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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letterpot Dec 28. 2021

집착하지 않는 마음

Listen to your mind


얼마나 많은 괴로움이 집착에서부터 시작되는지. 집착은 거미줄과 같아서 보이지 않는 사이 촘촘하게, 먹이를 옭아맨다. 집착하지 않는 마음은 요가에서 가장 강조하는 덕목 중 하나이며, 내가 요가에 빠지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집착'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먼저 사랑과 연인을 떠올린다. 사랑하기 때문에 집착한다는 인과는 어쩐지 타당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연인 사이에서의 집착은 스스로와 상대방을 골고루 괴롭히며 서로의 숨을 막히게 한다. 물론 당하는 사람이 더 힘들긴 하지만, 하는 사람의 마음 역시 온전치 못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받으려, 또 용서하려 하기 때문에 헤어지지 않는 이상 끝이 없다.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연애를 돌아보면 나는 원래 사람에게 집착하는 편은 아닌 듯하다. 만나면 만나게 되는 대로 좋고, 헤어지면 인연이 다 했나 보다 생각하기에 내가 쿨한 사람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나의 집착은 너무 오래되고, 몸에 배어 있어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나는 언제나 '이루는 것'에 집착했다. 결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안되면 어쩌지?'라는 생각 역시 집착임을 몰랐다. 


시골에서 학교를 나와서 어렸을 때는 늘 공부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계속해서 공부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고, 부모님과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런 마음을 동력 삼아 달리는 자동차는 작은 커브길에도 방향을 틀지 못해 데구루루 굴러 버린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정말 잘할 것 같지 않으면 아예 시도하지도 않는 비겁한 완벽주의자가 되었고, 포기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끝까지 해본 후에 '나의 것이 아니구나' 하는 포기와 시작하지도 않고 '나의 것이 아닐 거야' 하는 포기는 완전히 다르다. 늘 후자이던 나의 포기는 겉으로는 어차피 해도 안 됐을 거라고 변명하면서도, 실은 갖고 싶어 그 곁을 맴돌았다. 결과에 집착하고 실패는 두려웠다.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마음이 싫어서 기대조차 하지 않는 방법으로 스스로를 보호했다.  


또 다른 집착은 역시 몸이었다. 내가 시간을 들이는 만큼, 내가 마음을 쏟는 만큼 변하길 바랐고 그렇게 되지 않아 괴로웠다. 




요가의 종류 중 까르마 요가Karma Yoga라는 것이 있다. 까르마 요가의 관점에서는 모든 행위가 요가가 될 수 있다. 밥을 먹은 그릇을 설거지하는 일도 까르마 요가이고,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일도 까르마 요가이다. 단, 한 가지 마음가짐이 전제가 되었을 때 그렇다. 


'바라지 않는 마음'. 


자신이 옳은 일을 했다고 누군가 칭찬해주길 바라지 않고, 이번에 설거지를 함으로써 다음 당번에서 빠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그것이 까르마 요가가 된다.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다. 어제와 오늘 사이, 오늘과 내일 사이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하며 존재한다. 선택과 행위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존재는 흔적을 남긴다. 까르마 요가는 이기적인 존재의 이기적인 흔적을 옅게 만드는 노력이다. 


한 요가 워크숍에서 원장 선생님께서 요가원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을 때 원장님이 근처에 있으면 누구든 먼저 쓰레기를 줍는데, 본인이 없으면 아무도 그것을 줍지 않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 일을 통해 쓰레기를 줍는다는 단순한 행위에도 자연히 따라오는 인간의 보상욕구를 바라보게 되었다는 말씀이셨다. 

다이어트 코칭을 할 때 자주 느끼는 부분이라 크게 와닿았다. 일주일도 못가 포기하고, 잠수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노력하면 바로 결과가 뒤따라와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3일 치의 운동에는 3일 치의 살이 빠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좌절한다. 결과에 집착하고 몸에 집착하던 내가 누구보다 잘 아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인생의 많은 일이 그렇듯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보상이 뒤따르지는 않는다. 아니, 사실은 지금의 노력은 대부분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야 빛을 발한다. 언제 그런 노력을 했었는지 기억도 안 날 즈음이 되어서야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인생을 걸어갈 때 작은 묵묵함을 가져야 한다. 


요가 경전 바가바드기타Bhagavad Gītā에서 신 크리슈나는 흔들리는 인간에게 "그대가 관여할 일은 오직 행위일 뿐, 어느 때이건 결과가 아니다. 행위의 결과를 동기로 삼지 말며 행위하지 않음에 집착하지도 말라."라고 말한다. 




당신의 집착은 어디를 향해 있는가. 직장에서의 승진, 요가 아사나 동작의 완성, 체중 감량을 위한 루틴, 타인의 인정, 연인과의 관계 등 나아가는 일에만 안과 밖을 모두 내어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몸과 마음이 괴로운데 그것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면 먼저 나의 '바라는 마음'을 살펴보아야 한다. 바라는 마음이 만드는 집착이 괴로움의 원인이다. 


나는 집착을 내려놓기 위해 아주 작은 일부터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하는 연습을 했다. 아무 상관이 없는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쓰레기를 줍고,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렇게 바라지 않는 마음의 근육이 조금씩 자라며, 가장 좋아진 점은 실망하는 것이 무서워 기대하지 않던 습관이 사라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그랬다. 바라지 않으니 무엇이든 이미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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