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직유 Apr 25. 2023

일주일 만에 부상을 입었다 -2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

일주일 만에 부상을 입었다 -1

통증이 시작된 이후로, 마음에 불만이 가득 차올랐다.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나고, 짜증이 솟구쳤다.. '더 몸이 망가지기 전에 몸에 귀를 기울이라는 신의 계시다', '무리하지도, 게을러지지도 않는 선을 찾아야 하는 순간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마음을 달래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혹시 내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닐까? 내가 선생님을 온전히 믿지 못해서, 내가 가진 경험들이 옳다고 생각하며 불신하는 태도로 수련에 임해서 다친 게 아닐까? 온갖 생각에 휩싸였다.


하지만 함께 수련하는 동기 친구들도 하나 둘 통증을 호소하며 선생님의 실력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알고 보니 그는 이제 '요가'를 시작한 지 4년 차에 접어든, 가르치기 시작한 지는 2년남짓 된 스물다섯의 영한 선생님이었다. 나는 더 큰 혼란과 불안에 휩싸였다. 내가 이러려고 인도까지 온 게 아닌데.. 내 안은 온통 '내가 옳고, 그가 틀렸다'는 생각, '에고'로 가득 찼다.


하필 그 무렵 알게 된 한국인 친구가 자기 아쉬람 자랑을 늘어놓는 탓에 불만의 불꽃이 부채질당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해대니 열은 받지만, 거 얼마나 좋은가 들어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들으러 갔다.


젠장! 수업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더 좋았다. 좋은 선생님과 수업을 찾았다는 반가움과 감사함은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감과 이 아쉬람에서 ttc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박탈감에 압도돼버렸다. 아, 내가 아쉬람을 잘못 골랐구나, 조금 더 잘 알아볼걸 후회되었지만 이미 수업이 시작한 지 일주일이나 지난 뒤였고, 환불도 불가능했기에 아쉬람을 바꿀 수도 없었다. 상황은 이미 벌어졌고, 어떻게 반응할지만이 나에게 달려있었다.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번뇌가 올라왔다. 남을 탓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 자책하고 후회하는 마음이 번갈아가며 마음을 때렸다.


첫 경험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거라고, 다음에 리시케시에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여기로 오자 생각하며, 기존 아쉬람에 남기로 결정했다. 인도 친구의 조언을 따라 아쉬탕가 수업을 드롭하고, 그 시간대에 한국인 친구네 아쉬람으로 하타 요가 수업을 들으러 다니게 되었다. 현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매일 걸었던 구수한 길과 아쉬람 앞 슈퍼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짐을 챙겨 구수한 소똥내가 풍기고, 뙤약볕이 이글거리는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지금 나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마음의 소리가 올라왔다. 하지만 어쩔겨.. 이것도 내가 선택한 건데...



결론적으로 나는 나의 모든 선택에 만족한다. 이 경험으로 나에 대한 신뢰도 한층 두터워졌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하게 될 선택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어떤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그 상황을 더 나아지게 만들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역시,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 좋은 경험, 나쁜 경험은 없다.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경험들 뿐이다.


불만과 화라는 감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데에 꼭 필요한, 고마운 신호였다. 다만 앞으로는 내 안에 생겨나는 감정을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러면 감정 소모 없이, 더 나은 선택을 내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대책 없이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나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 위로를 전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주일 만에 부상을 입었다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