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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커 안작가 Nov 20. 2023

어린 왕자가 이름이 없는 이유

나대다 보니 나되었다


어렸을 때 '어린 왕자'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동화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 동화가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다는 것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 왕자 동화를 다시 읽게 되었다.


동화는 편지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을 어떤 어른에게 바치는 것을

어린이들이 용서해 주기 바란다.

나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건 그 어른이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친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 어른은 무엇이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

아이들을 위한 책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그 어른이 프랑스에서

춥고 배고프게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친구에게는 위로가 몹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말한 이유로도 충분치 않다면,

옛날에 지나온 어린 시절의 그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어른들도 한때는 모두 어린이였다.

(물론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헌사를 이렇게 고쳐 쓴다.”


어린 시절의 레옹 베르트에게


어린 왕자를 보면

나는 내 작품을 어른들에게 보여주고,

그림이 무섭게 느껴지는지 물었다.

어른들은 대답했다. “모자가 왜 무서워?”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게 아니었다.

코끼리를 소화시키는 보아뱀을 그린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아뱀의 속을 그렸다.

어른들은 늘 설명이 필요하다.

내 그림 2호는 이랬다.


그러자 어른들은 속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보아뱀은 그만두고,

지리, 역사, 수학, 문법 같은 것에나 관심을

두라고 충고해 주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여섯 살 때 화가라는

멋진 직업을 포기했다.

내 그림 1호와 2호가 실패하면서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도무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어른들에게 몇 번이고 설명하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귀찮은 일이다.


어린 왕자였던 베르트에도 어른들의 도움(?)으로

평범한 어른이 되었다.

그러다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 사고로

자신일지도 모르는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베르트도 이미 완벽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럼 아저씨 생각에는 꽃들이….”

“그만! 그만! 내 생각은 없어!

아까는 아무렇게나 대답한 거야.

난 지금 중요한 일로 바쁘다고!”


그는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중요한 일!”


“아저씨도 어른들처럼 말하네!”


그 말에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그가 아랑곳없이 한 마디 더했다.


“아저씨는 전부 혼동하고 있어….

다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고 있잖아!”


어린 왕자는 네 번째 행성에서 어느 사업가를 만난다.


“5억 얼마라고요?”

한 번 한 질문은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는

어린 왕자가 되물었다.

“뭐가 5억이라는 거예요?”


사업가는 조용히 일하기에는 이미 글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따금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저 작은 것들 말이다.”

“파리요?”

“아니, 반짝이는 작은 것들 말이야.”

“꿀벌이요?”

“아니, 게으름뱅이들을 공상에 잠기게 만드는

황금빛의 작은 것들 말이야.

하지만 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공상에 잠길 시간이 없어.”

“아! 별이요?”

“그래, 별들 말이야.”

“그런데 5억 개의 별로 뭘 하는 거예요?”

“5억 162만 2,731개지.

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아주 정확하지.”

“그 별들로 뭘 하는 거예요?”

“내가 하는 거?”

“네.”

“아무것도 안 해. 그 별들을 소유하는 거지.”

“그 별들을 소유한다고요?”

“그래.”

“하지만 내가 왕을 만난 적이 있는데…”

“왕은 소유하지 않아. 별들을 ‘다스리지’.

그건 전혀 다른 거야.”

“그럼 별을 소유해서 뭘 하는 거예요?”

“그걸로 부자가 되는 거지.”

“부자가 되면 뭘 하는 건데요?”

“다른 별을 살 수 있지.

누군가 다른 별을 찾아낸다면 말이야.”


‘아 사람은 그 주정뱅이 아저씨와 비슷한 얘기를 하네’


“정말 그러네요. 그럼 그걸로 뭘 해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걸 관리하지. 난 그 숫자를 세고 또 계산해.

그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난 진지한 사람이니까.”


어린 왕자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난, 목도리 하나를 갖고 있는데

목에 두르고 다닐 수 있어요.

꽃도 한 송이 있는데

그 꽃을 꺾어서 갖고 다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을 딸 수 없잖아요!”

“그래, 하지만 저금을 해둘 수는 있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건 말이지, 작은 종이에 내 별의 개수를

적어놓는 거야.

그리고 그 종이를 서랍에 넣고

자물쇠를 채워두는 거지.”

“그게 다예요?”

“그거면 돼!”


‘재미있는걸. 꽤 시적이기도 하고,

하지만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야.’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어린 왕자'를 읽다 보니

나도 어느 순간 ‘어른’이 된 게 아닌가 무서워졌다.


순수함, 자신의 것, 있는 그대로의 모습,

날 것, 잘 보이려고 하는 마음,

원초적 본능이 사라진 어른 그 자체.


어린 왕자의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넣고

보아뱀, 양, 부자, 술주정뱅이, 장미꽃, 여우 등에

자신의 꿈을 넣고 다시 ‘어린 왕자’를 읽어보며

자신의 어린 왕자를 다시 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래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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