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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커 안작가 Nov 23. 2023

학교생활기록부

나대다 보니 나 되었다

갑자기 어렸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졌다.

부모님이 기억하는 나, 친구들이 기억하는 내 모습도 궁금했지만

사실 기억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좋은 건 더 좋게, 나쁜 건 더 나쁘게,

실제와 다르게 드라마틱하게 각색이 되기에 

객관적인 기록을 통해 나라는 존재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가 나온 초등학교에 학교생활기록부를 확인하러 간 적이 있다.

학교 선생님들은 나를 어떻게 기록하셨을까?     


특별활동상황

1학년 – 역할분담 시 성실하게 활동함

2학년 – 교실 청소 및 자기 주변의 정리정돈을 잘함

3학년 – 열심히 참여함

4학년 – 매사에 부지런함

5학년 – 학급 회의에 잘 참여하며 요령껏 일을 처리함

        (수학경시부 – 계산이 빠르고, 정확함)

6학년 – 부반장으로서 청소지도 및 급우들을 잘 이끌어감          


행동발달상황

1학년 – 밝고 명량한 성격으로 매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나,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태도가 부족함

2학년 –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이며 항상 명랑하게 생활함

3학년 – 좀 더 차분한 태도가 필요하고 적응력이 매우 좋음

4학년 –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할 줄 안다

5학년 – 행동이 기민하며 명랑하고 친구에게 두루 잘 대하나 언행에 거침이 없음

6학년 – 활기찬 생활과 발표로 급우 간의 활력소 역할을 하며 

        통솔력도 있고 맡은 일도 잘 해냄          


종합의견

1학년 – 전 교과에 대한 이해력이 높고 밝고 명랑함

2학년 – 성격이 밝고 급우 간에 협조직임

3학년 – 즐겁고 활발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으며 많이 안정되고 있음

4학년 – 매우 적극성 있고 의욕이 많은 어린이며 재치가 있음

5학년 – 학습 의욕이 높고 수학적인 이해가 뛰어나며 

        공운동을 즐기나 언행에 거침이 없음

6학년 – 밝고 명랑 쾌활하며 발표력이 왕성하고 지도력도 뛰어남           


교과학습발달상황

1학년 – 수학의 계산력 응용력이 뛰어나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고 

        조리 있게 발표할 줄 아는 어린이며 주위의 현상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어

        상식이 풍부한 어린이임

2학년 – 수리능력이 훌륭하여 계산이 빠르고 사회생활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주위의 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음

3학년 –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고 학습 태도가 매우 좋아지고 있음

4학년 – 항상 질문을 잘하고 사고력이 풍부하며 끝까지 알려고 노력함

        학습장 정리에 좀 더 힘써야겠음

5학년 – 연산 능력 및 수학적인 이해가 뛰어나며 공운동을 대단히 즐김

6학년 – 토론 진행 방법에 대하여 알고 있고 교정 기호를 사용하여 

        글을 바르게 고쳐 쓸 수 있으며 중심 내용 파악을 잘함

        영어 수업 태도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음          


학교생활기록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선생님들의 평가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지만

한 가지만 이야기하면 똑같은 나의 모습을 보고

긍정적으로 적어준 선생님이 있었다는 것과

부정적으로 적어준 선생님이 있었다는 것!

이건 그냥 마음 편하게 취향 차이라고 생각하자.


초등학교 1~3학년 선생님 중에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준 분이 계셨다.

“너희들은 절대로 병조한테 가위바위보 이길 수 없을 거야”

가위바위보는 확률 게임인데 저게 말이 되는 소리일까?

“왜냐하면 너희들은 가위바위보 할 때 상대방의 손만 보고 있는데,

병조는 너희 눈만 쳐다보더라.”

겨우 이걸로 가위바위보 승률 100%가 될 수 있을까?

“눈을 보면서 상대가 어떤 걸 처음에 냈는지 기억해 내는 거야!”     

나도 몰랐던 나의 놀라운 재능(?)을 선생님을 통해 알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 사람은 습관적으로 1~3번째까지 가위바위보를 내는 패턴이 있다.

나는 그걸 본능(?)적으로 파악해서 상대에 맞게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던 것!


선생님께서 해 준 이 이야기는 성인이 되어서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내가 성인이 되어서 ‘나는 어떤 부분에 재능이 있을까?’를 고민할 때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내가 말을 잘하는 건 상대방 관찰하는 걸 좋아해서였어!”          


내가 기억하는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던 아이였다. 

그런데 학교생활기록부 수상 경력을 보니 

<미래과학 상상 그리기>에서 동상을 받았다는 기록이 적혀 있다.

내가 그렸던 미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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