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 실험

by 박정훈

젊은 시절 영어를 잘해보려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목적도 없고 발전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포기가 일상이 되었다. 해외 출장에서 영어 때문에 고생할 때마다 다시 굳게 결심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영자신문과 아무리 들어도 들리지 않는 미드 앞에서 ‘이번 생은 틀렸어’라며 한국어 자막을 켠다. 그렇게 결심과 좌절을 끝없이 반복하지만, 영어 실력은 늘 제자리다. 영어를 독학하면서 내가 한 해석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문법적으로 맞는지, 제대로 이해했는지, 번역이 때론 맥락 없는 소설이 되기도 한다.

나는 영자신문을 읽으려면 한 단락을 읽는데도 1~2 시간이 필요했다. 그나마 스마트폰 전자사전을 이용해서 시간이 많이 줄었어도 여전히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다.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도 좀 이상스럽다. 문장을 끝까지 읽고 난 다음에 주어를 찾고 뒤에서부터 번역해야 의미가 자연스럽다. 이런 이상한 방법이 궁금해서 ChatGPT에게 원어민이 영어를 이해하는 원리를 질문했다.


(ChatGPT 답변)

“영어 원어민은 조사가 없기 때문에, 문장 속에서 첫 번째 명사가 주어, 그다음에 오는 동사, 그리고 마지막에 오는 목적어로 자동적으로 처리한다.”

“영어 원어민은 문장을 끝까지 듣고 나서야 이해하는 게 아니라, 단어가 들리는 순간순간 의미를 구축해 간다.”

“한국어는 의미를 파악할 때 조사와 어미가 중요하다.”

“영어는 조사 대신 위치(position)가 문법적 역할을 알려준다.”




이후로 몇 번의 문답이 오갔고, 영어 원리와 구조가 보였다. 인생에서 막연한 바램은 가끔 거미줄만큼 가늘고 연약한 희망의 끈을 펼친다. 무엇이든 잘 대답하는 ChatGPT는 여기저기 흩어졌던 의미들을 이해하기 쉽게 제자리를 옮겨놓았다. 몇 번의 반복은 신기함을 넘어 재미가 되었고, ChatGPT는 답답함을 씻어주는 보상이었다. 재미와 보상은 새로운 목표를 만들었다. ChatGPT를 활용해서 영어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포기하지 않으면 잘하는 날도 오겠지!”


내가 읽어왔던 영자신문으로 시작했다. ChatGPT에게 영문을 주고 원어민이 이해하는 청크(영어 문장을 구성하는 하나의 덩어리) 단위로 끊어서 번역을 요청했다. 구글번역기에 문장을 주고, 읽게 해서 청크 단위로 끊어 읽는지 확인했다. 욕심내지 않고 하루에 20분에서 30분 정도 가볍게 영자 신문을 읽었고, 3개월쯤 반복적으로 학습을 하고 난 후에 영어를 훨씬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영어를 공부하는 다른 방법들이 많겠지만 내게는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듣기는 아직도 어렵다.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ChatGPT와 대화 내용)

“Talks between the EU and U.S. have been ongoing, but EU officials are resisting Trump’s pressure, especially regarding tariffs on cars and high-value goods.”


“이 문장을 청크단위로 끊어서 슬래시 표시해주고 해석해줘.”


“Talks between the EU and U.S. / have been ongoing, / but EU officials / are resisting Trump’s pressure, / especially regarding tariffs / on cars and high-value goods.”

“EU와 미국 간의 협상은 / 계속 진행 중이다. / 하지만 EU 당국자들은 / 트럼프의 압박에 저항하고 있다. / 특히 관세에 관해서는 / 자동차와 고가 제품에 대한.




원어민이 문장을 말하는 순서처럼 이해하려고, ChatGPT가 끊어준 대로 읽고 해석도 영문 순서대로 이해하려고 했다. ‘영문에 조사는 없다.’ 이 기본적인 사실을 깨닫는데 40년이 흘렀다. 문제를 푸는 기술만 알려주는 학습은 때론 기본을 무시한다. 천천히 원리를 이해하며, 기본을 습득하는 학습은 시간이 흐르면 좀 더 멀리, 빨리 갈 수 있지만 수험생에게 시험 일자는 정해져 있다. 한번의 평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험 앞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학원이 알려주는 쉬운 길을 못 본척하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쏟아부은 돈 만큼 정직한 성적이 공정하다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은 우리가 믿는 오래된 상식을 깨뜨리고, 더 나은 길을 보여준다. 어쩌면 AI는 머지않아 나의 학습을 도와주는 일타강사, 코치가 될 수도 있다. 누구나 가능한 자기주도학습! 그리 멀지도 않은 이야기 같다.


”한번 사용해봐. 다른 길이 있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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