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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글 Dec 06. 2021

1_퇴사를 하고 제주에 온 이유

낯섦이 필요한 나에게 

낯선 제주에 오다.


4년을 넘게 몸 담았던 회사를 뒤로 하고 제주에 발을 디뎠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이곳에서 한 달간 머무른다. 한 달이라는 기간에 거창한 이유와 목적은 없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고 싶었다.

굳이 여기 제주였던 이유는 가끔 보던 제주의 하늘과 바다가 아름다웠기 때문에, 누구도 나를 알아보는 이가 없길 바랐기 때문에, 내가 낯선 곳에 있길 바랬기 때문에.


낯선 땅, 낯선 방

조용하고 한적한 이 밤

나는 어쩌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사회복지사 방연호입니다.


나는 사회복지사였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직업은 아니다. 성적에 맞춰 간 학과가 사회복지학과였고, 사회복지 학문이 꽤 마음에 들었었다. 그렇게 물 흐르듯이 나는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나는 그 직업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훌륭한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서

누구나 하는 것을 하고 싶지 않았다. 프로그램, 행사 등 항상 새롭게 구성해서 진행했다. 새로운 방법에 사회복지의 의미가 더 담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남들은 그냥 늘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걸 왜 굳이 일을 사서 하냐고 물었다.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했다.


그건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나를 드러내는 ‘나다움’이었고,  나만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빵, 너 답게 일해


하지만 그건 곧 내 발목을 잡아채었다. 계속해서 새로움을 찾는 일에 지쳐만 갔다. ‘왜 나는 늘 새로워야 하는 걸까?’ 나에게 되물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점점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자 상사가 나를 불렀다. “왜 그래 요즘? 빵 답지 않게? 빵~ 너답게 일해!”


‘나 다운 게 뭐지?’

알 수가 없었다.

나다운 건 무엇일까?

나는 왜 사회복지사가 되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사는 무엇일까?

사회복지사가 아닌 나는 무엇일까?


떠오르는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사회복지사라는 것 외에 나를 설명할 문장, 아니 단 하나의 단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스스로를 모르면서 나다워 보이는 ‘방법’만 가지고 애를 쓰고 있었다.

사회복지사가 아닌 나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정도로 나는 내 일에 몰입해있었고, 내 일을 사랑했다. 누군가는 나를 좋은 사회복지사로 평가했지만 나는 사회복지사가 아닌 '방연호'가 궁금해졌다.




퇴사하겠습니다


나에 대한 의문이 일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좋아하던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사회복지사 외의 나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걸 알게 된 나는 사회복지사도 될 수 없었다.


고민을 끌어안고 이 일도 저 일도 하지 못할 바엔 고민 하나라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4년 5개월을 함께한 회사에 안녕을 고했다.




단지 그 이유였다.

나를 소개하고 설명할 단어가 사회복지사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나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 이곳에 왔다.

많은 이에게 둘러싸인 익숙한 내가 아니라 낯선 나를 마주 하고 싶었다.

한 달이면 알 수 있을까

이곳에서 알 수 있을까

그렇게

낯선 발걸음을 옮겨

낯선 나를 찾아

낯선 제주에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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