㅣ퇴사가 목표다.

새벽 4시. 알람이 울린다. 운동을 하고 일기를 쓰고 명상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일찍 일어난 만큼, 아침을 여유롭게 사용하고 출근한다. 


출근하면, 레몬그라스를 한 잔 준비하고 하루 시간을 배분한다. 오늘 해야 할 업무 리스트를 작성한다. 10시 30분까지 루틴 한 잡무를 처리한다. 부장, 팀장에게 몇 가지 보고를 한다. 난 11시 보고를 선호한다. 곧 점심시간이라 강제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콤팩트한 보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시에 보고를 하면 팀장의 업무관과 우리 사업본부의 나아갈 길에 대해 1시간가량 들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오늘 점심시간에는 아침에 완성하지 못한 브런치 글을 쓰기로 했다. 카페에 앉아 커피 향을 음미하며 1시간가량 글을 쓴다. 사무실로 들어와 2시까지는 블로그를 관리하거나, 새로운 매거진 및 글감을 기획한다.


2시부터 5시는 주요 업무 시간이다. 이 시간엔 웬만하면 전화도 받지 않는다. 오늘은 수수료 개정안 보고 자료 초안을 만들어 보고 하기로 했다.


집중해서 업무를 하니 30분 먼저 보고서 초안이 완성되었다. 동기와 휴식을 취하러 나간다. 30분 정도 주변을 산책하고 돌아온다.


5시부터는 이메일을 정리한다. 답장이 필요한 메일에는 답장을 하고, 추후 처리가 필요한 사항은 다이어리에 기재해서 내일 업무 시간에 배분하도록 한다. 받은 메일함은 항상 '0'이다.


벌써 6시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어서 가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어야겠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냈다. 아내와 아이가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궁금하다. 어서 집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ㅣ중요한 일

목표를 설정하고, 중요한 일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서 나만의 다섯 가지 기준을 세웠다.


1. '중요한 일'을 '먼저'한다.
2. '주요 업무 시간'을 '통째로 확보'한다.
3. '잡무'는 매월 첫째 주와 마지막 주로 몰고, 아침 1시간, 퇴근 전 1시간을 이용해 처리한다.
4. '이메일 정리 및 답장'은 퇴근 전 1시간을 이용한다.
5. 시간이 생긴다면 적극적인 여가에 투자한다.


목표가 없을 때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었다. 일을 깜빡하는 경우가 많아 항상 급한 일이 생긴다. 갑자기 팀장이 일을 시키면 그 일을 한다. 쉬지 않고 바쁘게 일을 하지만 급한 잡무만 처리하고 퇴근을 하게 된다.


그러나 목표가 확고히 정해지면,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주요 업무에 시간을 통째로 배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고 당연히 효율과 퀄리티도 높아진다.


주요 업무가 명확해졌다는 것은 잡무도 명확해졌다는 뜻이다. 잡무는 몰아서 하면 몰아서 할수록 효율이 높아진다. 내 목표를 이루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루틴 한 일상 업무들은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효율적으로 최대한 빠르, 실수 없이 처리하면 된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면 예전보다 투자하는 시간은 적은데 퀄리티는 올라가게 된다. 버리는 시간, 고민하는 시간, 수동적인 시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로써 생기는 시간은 적극적인 여가를 즐긴다.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한다.친한 사람들과 차 한잔 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는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각자 꿈와 목표가 다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계속해서 수정해 나가야 한다.


나는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는 기준을 세 가지로 정했다.


1. 마케팅 능력을 키워 주는 일

2. 글 쓰는 능력을 키워 주는 일

3. 기획하고 개선하는 일


퇴사 후 '무언가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부서가 마케팅 부서이니 어느 정도 일을 하며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글 쓰기는 퇴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다. 글을 쓰면 자기 삶의 통제력이 늘어나게 되고 자신의 경계가 넓어지게 된다. 또한 어떠한 분야든 글쓰기 능력은 반드시 도움이 된다. 글쓰기라는 것은 무언가를 매력적으로 구성하고 이해하기 쉽게 배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하고 개선하는 일도 퇴사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일이다. 퇴사를 하면 나 스스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진다. 회사를 다니며 이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목표를 설정하면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보인다. 단지 그것 만으로도 내 시간은 중요한 일에 쓰인다. 수동적인 생각으로 시간을 버리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예전의 내가 우왕좌왕 하며 시간을 버리고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중요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남는 시간에 적극적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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