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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커 안작가 Nov 20. 2023

걸레형은 자신을 걸레라고 생각했을까?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걸레라는 별명을 가진 형이 있었다.

나보다 1살 많은 형이었기에 학교에서 한 번이라도 마주치는 게 정상이겠지만,

학교 다니는 동안 한 번도 그 형을 본 적이 없다.

나에게는 그저 구운몽과 같은 존재였다고 할까?     


그 형의 별명이 걸레였던 이유는 학교를 마치고 나면 곧장 집으로 간다고 한다.

(나도 들은 이야기일 뿐)

그리고 교복을 입은 채로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돌입!

그 자리에서 저녁을 먹고, 

그 자리에서 밤새 게임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씻지도 않고 그대로 학교로 오는데

학교도 2교시쯤 되어야 오는 걸레형. 

그리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잠자기 시작,

걸레형은 수업 끝날 때까지 꿀잠을 잔다고 한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가서(?)


다시 교복을 입은 채로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돌입!

그 자리에서 저녁을 먹고,

그 자리에서 밤새 게임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씻지도 않고 그대로 학교로 오는데

시험 기간에도 2시쯤 되어야 온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잠자기 시작,

수업 끝날 때까지 꿀잠을 자는 게 그 형의 패턴이었다.     

그러니 내가 걸레형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0%였다.      

위에 내용을 봐서 알겠지만 걸레형의 성적으로는 

갈 수 있는 고등학교는 없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형이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학교 공부를 시작해서 전교 1등이 되었을까?

그게 아니었다.

부산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에 ‘스타크래프트’과가 생겼고

걸레형은 특별전형으로 ‘스타크래프트’로 

1등으로 그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걸레형은 아마추어를 거쳐 정식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게 된다.

자신의 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걸레형은 우리 중에서 가장 먼저 나댐으로 인해

나 됨을 찾은 사람이 되었다. 

걸레형이 가장 먼저 꿈을 이룬 사람이 되다니!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용준 캐스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전용준 캐스터는 2012년 마지막 스타리그 경기가 끝난 후 

이런 말을 남겼다.      


“2007년(실수로 2000년 7월을 저렇게 말함) 온게임넷이 개국한다고 했을 때 

당시 아이티비에서 아나운서를 하던 저를 보고 

누군가가 온게임넷 개국하는데 같이 동참해주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때 저한테 말씀한 분은 ‘언젠가는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다.

게임으로 전 세계 젊은이가 하나가 될 수 있다’라는 정신 나간 소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정신 나간 소리를 믿었습니다."     


그가 믿었던 정신 나간 소리는 

2022 제19회 항정우 아시안게임(코로나로 2023년 개최)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이 되며 현실이 되었고

직접 중계한 결승전에서 한국팀이 우승하며, 

감격에 겨워 울먹이는 말투로 이런 멘트를 남겼다.     


"처음 시작했을 때 이렇게까지 E-스포츠가 성장하리라고 꿈도 못 꿨죠.

당장 다음 대회 스폰서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정말 거듭거듭 우리 대한민국 선수단 감사합니다. 

뭐 굳이 메달을 따고 안 따고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해 준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누군가 눈에는 정신 나간 나대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누군가 눈에는 정신 집중한 나 되어가는 사람이 보일 수 있다.     

그러니, 걸레? 누군가를 함부로 평가하는 게 결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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