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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선 Sunny Nov 01. 2020

ENFP의 루틴 만들기

같은 일도 매일 다르게 하는 나, 루틴 만들기가 가장 어려웠어요.

이제는 한물 간(?), 그래도 여전히 어느 정도 성격 유형 검사의 기반이 되고 있는 MBTI에 따르면 나는 ENFP 유형이다. 일명 재기 발랄한 활동가, 이 유형의 특징은 반복적인 일을 매우 싫어한다. 멋드러진 계획을 하고는 뒷심이 약한 유형, 마무리가 흐지부지가 되기 일쑤인.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저와 비슷한 사람이실까요? 그렇다면 이 글을 통해 ENFP에게도 자기만의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삶은 유한한 것이지만 참 길다. 때로는 지겹게 느껴진다. 반복되는 일상에 뭐 그리 특별한 일이 일어나겠는가. 눈 뜨면 업무를 시작하고, 퇴근하고, 잠을 자고. 큰 갈래로 보자면 그러한 쳇바퀴 속에서 살고 있다.


일상의 나른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성격 탓인지, 같은 일도 늘 조금씩 바꿔가며 다르게 하곤 한다. 기분 내키는 대로 어느 날 아침은 스트레칭으로 시작했다가, 때론 명상으로 시작했다가. 피곤한 날이면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다 바로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재택근무라 일을 집에서 시작한다) 그러던 중 나에겐 조금 버거운 난이도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받게되었고,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To Do List에 압도되어 물 한잔 챙겨 먹는 기본적인 일상이 깨어지기 시작하는 나를 발견했다.


진행하는 업무는 온통 처음인 것 투성이었다. 그 일에 대한 예상 소요 시간을 알지 못하니 스케줄링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정해진 마감일에 일을 못 끝낼 것이라는 불안감에 눈 뜨자마자 책상에 앉아 서둘러 엑셀부터 켜대기 바빴다. 한 1달여간, 그러한 일상이 반복되자 끼니를 제대로 챙길 수 없어 살이 빠졌고, 단 한 번도 아프거나 쑤신 적이 없던 허리가 고장 났다. 스트레스는 폭식 아닌 폭식으로 이어지고, 가짜 식욕에 시달리며 그렇게 당기지도 않는 과자를 사 먹고 평소 즐기지도 않던 야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나름 주 2회 꾸준히 러닝 하며 '건강 전도사'로 활동하던 나였는데 말이다. 


나는 '번아웃'이 가장 두려웠다. 아직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해야 할 일, 이루고 싶은 일이 산더미인데 이렇게 빠르게 모든 일이 밉고 싫어져서는 안 되었다.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실행한 것 중에 마인드 컨트롤에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다름 아닌 <루틴 만들기>였다.


1달여간 유지한 루틴 만들기의 효과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조급함에 쫓기는 마음을 그.나.마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불안감은 조급함을 만들어 내고, 조급함은 실수를 부르기 마련이다. 실수는 자괴감으로 이어지고. 무언가를 Long-Run 하고자 할 때 이보다 안 좋은 악순환이 있을까. 조급한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루틴의 성공'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아진 읽진 못했는데 한번 꼭 보고 싶은 책!


그럼 이제, 나의 루틴을 소개한다. 성격상 시간까지 정하며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는 큰 덩어리로 To Do를 굵직굵직하게 정하고, 기분 따라 유연하게 하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해야 꾸준히 실행하기 좋다. 나는 평일 아침 / 평일 저녁 / 주말 3가지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1. 평일 아침

- 이불 정리 : 일어나자마자 즉시 실행한다. 

- 10~15분 모닝 스트레칭 : 시간이 길거나 과도한 근력 스트레칭은 피한다. 자는 동안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고 몸을 가벼이 만들 정도면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잘 안 보이는 곳에 있었던 요가매트를 침대 밑으로 옮기는 것이다. 잘 보이는 곳에 두어야 바로 실행하게 된다. 유튜브에 모닝 스트레칭이 엄청 많다. 요가 소년 또는 심으뜸,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골라서 한다.

- 아침 청소: 간단하게 청소기를 돌린다. 원룸이라 5분이면 끝난다.

- 아침 먹기 : 허기짐 정도에 따라 자유롭게 챙겨 먹는다. 저녁에 야식을 먹었으면 마실 것으로 때우고, 저녁을 가볍게 먹었으면 든든하게 누룽지를 끓이거나 오트밀을 먹는다.

- 명상 : 이것은 옵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왜인지 정신이 개운하지 않고 불안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명상을 하곤 한다. 마음을 한결 단단하게 해준다. 특히 월요병에 걸리기 쉬운 '월요일'아침에 자주하게 된다. (하루의 시작을 자신감으로 채워주는 '명상하는그녀 - 아침확언' 한 편을 추천한다 링크)



2. 평일 저녁

- 영어 회화 암기 : '네이버 오늘의 회화'를 한 챕터 외우고 밴드 모임에 음성 녹음으로 올리고 있다. 표현도 좋고 난이도도 어려운 수준이 아니어서 20분 정도 집중하면 끝낼 수 있다. 썩 잘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영어의 언어 감각을 꾸준히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매일 하고 있다.

- 일기 쓰기 : 개인적으로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다는 것이 가장 신기하다. 늘 1~2일 쓰고 손이 잘 안가던 일기장이었는데, 그날 하루의 감정을 정리하기에 참 좋은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약 15줄 정도 쓰는 중이다.

- 책 읽기 : 정신이 피로해지지 않을 가벼운 내용의 책을 5장~10장 정도 읽는다. 



3. 주말

- 러닝 1회(3~5K)  

- 가고 싶었던 장소 1곳 다녀오기

- 주중 읽을 책 고르기

- 대청소 : 주중에는 청소기로만 한다면,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걸레로 전체적으로 닦아준다. 화장실과 부엌도 락스/천연 세제를 이용해 청소한다. 주중에 모르는 척 묵혀두었던 때를 벗겨내는 과정이다.

- 월간북스 독후감 업로드: 친구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독서 모임이다. 주중에 읽었던 책 중 인상 깊은 구절을 공용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한다.



이 정도로 나의 루틴을 소개할 수 있다. 루틴을 정할 때 원칙은 1.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힘이 드는 활동은 반드시 지양  2. 컨디션 안 좋을 때 자체 스킵하더라도 나 자신을 너무 혼내지 말기! 잘해야 한다, 꾸준히 해야 한다라는 압박감을 가지기 시작하면 루틴도 '숙제'가 되어버린다. 하루 빼먹을 때마다 마음의 짐이 생기고 나 자신이 싫어지는 것이다. 루틴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합리화'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날 업무가 너무 피곤해서 영어 회화 암기를 스킵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자. 일기장에 '오늘 네가 너무 피곤했지, 내일은 꼭 해보자!'하고 격려로 마무리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는 거지 



언젠가 엄마와의 산책에서 엄마가 스쳐 지나가듯 했던 말이었다. 나에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는 것은 루틴을 정하고 그 루틴을 따르는 것이다. 단순한 행위들이지만, 생각보다 큰 '루틴의 힘'을 경험하고 있다. 연말까지 이 루틴을 잘 지켜서 전후 비교를 하는 것이 지금 나의 목표 중 하나다. 업무는 여전히 버겁지만, 이렇게 일상의 루틴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 2020년 올해의 연말 정산을 하면서 한번 더 후기를 올리고 싶다. (이렇게 적어둬야 내가 하겠지? 응원해주세요 여러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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