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즐거움

2020년 9월 4일. 내가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보고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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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프카 작가님이 발행한 글이었다. 글쓰기 모임 2기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찬찬히 읽어나갔다. 그중에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었다. 고백하면 그전에 다른 곳에서 우연히 글쓰기 모임 모집글을 본 적이 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한 시간 동안 글을 쓴 후 합평합니다.'


글쓰기 모임에 지레 겁을 먹게 된 순간이다. 그 모임이 유연한 방식으로 진행됐을 수도 있지만 저 글은 내 몸을 굳게 했다.


'한 시간 동안 쓰지 못하면 어쩌지?'


곤란하고 창피하고 책망하는 내 모습이 눈에 선했다.

물론 글쓰기 모임이 다 그렇진 않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처음 봤던 글쓰기 모집글은 내게 적지 않은 충격과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그 이후로 글쓰기 모임 모집글은 외면했던 터다. 근데 내가 애정 하는 작가님이 주최하는 온라인 글쓰기 모집글은 두려움을 사그라들게 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다잖아. 그래 한번 해보자.' 그렇게 생애 첫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춘프카 작가님이 운영하는 <금요 글방>은 1주일에 하나의 글을 글벗들에게 공유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받는다.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후 쓰는 첫 글은 감회가 남달랐다.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있는 그들이지만 글쓰기란 하나의 매개체로 이어져 있었다. 든든했다. 외롭지 않았다. 쓸쓸하지 않았다.



다른 때보다 설레었기에 더욱 부지런히 썼다. 그런 글을 글벗들에게 공유할 때는 평소보다 배로 즐거웠다. 그들은 내 글을 진지하게 읽고 정성스럽게 댓글을 남겼다. 댓글엔 내 글을 읽고 떠오른 본인의 이야기나 생각들이 적혀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글로 신뢰를 받았기에 그들은 내게 속 얘기를 한 것이리라. 그게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나 또한 그들의 글을 읽고 정성스레 댓글을 달았다.

뜻밖에도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댓글 쓰는 것도 글쓰기의 연장선이란 걸.

상대의 글을 읽고 정성껏 댓글을 달기 위해선 찬찬히 읽으며 내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고 추려서 글을 달아야 하는 것이다. 댓글의 흐름이 어색하지 않게 잘 이어지는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짧은 댓글 안에 담겼는지 살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댓글을 쓰다 내 생각이 정리되기도 했고, 깨달음을 얻기도 했으며, 상대가 내 마음을 정리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였을까. 애정 하는 은유, 신소영, 이주윤, 고수리 작가님 등등 많은 작가님들이 글쓰기 모임에 꼭 참여해보라고 권한 이유가. 내 글을 진솔하게 읽어주는 상대방의 성의 있는 반응. 서로의 글을 세심하게 살피고 사유하며 주고받는 피드백들. 그것들은 글을 쓰는 마음을 따스하게 데펴준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나는 다른 이들과 함께 활동할 때 배로 즐거워했단 사실을 기억해냈다. 영상을 독학할 때 가입했던 'rhythmical imagination' 네이버 카페, 같은 꿈을 안고 함께 공부했던 모션그래픽 학원 동기들, 하우스 댄스에 관심이 생겨 무턱대고 다녔던 '하우스 커넥션'.

모두 함께여서 외롭지 않고 즐거웠다. 힘들고 어려울 때면 그들은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줬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그들은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알았다. 서로 으쌰으쌰! 토닥토닥! 거리는 이 관계는 삶을 생기 있게 만들었다.



잊고 있었다. 함께 하는 즐거움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안주하는 삶을 살았다. 엄마로 주어진 과다한 몫들에 용쓰는 동안 자주 힘에 부쳤다. 감정이 다른 곳에 소모되는 게 그저 버거웠다. 낯선 경험을 시작하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점점 나는 그렇게 살아갔다.

이제야 비로소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걸까.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 모임에도 참여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비록 온라인 모임이지만 이를 계기로 잊고 있던 즐거움을 기억해냈다. 안도감이 든다. 서성이던 마음들이 이제야 자리를 잡으려 하는 거 같다.



물론, 낯선 만남과 상황은 아직도 두렵긴 하다. 그치만 함께할 때의 즐거움과 설렘이 삶을 환기시켜주리라는 걸 안다. 그러니 비린 마음을 버리고 잃어버린 마음을 모으기 위해 다시 용기를 내볼 차례다.

우선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차차 해보기로 했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에 착실하게 글을 공유하고 글벗들에게 정성껏 댓글을 남기는 것,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최대한 정성스레 댓글을 남기는 것.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하나하나 해보려 한다. 이후로 상황과 조건이 맞는다면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에도 꼭 참여해보고 싶다.



같은 관심사와 꿈을 갖은 사람과의 동질감.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든든함. 그들과의 대화와 활동은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다. 이러한 행위들은 마음을 데펴주고 기운을 채워주며 지치지 않도록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낸다. 그로 인해 서로서로 한 발자국을 더 뗄 수 있을 것이며, 밀도 있게 지내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