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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깎이 Aug 27. 2019

조국은 어쩌자고 장관직을 자청했을까

검찰로 공 넘어간 조국 후보... 청문회 앞두고 논란 될 걸 몰랐을까

정치적으로 읽힐 소지가 있는 글은 가급적 안 쓰려고 했지만 지금 같은 시국에 이 문제를 비켜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다시 한번 조국 후보 얘기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조국은 어쩌자고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직을 하겠다고 나선 것일까'였다. 당연히 본인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리라고 예상 못했을 것이다. 청문회는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결국 조국 후보가 장관직을 수락한 데에는 둘 중 한 가지 판단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①자신이 가진 흠결을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했거나

②야권이나 언론에서 자신이 예상한 것 이상을 밝혀내지 못하리라 봤거나.


이와 관련해 지난주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의 칼럼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다뤘다.   


조국씨에 대한 가장 큰 의문점은 왜 그가 '법무장관이 될 수 있다'는 놀라운 판단을 내렸느냐다. 재산 21원인 아버지에게서 단돈 6원을 상속받았는데 지금 재산은 56억 원이다. 국가 기관에 진 빚은 한 푼도 안 갚고 가족끼리 벌인 희한한 소송으로 100억대 돈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입학 필기시험이 필요 없는 방식으로 고교, 대학, 의학전문대학원까지 들어간 딸은 낙제를 하고도 3년 연속 장학금을 받았다. 외국어고 학생 때 2주일 인턴하고 의대 병리학 논문 제1 저자가 됐다. 이 모든 문제를 조국씨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다른 자리도 아닌 법무장관으로서 심각한 흠결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바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조씨는 바보가 아니다.
그가 이 많은 심각한 문제들을 돌파할 수 있다고 믿게 해준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가장 궁금하다.

<조선일보 8월 22일 자 '양상훈 칼럼' 중>


양 주필은 조 후보가 청문회에 나서기로 한 이유로 "민정수석을 하면서 '흠결'에 대한 감수성이 크게 무뎌졌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민정수석으로서 본인이 인사검증을 한 이들이 비록 주식 투기 의혹으로 낙마한 이유정 헌재후보자 같은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청문회를 전후로 잠시 눈총을 받았을 뿐, 이후에 별문제 없이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을 보고 "조씨는 이 분위기 속에서 '흠결'을 고위 공직자로서 자격 상실이 아니라 '한번 망신당하면 되는 통과 의례' 정도로 생각하게 됐을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주필은 또 다른 이유로 조 후보의 "특이한 성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후보의 '내로남불'은 위선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두 인격체가 한 몸에 들어있는 것 같다"고 생각된다는 것이다.




나도 내 생각을 잘 모를 때가 있기에 감히 누군가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까지 조 후보가 걸어온 길을 보면 '스스로를 정말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나는 절대로 죽을 리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개인적 '편견'에 따르자면 사실 이런 식의 '선민의식'은 적지 않은 대학교수들에게서 쉽게 발견된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전문직으로서 (학교를 벗어나지 않는 한) 평생 누구한테 싫은 소리 들을 일이 없어서인지, 취재차 접촉하는 일부 대학교수들에게선 특유의 오만함이 느껴지곤 다.

 

실제로 공공기관에 출입할 때 얘기를 들어보면 그쪽 사람들은 가장 싫어하는 '낙하산' CEO 유형으로 대학교수를 꼽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책상머리로 공부한 게 있기 때문에) 머리로는 이상(理想)을 좇지만 조직을 운영해 본 적이 없어 경험은 부족하고, 그러면서도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랫사람의 얘기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아 모시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란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작년 말일에 있었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경험이 조국 후보로 하여금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강화하고 적에 대한 경계 태세를 늦추게 한  아닌가 싶다.


당시 운영위에선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및 블랙리스트 의혹을 집중 제기했고, 이례적으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후보가 직접 국회에 나와 답변했다. 당시 조 후보는 야당의 공세에 판례를 제시해가며 "지시하지도 보고받지도 않았다"고 맞받아쳤다.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당시 설전은 조국의 '완승'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 와 돌이켜보면 당시의 승전 경험이 이번 사태엔 독(毒)이 된 게 아닌가 싶다. 당시 보수 언론에서조차 야당의 엉성함과 무딘 칼날을 질타했으니 똑같은 상대를 상대로 방어전을 치르게 된 조 후보 입장에선 적을 얕잡아 봤을 가능성다고 본다.




아마도 조 후보는 자신의 청문회에서 부인과 자녀들의 '사모펀드' 투자 문제와 부친이 운영했던 웅동학원 문제 정도가 이슈가 되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정도면 하루짜리 청문회 문턱을 넘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토록 여유롭게 텀블러를 들고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들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가 조 후보를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을 때만 해도 상황은 그가 예상한 시나리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했다. 심지어 사모펀드와 웅동학원 문제를 지적하는 야당조차 '어차피 임명할 거 뭐하러 청문회를 하나'라는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는 조 후보의 딸 입시 문제보다 사모펀드 투자와 웅동학원 문제가 법무부 장관 후보로서 정말 심각한 결격 사유라고 생각한다.

웅동학원 문제는 사학재단이란 공공재산을 이용해 가족의 빚은 떠넘기고, 애초에 그 빚을 갚아야 했던 그 가족들은 개인회사를 만들었다 접었다 하면서 알짜배기 '채권'만 확보한 뒤, 되려 "내 공사대금 내놓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자까지 물어내"라고 하는,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한 (현재로선 확인된 위법은 없다 해도) 편법을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법률가인 조 후보가 웅동학원의 이사로 재직했음에도 모 언론사 지적대로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아 몰랐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후안무치하다. 그보다는 또 다른 모 언론사 지적대로 '(문제란 걸 알았기 때문에) 이사회를 안 열었다'고 지적하는 게 합리적이다.


사모펀드 문제는 더 심각해 보인다. 오늘자 한국일보(국내 언론 중 그래도 가장 중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를 보면 조국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는 '우회상장'을 통해 주가를 띄워서 돈을 벌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투자금을 그대로 갖고 있는 한, 블루펀드는 웰스씨앤티에게 투자금 불려 회수하기 쉽지 않다. 웰스씨앤티가 발행한 CB의 1주당 전환가액은 2만 원이다. 주식 가격이 2만 원을 넘어야 블루펀드가 전환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웰스씨앤티는 장외에서 전혀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사모펀드 업계에선 블루펀드가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은 ‘우회상장’뿐이라고 지적한다. 우회상장은 비상장 기업이 통상적인 상장 절차를 밟지 않고 기존 상장사를 ‘뒷문’ 삼아 증시에 우회적으로 입성하는 걸 의미한다. 주로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과 합병하거나 △상장기업이 비상장기업을 인수해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 활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보통 비상장기업 정관에 상장기업의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한국일보 8월 27일 자 3면 '조국 펀드 종착지는...'문 정부 테마' 2차 전지 노렸나' 중>


굳이 공들여 읽으실 필요 없다. 경제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제목만 대충 보고 넘어가는, 소위 가독성(可讀性)이 떨어지는 기사다. 이런 기사들로는 '절대로' 청문회 후보자를 낙마시킬 수 없다.


언론사 내에서도 이런 기사는 '취재기자랑 데스크만 아는' 기사다. 취재기자가 발제를 해도 부장이 안 받아주고, 겨우겨우 부장을 납득시키면 이번엔 부장이 편집국장을 설득하다 나가떨어지게 된다.  어지간해선 1면에 진출할 수 없는, 그래서 화제가 되기 힘든 기사란 얘기다.


경제 문제가 이슈가 되려면 적어도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처럼 '주식투자로 얼마를 벌었다'는 게 수치로 나와야 한다. 그 외 경제 이슈로는 야당이 절대로 자신을 넘어뜨릴 수 없다는 것을 조 후보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일은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딸의 의학논문 제1 저자 등재를 비롯한 입시 관련 의혹은 조 후보자가 예상했던 시나리오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에서 조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 대부분이 정치권(거의 대다수가 자유한국당)에서 관련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뒤 기자회견 등을 통해 언론에 알린 것이었던 데 반해, 딸의 논문 문제는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로 촉발됐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이를 계기로 조국 청문회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메이저리그'로 승격하게 된다.




오늘(27일)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조국 후보를 둘러싼 문제는 사법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됐다. 아직 국회 청문회가 남아있고 여권과 지지자들이 해시태그까지 써가며 조 후보를 응원하고 있지만 게임은 끝난 것 같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게 된 경우의 수는 크게 2가지다.  


①청와대와 교감했거나

②검찰총장의 독자적인 결정이거나.


첫 번째 경우라면 청와대가 조국에 대한 손절매에 나섰다고 봐야 한다. 조국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검찰이 모든 의혹이 '무혐의'라고 발표해야 할 텐데, 청문회 전까지 시간적 여유도 없고 지금 시국에 어설픈 수사결과를 내놓게 되면 그 후폭풍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두 번째 경우라면 검찰은 당연히 소신 있게 수사에 나설 것이다. 이런 결정을 내린 검찰총장은 이미 현 정권과 각을 세우기로 작정했다고 봐야 한다. 자기 목숨을 걸고 수사해 납득할 만한 결과물을 선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조만간 피의자 신분이 될 조 후보가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국은 어쩌자고 청문회를 자처한 것일까. 정말로 자기는 어떤 일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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