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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니크 Nov 27. 2022

반야바라밀다

불교와 교육 1

불교재단 고등학교를 나온 덕분에 반야심경을 독송할 수 있습니다. 반야심경은 마치 노래와 같죠. 용어는 잘 못 외워도, 노래 가사는 잘 외우는 편입니다. 대학원 수업 때, 호기롭게 읊었다가 첫 음을 너무 높게 잡아 삑사리를 냈던 흑역사가 떠오릅니다. 반야심경의 첫 문장은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로 시작합니다.


관자재보살이란 분은 한자 그대로 자유자재로 보는(see) 분이죠. 무엇이든 아는 사람. 즉, 소피아의 경지에 이른 분입니다. 그는 반야바라밀다를 보고 깊이 행한다고 합니다. 이때 반야는 지혜. 바라밀다는 피안이나 열반. 오늘날 용어로는 행복이나 인격 완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불교 수행자의 이상적 모습이죠. 이상적 지혜의 추구. 이상은 지향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결국 반야심경은 이미 깨달은 분이 우리에게 어떡하면 이상적 지혜에 도달할 수 있을지, 어떡하면 부처가 될 수 있을지를 함축적으로 알려주는 작지만 큰 텍스트입니다.


반야심경에서는 현실세계의 모든 것을 없다고 말합니다. 색깔도 없고 소리도 없고 향기도 없고 감촉도 없고 맛도 없고 법칙도 없다고 말합니다. 이를 받아들이는 감각기관인 안이비설신의(눈귀코입몸뜻)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있다는 것은 무엇이고, 없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날 모든 것은 데이터로만 존재합니다. 있는 것은 오직 데이터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아마도 서로 신뢰할 수 없기에 숫자로만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통약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반야심경에 따르면, 물질도 감각도 상념도 의지도 인식도 모두 공합니다. 공하다는 말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고정된 실체는 없다‘라는 두 가지를 포함하는 말입니다. 눈에 보이는 고정된 숫자 하나만이 유일한 진리일 수 없습니다.


우리의 공부도 반야심경의 측면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통계로 사람의 마음을 측정할 수 있을까요? 아니 애당초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있는 것일까요? 교육이란 지식을 배우는 것을 통해서 인격을 함양하는 실천적 행위입니다. 반야심경은 말합니다. 눈에 보이는 지식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격 함양에 다가갈 수 없다고 말이죠. 참고로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종교를 학문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저는 예수님도 부처님도 공자님도 편견 없이 받아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불상 그림은 유화로 2019년에 그린 그림입니다. 각원사 좌불상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관세음보살이 아니라 아미타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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