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은 힘들다. 해마다 책을 한 권 쓰는 목표를 세워 보지만 막상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으면 그냥 얼음이 되는 때가 많았다. 시작하는 한 단어를 찾기 힘들다. 그래도 꾸역꾸역 노력해서 한 페이지를 간신히 채우고 다시 읽어보면, 내용의 앞뒤가 안 맞고, 내가 읽어도 이해가 안 간다. 글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서 미사여구는 많은데 도통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운동은 힘을 빼야 한다고 한다. 골프를 배울 때 코치는 어깨에 힘을 빼고 골프클럽의 무게를 느끼면서 스윙하라고 가르친다. 코치가 열심히 설명할 땐 이해가 되지만 무슨 느낌인지 이해하는데 10년 정도 세월이 흘렀다. 그런다고 골프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대강 느낌은 알고 있다. 채찍을 휘두르는 가벼운 느낌. 골프클럽 헤드가 날아가는 느낌. 말로는 설명이 어렵지만 느낌이 왔다.
”지루한 반복이 느낌을 살린다.“
골프를 죽어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지만, 게임에서 자주 지고 나면 없던 승부욕도 생긴다. 몇 달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나서 갑자기 느낌이 왔다. 어색했던 스윙이 몸에 익으면서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몸이 먼저 반응했다. 토기가 도자기가 되려면 자화(磁化)되는 온도에 도달해야 하는 것처럼, 숙달되고 단계를 뛰어넘으려면 한계량에 도달하는 연습과 반복이 필요하다. 몸으로 하는 운동은 금방 이해할 수 있지만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많이 읽으면 해결이 될까? 입력이 많으면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만 독서는 글쓰기 연습이 아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생각나는 매일 글을 쓴다고 해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경험하고 연습한 글쓰기 방법을 소개한다. 내가 글을 아주 잘 쓴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보고서를 쓰거나 내 생각을 정리할 때 워드프로그램 앞에서 가슴이 턱 멎는 느낌은 없다. 연습은 같은 행동의 반복이 있어야 한다. 뇌는 반복이 있어야만 시냅스를 변화시킬 수 있다.
”신경과학에서 반복은 단순히 똑같은 자극을 여러 번 주는 것이고, 이는 시냅스의 기능과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핵심이다. 이런 변화를 시냅스 가소성이라고 한다.“
(ChatGPT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도 대신해 준다.)
글쓰기 연습을 위해 책 필사를 권한다. 연습은 반복이 필요하다. 반복으로 뇌의 시냅스를 강화해서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같은 동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 있는 틀이 없어서 연습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신 나는 습관을 만들기로 했다. 매일 한 페이지 정도 책을 워드문서로 옮겨 적었다.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손이 같이 움직여서인지 책을 읽는 것이 덜 지겨웠다. 예전에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잡념의 세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는데, 손가락 움직임은 나를 글자 하나하나에 집중시키고, 글을 천천히 곱씹게도 한다. 내가 타이핑을 하고, 이어지는 문장에 생각을 더하는 행동이 창작과 베끼는 행동을 뇌는 동일하게 인식한 것 같다. 어쨌든 삼개월 정도 훈련하고 나서는 글쓰기가 훨씬 편해졌다. 가장 좋아진 점은 문장 시작이 수월해졌다. 예전에는 한 단어 쓰고 지우고, 한 문장 쓰고 지우고, 그러다 잠깐 쉬자 하고는 계속 쉬었고, 결국 시작도 못하고 글쓰기를 포기한 날이 많았다. 베끼기 연습이 확실히 글쓰기 시냅스를 강화했다고 믿는다. 손가락 근육이 뇌근육을 강화했다.
”학습은 언제나 활용할 수 있는 결과가 필요하다.“
백문이 불여일타(百聞이 不如一打).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키보드를 쳐보는 것이 더 좋다는 뜻이다. 코딩을 처음 배울 때 한 번쯤은 들었을 이야기다. 코딩 책에는 어려운 용어들이 많다. 그 내용들은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실행 결과를 확인하고 소스코드를 보면 희미하고 뿌옇게 보였던 의미들이 마치 화소 수가 몇 배는 증가한 것처럼 선명해진다. 그렇게 몇 번 소스코드를 베끼고, 실행을 반복하면 프로그램언어가 익숙해진다. 베꼈어도 폴더에 쌓인 파일들을 보면 뿌듯하다. 머리에만 남겨둔 기억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저장된 파일은 내가 언제든 꺼내어서 활용할 수 있다. - 년차가 쌓이면 Cpoy/Paste도 능력이다. - 글쓰기도, 학습도, 코딩도 결과물이 주는 보상은 더 높은 단계로 나를 이끄는 동력이다.
”모르는 내용은 AI의 도움을 받아도 되고, 좋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