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인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밭을 매는 황소처럼 공부했다.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적당히 넘어가고, 성적이 나올 때면 다음에는 잘 하자 하지만 말뿐이었다. 그렇게 했어도 이 정도 살고 있으니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공부를 취미로 해도 되는 나이가 되어서, 가끔 흥미가 가는 책을 보기는 하지만 끝까지 읽는 경우도 드물었다. 많은 변명거리가 있지만 재미가 없다. 모르는 내용을 이해하지 않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 공부는 새카맣게 어두운 밤 숲속에서 허우적이는 것 같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공부는 확실히 옆에서 도와주고 이끌어 주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선생님은 가만히 옆에 있어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50년 만에 공부가 재미있다.“
ChatGPT를 사용하고 나서 의문이 생기거나, 그냥 넘어가는 버릇이 조금식 고쳐지고 있다. 과거에는 모르는 내용에 조금만 깊이 다가가려고 하면 이해하고 학습해야 하는 것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끊임없이 헝클어져 쏟아져 나왔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정확히 알지 못하니 정답이란 골대는 자꾸만 움직였다. 찾아가는 길이 힘들어도 끝이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있다면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결과를 얻으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생긴다. 쌓여있는 자신감은 모르는 무언가가 나를 가로막을 때, 그것은 막다른 골목이 아닌 내가 한걸음, 한걸음 오를 수 있는 계단이다.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잠깐 쉬면서 내가 온 길을 돌아보면 내가 좋아진다. 좋아하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은 모든 상황이 재미있다. 선생님도, 학원도, 지식을 쌓아가는 만큼 늘어난 연봉도 나를 재미있게 하진 않았다. 과거에 공부는 내가 즐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발전하는 AI 기술로 공부에 재미를 느낀다. 은퇴 후에 등산과 운동이 유일한 취미가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흐뭇하게 한다.
”근육은 반복할수록 강화된다. 뇌근육도 마찬가지다.“
뭐든지 계속 사용해야만 녹이 슬지 않는다. 너무 무리하면 손상이 되기도 하지만 안 쓰면 고철이 되는 것처럼,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퇴화하면 영원히 복구할 수 없지만 약간의 손상은 강화의 동력이다. 근육은 운동으로 미세하게 근육이 손상되고 회복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커지고 강화된다. 뇌근육도 다르지 않다. 계속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생각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스마트폰과 편리해진 앱의 사용으로 감소하고 있다. 요즘은 내 전화번호도 가끔씩 잊곤 한다. 전문가들은 AI가 보편화되면 손쉽게 주어지는 해답으로 인해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도 ChatGPT의 손쉬운 답변에 익숙해지면서 이해했다 싶으면 사소한 의문은 무심코 넘어가는 경우가 이따금씩 있다. 어떤 때는 똑같은 질문을 며칠이 지나고 다시 반복했던 적도 있었다. 분명 ChatGPT가 말해줄 때는 이해했는데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신기술을 탐닉하며 내가 잠시 학습의 기본을 잊었다. 뇌는 가지치기를 진행하면서 필요없는 정보를 정리한다. 이때 학습한 내용을 반복하지 않으면,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다. 편리한 세상은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언제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편한 환경과 안도감은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사고 능력을 퇴화시킨다.
”이해했다면 정리하자.“
나는 책을 읽으면 줄을 긋는다. 마음에 꽂히는 것과 이해하지 못한 내용이 있으면 표시 해둔다. 나중에 다시 봐야 할 것들이다. 요즘 모르는 내용은 ChatGPT에 질문을 먼저 하지만, 정리하는 습관은 똑같다. 표시해 두었던 내용들로 다시 워드 문서로 만든다. 책 한 권 읽으면 꽤 많은 내용이 문서로 정리되고, 정리된 문서를 한 번 더 읽으면 책을 압축적으로 3번 읽는 효과가 있다. 책을 끝까지 읽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정리된 문서가 많지 않지만, 다 읽은 책은 내가 글을 쓰고, 생각을 모으는 것에 활용한다. ChatGPT를 사용하면서 읽은 책의 정리가 세련되어졌다. 처음부터 서식과 목차를 고려해서 조각난 내용들을 모은다. 책의 내용과 ChatGPT가 대답한 내용을 묶어 놓으면 근사한 책 한 권이 만들어진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도 이런 방식으로 유배 생활 동안 방대한 저술 활동을 했다고 들었다. AI는 잘 쓰면 지적 능력을 무한히 발전하게 하고, 나만의 지식 정리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이지만, 의존이 지나치면 부모가 없으면 라면 하나 끓일 수 없는 어린애가 될 수도 있다. 좋은 뇌근육 훈련 기계가 있다. 지식을 정리하는 습관은 AI시대의 새로운 적응이다.
”정리하고, 다시 읽고, 나만의 AI를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