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떠한 특별한 기능을 하고 있는지 다른 기관들은 알지 못하는, 나만 없으면 이상해서 존재하긴 하지만 희미한 그런 존재.
특히 우리 회사처럼 오프라인 영업으로 성장곡선을 그려낸 FMCG 분야라면 더 그럴 것이다. 마케팅에서 영업으로 이동하며 내가 느낀 제조업에서/영업에서의 자사몰 특징을 말해본다.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일반적으로 빠르게 소비되고 저가의 대량생산 제품을 가리킴. 식음료, 공산품, 그리고 소비용품 등이 이에 포함되며, 샴푸나 세제와 같은 고주기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제품들
1) 매출이 무조건 1위
자사몰이 영업부에 속해있다면 먼저 고생이 많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물론 나에게도) 영업 소속인만큼 모든 것은 매출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자사몰이 쿠팡, 컬리와 같은 채널과 견주어 대결할 수 있을까? 자사 제품밖에 없을뿐더러 다음날 바로 배송이 오는 속도전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영업에 속해 있다면 매출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부분에서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뒤에 가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자사몰은 비단 ‘매출’ 만을 바라보고 운영해야 하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를 하는데도 한계가 존재한다. 물론 ROAS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노출/인지도 확대를 위해서는 일정 비중의 광고비는 투자할 수 있었던 마케팅 부서와는 달리 효율중심의 영업에서는 ROAS가 보장되지 않으면 광고를 집행하기가 어려웠다.
한 번의 광고만 보고 고객에게 각인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출형 광고를 통해 인지가 되고 그 이후 구매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설득해야 하는 단계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당장의 노출형 광고에서 ROAS가 낮을 순 있으나 장기적으로 해당 고객이 리텐션이 높은 고객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이런 노출형 광고가 어렵다면 트래픽 확보를 위해 최저가 공식몰로 포지셔닝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또한 타 부서 및 오프라인 부서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 자사몰에서 포지셔닝을 잡는 게 가장 어려운 과제이다.
*ROAS(return on ad spend) 지출한 비용 대비 수익을 의미한다
2) 채널마다 달라지는 톤&매너
온라인 사업을 확장함에 따라 여러 채널에서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느낀 문제점은 채널마다 담당자의 개인적인 주관이나 느낌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아닌 개인이 판매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자사몰에서의 톤&매너는 “친절하고 따뜻한 친구” 로 잡고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해당 톤에 맞추어 진행하고 있다. “~했습니다” 보다는 “~요” 체를 쓰고 신조어보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는 등으로 말이다.
우리 브랜드 제품을 살 때 어느 몰에서 구매하든 동일한 톤&매너를 가져간다면 소비자가 인식하는 우리의 브랜드는 일관된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영업부에서는 각 채널 담당자마다 부여된 KPI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맞춰가기가 어려웠다. 공식몰에서는 “친절하고 따뜻한 친구”의 톤으로 메시지를 보내지만 어떤 채널에서는 “존맛” 등 mz세대가 좋아할 용어로 소통하고 있었다.
고객을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동일한 톤&매너로 운영해야 한다는 나의 브랜딩적 관점과 채널별 kpi를 맞추기 위해 다를 수 있다는 영업적 관점이 충돌하는 지점이었다.
사실 이에 따른 정답은 없다. 자사몰에 어떤 부서에 속해 있는지, 회사 내규에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운영 전에 해당 부분의 방향성을 정하고 진행한다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3) 뭐든지 다한다!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내부에서 자사몰을 개인적인 요청창구로 쓰는 경향이 상당히 많았다. 플랫폼 위주의 회사를 다녔던 나에게는 공식 페이지는 무조건 고객을 위한, 앱다운을 위한 공간이었을 뿐 개인적인 요청은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실물이 배송되는 부분인 만큼 다양한 요청사항들이 많았는데
‘발신인을 000몰이 아니라 구매자 이름을 써달라’
‘수신인 이름 뒤에 000 선생님을 붙여달라’
‘선착순 이벤트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열어달라’ 등 내부의 요구가 굉장히 많았다.
사실 위의 것들을 진행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업무에 따라 고려해야 할 정책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몰이 지향하는 방향성에 맞는지 고려해야 한다.
내부에서는 우리 회사 몰인데 왜 안 되냐? 하는 의아한 시선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를 설득하기 위해 2번에서 말한 지향하는 바와 톤&매너를 단단히 설정해 두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모든 의사결정은 해당 방향성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쿠팡, 컬리가 아닌 자사몰을 써야 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조/영업부서에서 바라본 자사몰 특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물론 모든 제조업의 자사몰이 해당 구조를 지닌 것은 아닐 것이다. 영업 외에 있거나 별도의 부서로 존재하는 브랜드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몰이 지향하는 바가 매출인지 혹은 고객과 만나는 소통창구인지 등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해당 부분이 앞으로 몰을 운영하는데 방향성을 잃지 않게 해주는 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