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마법 체계, 샌더슨 제1의 법칙
작중 세계에서 마법의 역할은 무엇이며, 인물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법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마법이 만들어내는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어떤 판타지 작품을 다른 판타지 작품과 구별하는 요인도 그 작품만의 독특한 마법 체계인 경우가 많다.
판타지 이야기를 쓸 때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한 가지는 하드 마법 체계와 소프트 마법 체계 중 무엇을 도입할 것인가다. 대체로 소프트 마법 체계는 이야기 속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데 따르는 규칙과 한계가 확실히 정의돼 있지 않고 막연하며 신비에 싸여 있는 반면, 하드 마법 체계일수록 마법으로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좌우하는 규칙, 결과, 그리고 한계가 확실히 정의돼 있다.
샌더슨이 내놓은 마법의 세 가지 법칙 중 하드 마법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1의 법칙이다.
마법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작가의 수완은
그 마법에 대한 독자의 이해도와 정비례한다.
독자가 마법 체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준이 낮을수록, 마법 체계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만족스럽게 쓰일 가능성은 낮아진다. 여기에는 마법으로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에 관한 이해는 물론, 마법이 인물에게 어떤 능력을 줄 수 있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에 관한 이해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독자는 간달프가 뭘 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인데 반지 원정대가 어려움에 빠지는 긴장의 순간마다 간달프가 독자는 처음 보는 마법의 주문을 임의로 던져 사태를 해결한다면, 문제가 그다지 흡족한 방식으로 해결됐다고 할 수 없다. ‘짠! 마법사가 해결했어요!’라고 써놓고는 독자가 만족하길 기대하는 형국이다.
샌더슨 제1의 법칙은 이야기 속에서 마법 체계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관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마법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기도 하다. 독자가 마법 체계를 작품의 한 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준이 높을수록, 그 마법 체계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만족스럽게 쓰일 수 있다.
이렇게 마법이 하나의 도구로서 분명히 정의되면, 마법으로 문제가 해결될 때 다른 기술들로 문제가 해결될 때와 마찬가지로 인물이 경험, 지능, 창의성을 발휘한 것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