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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커 안작가 Nov 22. 2023

그래도 이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는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정확한 위치는 아무도 모르지만 

정확한 건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는 

그래도 학교는

그래도 학원은, 

그래도 성적은,

그래도 대학은,

이런 ‘그래도’와 함께 했다.     


20대가 되고 나니

그래도 학점은

그래도 토익은

그래도 자격증은

그래도 취업은

이런 ‘그래도’가 나를 따라다녔다.     


30대가 되고 나니

그래도 결혼은

그래도 내 집 마련은

그래도 해외여행은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남들도 다 하는데?     


나는 3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운전면허가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운전면허는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왜요?” 

“남들 다 있는데, 그래도 이 정도는 있어야 경쟁력이 있지!”     

왜 남들이 다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나’까지 그걸 가지고 있어야 하지?

남들에게 비교당하지 않기 위해? 

남들이 가진 모든 것을 내가 가지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기에?     

정말 다른 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는 걸

내가 가지고 있다고 해서 경쟁력이 생길까?

진짜 경쟁력이란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나’만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     


“글 쓰시죠?”

“그게 쉽니?”

“그러니 써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도 쓰지 않는데, 굳이 내가?”

“그러니 써야 하지 않을까요?”

“나 같은 사람의 글을 누가 읽는다고.”

“그러니 써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쓸 글이 있을까?”

“그러니 일단 써봐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이 말하는 ‘그래도’를 찾는 건 중요하지 않아.

세상에 태어난 ‘그’대로를 찾는 게 중요하지.


그래도 손가락 10개만 있어도 감사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손가락 10개에 채워야 할 ‘그래도’가 너무 많다.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은 나라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은 ‘나’라

당연히 있어야 하는 건 바로 나라고     

진짜 경쟁력 있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이 없는 게 나한테 있어야 한다.     


그래도 있어야 하는 것

자동차 -> 차종이 뭐야?

집 -> 몇 평이야? 자가야?

학교 -> 어디 나왔어?     

진짜 있어야 하는 것

책 -> 무슨 내용이야?     


그래도 여전히 면허가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차를 선물해 줄 게 아니라면, 신경 꺼주시길!

그건 내 알아서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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