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할말이 많네요.
얼마 전 친구와 평창에 위치한 오대산 자연 명상 마을을 다녀왔다. 그 곳에서는 밥먹고 산책하는게 할 일의 전부다. 친구와 함께 갔는데 어쩌다 혼자 1인실에 배치되어, 오롯이 나의 생각과 행동의 소음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기는 명상 마을의 목적에 집중하기 위해 냉장고조차도 전자 소음을 이유로 배치하지 않는 곳이다. 덕분에 내가 평소에 굉장히 시끄러운 곳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가만히 멍 때리다가 가져온 일기장에 혼자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회고'라는 것을 처음으로 해보았다.
일을 할 때는 큰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우리 잘했나 볼까? 못한건 뭐가 있을까' 되돌아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음에 더 잘하기 위해 회고라는 것을 한다. 하지만 내 일상에서는? 애석하게도 제대로 한적이 없었다. 내 일상의 성장도,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데! 하루 하루 일기를 쓰긴 하지만, 데이터도 데일리로 보면 분석할 수 없듯 일상도 그렇다. 모아봐야 무언가 보이지 않겠는가.
고민하다 일과 일상 / 관계 / 콘텐츠 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보았다. 첫 시도니까 너무 잘게 쪼개지 않고 당장 생각나는 꼭지로만. 어디 한번 적어볼까.
요가 3개월. 60회 였던가, 많이 빠지긴했지만 강제성있는 운동이 좋았음. 생각만큼 엄청 빡세진 않아서 조금 아쉬운? 주에 1~2회. 강도 높은 운동을 찾아볼까? 우선 식단부터 해보기
올 초부터 책을 꼬박 읽는 중. 캐즘 마케팅이라는 책은 나와 주제가 맞지 않아, 빼고 나머지 책은 성공적! 책을 읽고 일상에 남는게 많지 않은 느낌이 아쉬웠다. 읽은 후 모두 휘발되지 않도록, 요약하는 연습을 꾸준히 할 것.
나만의 패션 스타일을 찾고 싶었는데 아직도 헤매고 있다. 나를 몇가지 무드로 표현하면 어떤것인지 가까이에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봐야겠다.
취미로 아이패드 오일 페인팅을 시작해봤다. 예쁜 색감의 사진을 내가 그리는 그림으로 표현하는게 재밌다. 그리고 예전에 그림을 좋아했어서 그런지 나 꽤나 잘하는 듯?
링글로 영어 공부 시작. 1회차 했는데 너무 재밌다. 언어는 노출도와, 말하기/듣기/쓰기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딱 그런 구성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마음에 드는 것. 예산과 흥미가 허용하는 한 꽤 오래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새삼스럽게내가 좋아하는 색은 초록색이라는 사실을 한번 더 깨닫고 있다. 선물받은 초록색 에코백, 목걸이, 초록색 바지. 공교롭게 전부 받은거네. 감사하고 신기해라
지금 회사에서 나는 잘하고 있을까? 새로운 팀원들의 조인으로 업무 적응을 돕고 같이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긴했는데 내 개인적 성장은 어땠을까?
처음으로 외주 광고 대행 업무를 받아 봄. 썩 선호하는 주제는 아니지만 리소스 대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고, 나에게 생소한 그런 분야의 일은 어떨지 궁금했다. 한달 이상 할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순항 중이고 나름 성과와 재미도 있다.
회사가 내 시간을 소유한다는 개념에 대해 갑자기 낯설어져서 생각 중. 계약서에도 분명 적혀있는데 말이지. 시간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다양한데 일이 있든 없든 내 시간이 회사 소유라 어떻게든 일을 만들어야 하는 구조인가? 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 주어진 일들 빨리 쳐낼 자신도 있는데 얼른 끝내고 내 시간의 자유를 가지고 싶어! 진짜 잘 보낼 자신 있는데.
나는 어떤 포지션으로 더 클 것인가. 어떤 ‘일'로 재미와 성취를 느끼고 브랜드를 키우는 것에 기여할 수 있을까? 나는 성장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대다수의 일들이 재밌는데 굳이 이것을 정의해야하나 싶지만, 어쩌겠나. 어느 정도는 정의해야 타인에게 나를 설명할 수 있다.
나의 커리어 정체성을 고민하고 고뇌하는 시간. 더 더 고통 받자!
완전 생소한, 낯선 곳에서 결이 맞는 사람을 찾아볼까? 했던 소셜 모임. 한번의 모임으로 그런 인연을 찾은 건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의 일상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좋았다. 모임이든 운동이든, 돈을 쓰는 활동은 내가 적극적으로 하는만큼 돈 번다. 이번에는 나도 조금 소극적인 편. 호기심에 신청한 주제가 너무 포괄적인 것 같기도 하다.
결혼식장에서 오랜 친구들을 만났는데 생경한 기분. 삶의 경로가 완전히 달라지는 듯 했다. 답은 없고 이런 삶, 저런 삶이 있는 것이지.
엄마랑 처음으로 단둘이 백화점 나들이해봤고, 내가 서울 온 이후 엄마가 처음으로 서울와서 내 공간(?)에서 잤다. 서른 넘도록 엄마랑 ‘처음'하는게 아직도 많다.
평생 갈 정말 가까운 친구들조차도 100% 나를 이해할 수 없다. 왜냐면 나는 어제 오늘 달라서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거든.
취향이 비슷할 것 같은 인연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천천히 느슨하게 더 친해지는 중
남자친구와 같이 살아보려 했는데 상황상 캔슬되었다. 마음을 잘 살펴서 굳이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고 무산시키는 것도 용기다!
약속이 많고, 또 포기하기 싫은 약속이라고 모두 챙기다가 혼자 있고 싶은 욕구가 더 간절해진다. 일시적으로 약속이 많아서 그랬던건지, 아님 계속 혼자만의 시간에 갈증이 있는건지 마음을 잘 살펴야겠다.
듣똑라 팟캐스트 - "일잘러가 뭘까?" 일에 대한 우리의 세가지 질문(f. 책은 거들뿐)
이효리 서울 체크인
뜻밖의 여정
장기하 - 상관없는거 아닌가
롱블랙 - 대부분의 콘텐츠가 좋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일의 철학
상반기 내가 좋아했던 주제, '일과 사람 냄새'다. 늘 그랬던 것 같기도
여기까지 끝! 개인적인 노트에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추가로 더 쓰긴 했지만 오피셜하게는 여기까지. 충분히 많고 많다. 그리고 흥미진진하다. 늘 생각을 달고 살고, 메모하는 타입이라 굳이 회고를 해야할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생각보다 상반기 단위로 쓰면서 정리되는게 많았다. 현상이 많고 액션은 아직 부족한데 급할 필요 있나 뭐, 혼자 쓰는 건데. 천천히 생각날 때 마다 업데이트 해볼 예정이다. 하반기 회고에는 또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될까?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