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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좋은 ㅎㅏ루 Jun 23. 2020

스페인에선 맥주를 왜 세르베사라고 부를까



영어로 맥주인 비어(Beer)는 라틴어 비베레(Bibere)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라틴어로 비베레는 ‘마시다’라는 뜻으로 비보(Bibo)라고도 한다. 영어에서 마실 것을 의미하는 비버리지(Beverage)는 바로 여기에 어원을 두고 있다.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는 유럽의 언어권에서는 맥주을 부르는 말이 거의 비슷하다. 가령 프랑스어로는 비에르(Biére), 이탈리아어로는 비르라(Birra), 독일어로는 비어(Bier)라고 부른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맥주를 세르베사(Cerveza)라고 부른다. 이웃 나라 포르투갈에서는 세르베자(Cereja)라고 하고, 스페인의 지배권에 있었던 멕시코나 남미에서는 세르베사(Cerveza)로 부른다. 그럼 왜 유독 이 지역에서는 맥주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일까? 위키피디아에서 그 이유에 대해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세르베사는 중세 프랑스어인 ‘세르부와즈(Cervoise)’에서 왔다. 프랑스어 사전에서 세르부와즈를 찾아보면 ‘홉을 넣지 않고 보리나 밀로 빚은 골(les Gaulois)족의 맥주’라고 되어 있다.1 세르부와즈의 어원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보면 고대 프랑스 라틴어 방언의 하나로 갈로-로만어(Gallo-Roman) 세레비시아(Cerevisia)에서 왔다고 한다. 세레비시아는 로마 신화의 수확의 여신이며 시칠리아섬의 수호신인 세레스(Ceres)를 기리기 위한 용어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스페인이 1482년경 맥주를 부르는 용어로 세르베사를 채택했을 때, 프랑스인들은 이미 라틴어에서 온 비에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르베사는 죽지 않고 이베리아반도뿐만 아니라 남미 전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맥주 용어가 되었다.


앞서 비어는 라틴어 비베레에서 나왔다고 했지만, 고대 게르만 민족의 언어 베레(bere)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베레는 보리를 나타내는 말인데, ‘보리로 만든 음료를 마신다’라는 뜻에서 비베레나 베레가 비슷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비베레의 동사 원형이라는 비보는 러시아나 체코 등 슬라브족 언어권에서 맥주를 부르는 말인 Pivo(피보)를 연상시킨다. 체코에서 맥주를 시킬 일이 있다면 ‘Beer, Please’ 대신 ‘Pivo, Prosim’이라고 하면 더 운치 있을지 모르겠다. 유럽에서 맥주를 부르는 말 중에는 에일(Ale)이 있다. 맥주를 크게 라거와 에일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홉을 사용하지 않은 맥주는 에일이라고 불렀고, 반면 홉을 사용한 맥주를 비어라고 불렀다. 에일의 어원은 알루(Alu)에서 나왔는데, 여기서 파생된 맥주를 부르는 말로 덴마크의 올레트(Ollet), 핀란드의 오루트(Olut), 리투아니아의 알루스(Alus)가 있다. 덴마크의 유명 크래프트 브루어리 중에 ‘투올(To Øl)’이라고 있는데, 여기서의 ‘올’도 맥주를 나타내는 말이다.


아시아에서는 맥주를 어떻게 부를까? 일본은 많이 알다시피 맥주를 비루(ビ一ル)라고 부른다. ‘비’를 길게 발음해야 하며 짧게 발음하면 ‘빌딩’이라는 뜻이 된다. 일본 최초의 맥주는 1613년에 영국 선박이 입항하면서 적은 적하 목록에 기록되어 있다. 그 이후로는 서양과의 교역이 네덜란드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일본에 체류하고 있던 네덜란드인들을 위해 본국에서 생활필수품을 배편으로 수송했는데 그 목록 중에 맥주가 있었으며, 난학서라는 책에 맥주를 비이루(びいる)라고 기록하고 있다. 네덜란드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것이 오늘날 일본 비루의 유래이다. 중국은 맥주를 피지우라고 한다. 이것은 중국의 백주(白酒)를 바이지우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보리 맥(麥)자가 아닌 맥주 비(啤)를 써 피지우라고 부른다. 원래는 가죽 피(皮)를 썼었는데, 맥주에만 붙이기 위해 이전에 없던 한자를 만들었다. 이렇게 한자를 바꿔 붙인 대표적인 맥주가 칭다오이다. 칭다오 맥주의 라벨을 자세히 보면 청도맥주(麥酒)가 아니라 청도비주(啤酒)라고 쓰여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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