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행동이 귀신을 부른다.
최근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방영하고 있는 [운명전쟁 49]를 보면 무당들이 사진이나 특정 사주만 보고도 상대의 속사정을 낱낱이 맞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를 본 대중들은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면 어떤 직업군이든 제 일을 제대로 못 하면 우스운 꼴이 된다. 가령 3 스타 셰프가 요리를 못 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마찬가지로 무당은 신령님의 무대가 되어 재가집의 일들을 알리는 것이 본업이다. 즉 미리 알려주는 것은 대비하라고 하는 일일 뿐이다. 그게 잘 맞힌다고 좋아하거나 호들갑 떨 일이 아닌 것이다. 아무튼 방송에 나와 영검함을 겨루는 모습이 신령들 앞에서 예의에 어긋날지 모르나, 그들 나름대로는 허락을 받고 나온 퍼포먼스라 생각한다.
여기서 용어를 정리하자면 화경이란 무당이 신령의 눈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환상처럼 보는 능력을 말하며, 재가집은 무당에게 점사나 굿을 의뢰하는 손님을 뜻한다. 무당이 흔드는 부채와 방울 역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부채는 신령님이 하강하는 통로이자 권위를 상징하며 나쁜 기운을 쳐내고 신령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 방울은 신령을 깨우고 부르는 안테나와 같아서, 그 맑은 소리의 파동을 통해 인간 세상과 신의 세상을 연결하고 공수를 받아낸다. 무당이 점집을 찾은 손님에게 이러한 무구와 화경으로 상황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사실상 사기꾼과 다름없다.
또한 본래 무당은 신령님이 허락하는 선에서만 점사를 봐야 한다. 요즘 연예인들의 사주를 가지고 함부로 이러쿵저러쿵 발설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다. 설령 신령님이 보여주셨더라도 개인의 사생활을 함부로 말하는 것은 천기누설, 즉 하늘의 비밀을 누설하여 업을 짓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운명을 연구하는 집단은 엄격한 자격 조건이 필요하다. 수상학인 손금은 최소 3년의 연구와 5년의 임상, 그리고 2년의 수련을 거쳐야 비로소 자신 있게 봐줄 수 있다. 관상을 다루는 골상학 역시 마찬가지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꼴]에서도 명확히 명시되어 있듯, 관상을 제대로 보려면 최소 1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반면 무당은 신내림을 받기 전부터 소위 공수라고 불리는 신의 메시지를 내뱉는다. 이사나 사고 등 예언적인 말을 막 내뱉는 것은 영적인 때가 찼기 때문인데, 무당은 특별한 수련 없이도 신령이 실리면 당장 말문이 트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무당은 자기가 신이라도 된 양 건방을 떨거나 손님에게 반말을 내뱉는다. 귀신을 업고 오는 사람을 꾸짖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무턱대고 손님에게 반말을 지껄이는 무당은 가짜임이 틀림없다.
점사는 다양한 신령에 의해 결정된다. 연애 문제는 선녀가, 재물이나 문서 같은 실무적인 일은 할머니나 대감이 말씀을 전한다. 이때 무당이 내리는 공수는 무조건 그렇게 된다는 확정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주는 것에 가깝다. 보통 무당들은 그 기운을 강하게 하기 위해 굿이나 치성을 권한다. 치성은 굿 보다 규모가 작은 정성 어린 제사를 뜻하는데,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들 하지만 결국 무당 좋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요즘 명리학이나 풍수(배산임수가 어쩌고 좌청룡 우백호...)를 연구하는 이들 중에서도 타인의 인생을 봐주는 기술자가 많다. 솔직히 MBTI가 더 낫다. 나 역시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명리학, 수상학, 골상학을 깊이 공부했고 철학과 종교 전체를 망라하는 연구를 했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지식이 하등 쓸모없는 일일 때가 많다. 특히 연예인을 상대로 자극적인 말을 하는 유명한 분들을 가만히 보면 귀신이 올라타 있는 경우가 많다. 기감이 좋은 사람들은 그들의 얼굴에서 탁기, 즉 흐리고 좋지 않은 기운을 읽어낼 수 있다.
이들이 말하는 것 중 일부가 맞는 이유는 잡귀들도 기본적인 사실은 맞히기 때문이다. 관악산의 화기가 강하니 가야 한다느니 말아야 한다느니 하는 소리들은 그들만의 세계관일 뿐, 관악산은 그저 산이다. 그런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행동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귀신을 부르는 행위가 된다. 사실 확인되지 않은 행위들이 쌓이면 독이 된다. 무당들이 알려주는 비방이랍시고 가위에 눌리니 식칼 두 개를 부딪치라거나, 방안에 쑥 연기를 피우고 대문 앞에 소금 단지를 두는 행위는 귀신을 내쫓지 못한다. 코뚜레를 걸거나 오백 원짜리 동전을 문에 붙인다고 재물이 오지도 않는다. 이런 잡다한 행위 자체가 일종의 주파수를 만들어 귀신을 부르는 행위가 될 뿐이다. 미신은 말 그대로 귀신을 미화하는 것(迷信)이다. 영가들을 절대로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 함부로 비방을 쓰다가는 정말 큰일 날 수 있다.
무당들이 손님을 잘 맞히는 것은 손님이 이미 무당의 기운에 감응하기 적합한 상태로 오기 때문이다. 예약하기 전부터 무당이 모시는 동자나 선녀들은 손님의 기운과 신호를 주고받으며 만반의 준비를 한다. 무당은 그 읽기 좋은 상태로 나타난 정보를 읽어내는 것뿐이다. 당신의 마음이 이미 공명하고 있다면 당신은 무당의 먹잇감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반대로 무당을 시험하려 하거나 기운을 차단한 채 점집을 가면 무당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다. 읽어낼 파동이 없기 때문이다.
무속, 타로, 사주에 기웃거리는 순간 잡귀가 달라붙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곳에 점사비로 돈을 쓰는 것보다, 그 돈으로 맛있는 것을 사 먹고 좋은 것을 보며 스스로의 에너지를 채우는 것이 훨씬 옳은 길이다. 그것이 귀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