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프 속성과 사주

by 박정훈

AI의 강화학습 관련 내용을 공부하다, 마르코프 속성이라는 흥미로운 내용을 접했다. 과거 상태(S1, S2, S3, …, St-1)와 현재 상태(St)가 주어졌을 때, 미래 상태(St+1)는 오직 현재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인데, 나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행동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해주었다. 가끔 후배들과 회식이나 술자리를 할 때면 조심은 하지만 나도 모르게 ‘라떼는~~’을 습관적이고 때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말하고 나면 후회를 하지만 기억 속의 화려한 과거가 현재와 미래에도 지속될 것만 같은 무의식적인 착각 때문인 것 같다. 과거가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주지만 미래는 현재 나의 행동으로 결정됨에도 과거를 자꾸만 곱씹는다. 미래나 운명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과학의 세계에서는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 “1건의 중대사고 뒤에는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건의 잠재적 이상 징후(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례, Near Miss)가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 그리고 마르코프 속성. 지금 미래를 위해 내가 어떤 의사결정과 행동을 해야하는지 알려주는 것들이다.


“다변량 선형함수 f(x1, x2,…, xn) = w1x1 + w2x2,…,wnxn + b(bias, 절편)가

미래를 결정한다.”


“f(x1, x2,…, xn) = w1x1 + w2x2,…,wnxn + b”에서 xn을 나의 상태 또는 행동이라고 가정하고 wn을 가중치 한다면, 내가 어떤 상태와 행동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에 따라 종속변수(미래) f(x1, x2,…, xn)가 결정된다. 결국 미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상태와 할 수 있는 행동 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미래를 결정한다.




사람들은 미래가 불안할 때, 가끔 점집을 찾거나 사주를 보러 가기도 한다. 나도 그런 경험이 몇 번 있기도 하고, 호기심과 신기함에 사주 명리 책을 읽은 적도 있다. 과학과 IT가 직업인 나에게 누군가 사주는 믿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믿는다고 할 것이다. 태어난 시간이 그것을 결정한다는 면에서는 의심이 있지만, 이 또한 내 인생의 xn 변수라 생각한다면 사주는 고려할 만한 요소이다. 하지만 사주는 함수의 관점에서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사주는 절대로 사람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한 개인의 사주를 잘 보려면 본인의 사주와 더불어 부모, 자식의 사주도 필요하다고 한다. 본인의 사주가 좋아도 부모, 형제, 자식의 관계에 따라 같은 사주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사주도 관계에 따라 결과의 좋고 나쁨이 다르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과거 사람들이 행동반경이 제한된 삶을 살기에 관계의 경우의 수가 많지 않기에 사주가 비교적 일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같이 복잡한 관계에 사는 현대인들은 사주의 경우의 수가 “8*8…8. (천간/지지 8글자와 관계의 곱)”이다. 내가 강한 金(금)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도 상극인 火(화)와 힘을 빼앗아 가는 水(수)의 기운을 가진 사람이 주위에 가득하다면 온전히 내 힘을 쓰기도 힘들다. 결국 아무리 용한 사주 전문가라도 개인의 기질만에 따른 예측은 가능할지 몰라도 개인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만드는 미래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삶은 느린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다.”


가끔 버스나 기차를 기다릴 때면 내년 이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하며 멍을 때려본다. 오늘 하루와 내일 하루의 내 삶이 같다면 나는 조금씩 물러나는 삶을 사는 것과 같다. 늙어가는 몸을 오늘 건강하게 만들지 않으면 내일 나는 더 늙어 있을 것이고, 세상은 앞서가는데 나는 제자리에 있으면 상대적으로 내 삶은 세상보다 조금 더 가난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욕심을 내면 남들보다 지금은 앞서가도 나중에 나아갈 힘이 남지 않는다. 삶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작지만 매일 반복되는 선택에 신중해지고 허영을 덜어내려 한다. 적응은 단순하고 작아질 때 더 쉬워진다. 그렇게 적응하다 보면 내년 이 시간은 조금 느긋해지고 더 여유롭고, 지금보다 조금 느리게 걷겠지만 올해보다는 멀리 가 있지 않을까? 그것이면 내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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