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문 앞에서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모르게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나서 퇴근길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역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서서히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더 복잡해지기 전에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저 멀리 다가오는 불빛과 함께 잠시 정차한 전동차 안에 빼곡히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잠시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이번 역에서 우르르 내렸고, 나는 순서를 기다린 후 지하철에 올랐다.
아침에 눈을 뜨고 어딘가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지난 몇 달 동안 몸이 아파서 집에 칩거(?)하는 동안 원치 않게 무기력한 일상을 보낸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일과를 끝내고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또한 중요한 일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각자 자신의 생활 영역(boundary)에서 활동하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꼭 필요한 일이며, 평범한 일상 같지만 중요한 일인 것이다. 몇 정거장을 지나가면서 좌우를 살펴보니,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대부분 스마트 폰을 손에 들고 웹툰[webtoon]을 보거나, 카톡으로 누군가에게 부지런히 연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기도 하였고 또 어떤 사람은 눈을 감고 지친 자신에게 휴식을 주고 있는 그런 모습들이었다.
유리창 너머에는 밀려오는 어두움의 기세에 길게 꼬리를 보이며 빛을 잃어가고 있는 도시를 밝혀주는 가로등과 색색깔의 건물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집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배속에 들어앉아 요동치는 식신을 달려주려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 생각하게 되었다.
집의 출입문 앞에 서서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눌렀다.
삑삑삑~!!! 안 열려?
잘못 눌렀다고?? 아닌데...
다시 번호를 눌러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런 젠장! 잠시 당황스러웠다.
뭐드라?
순간 작년에 보았던 주말 드라마의 한 장면이 연상되었다. 내가 그 장면을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슬펐는데... 노인들과 지내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세월이 흐를수록 노인성 치매, 알츠하이머 등으로 기억이 흐려지거나 아예 잃어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 터라 그 장면이 누구보다 가슴에 와닿더라고 친한 동료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래 [한번 다녀왔습니다]라는 주말 드라마에서, 잦은 음주로 알콜성 치매 증상을 보이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술 사러 마트에 갔다가 귀가하면서 나처럼 빌라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해서 아연실색하는 그런 장면이 있었다.
출입문! 내가 주인인데, 지금 네가 나를 거부하는구나.
열려라 참깨! Open, sesame!"
출입문 앞에서 로비폰과 씨름을 하다가 뒤통수가 따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앞마당을 비추는 CCTV가 마치 "니 누구세요?"라고 하는 것 같아 나는 얼른 휴대폰 메모장에 저장해둔 번호를 찾아보는 찬스를 써야만 했다.
집으로 무사히 들어오기는 했지만, "무시라, 무시라 (경상도 사투리 : 맙소사, 맙소사, oh my god!)"를 연발하며, 방금 내게 생긴 이 일이 너무나 당혹스럽고 놀라워서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잠깐, 며칠 전에는 사무실 키 앞에서 집 번호를 눌렀던 기억이 훅~ 하고 떠 올랐다.
'내가?'
그래도 당황스러운 순간이 지나가고 나니 어디서 꼬였는지 기억이 나기는 하였다. 이건 '건망증'이지 '치매 증상'은 아닌 게야 하며, 나 스스로에게 '정신을 차려야지!' 하면서, 머리를 양 손가락으로 쿡쿡쿡 치며 자극을 주었다.
뇌의 기능과 나이는, 인간의 나이와는 상관없다고 TV의 <의학정보> 채널에서 어느 전문가가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뇌의 사용량이 많을수록 뇌의 기능도 활발해지며, 단지 나이가 들수록 사용을 덜 할 뿐이라고 하였다. 결론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뇌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참 다행이다.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자료를 찾다가 보니 호주 국립대학(ANU)의 헬렌 크리스텐센 교수가 뇌의 기능이 나이에 영향을 받는다는 종래의 관념이 잘못된 것이라 말하는 내용이 있었다.
뇌의 수축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많아 정확한 규명은 어렵지만 평균적으로 64세 노인의 뇌는 60세의 노인의 것보다 조금 작다고 한다. 하지만 뇌가 작아졌다고 해서 뇌의 인지 능력에는 차이가 없었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교육이 두뇌의 노화를 막는 보호 장치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많은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다음 백과 과학향기 내용 참고)]
산제이 굽타(의학박사이자, CNN 의학 전문 기자, 현재 에모리 의과 대학의 신경외과 부교수, 그래디 메모리얼 병원의 신경외과 과장)라는 사람이 서술한 책이 최근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지 검색이 되었다.
[인터넷 검색 내용] 참고로 저는 책장수가 아닙니다.
뇌는 특정 시기까지만 발달하고 이후로는 쇠퇴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하지만 평생 뇌 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거나, 나이 먹으면 뇌도 같이 늙는다는 말은 더 이상 ‘팩트’가 아닌 것이라는 내용인 것 같다. 이 책을 찾아서 한번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공공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나의 뇌 건강을 지키고 중요한 기억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였다.
인간의 신체가 정교하고 섬세한 기계와도 같다는 말에 동의를 한다. 인간이 출생부터 귀천하는 그날까지 살아가면서 받아들이는 수많은 정보와 기억들을 모두 <뇌의 저장소>에 보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인간은 살아가면서, 불필요한 기억은 삭제하고, 필요한 부분만 기억의 저장소에 보관하게 된다고 배웠다.
컴퓨터의 용량에 비해 보관하는 양이 많아지면, 버퍼링이 생기고 컴퓨터의 부팅 속도가 느려지는 것처럼...
컴퓨터의 메모리 기능과 같이 이용량이 많아질수록 저장소의 크기도 커져야 하는 것처럼, 인간의 신체기능 중 뇌의 기능도 컴퓨터의 기능처럼 사용할수록 점점 정밀하게 발전하고 확장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킵 샤프(KEEP SHARP) 목차]
책의 저자는, 기억력 쇠퇴가 필연적인 노화 증상이 아니라고 하였다. 뇌는 나이나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평생 꾸준히 지속적으로 향상 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의학과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해, 생명이 연장되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 중이며 100세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60 또는 65세에 정년퇴직을 하지만, 남은 여생의 시간이 많은 젊은 노인이 될 확률도 높다는 것일 게다. 이왕 오래 살게 될 거라면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면 좋지 않을까?
책-킵 샤프(KEEP SHARP) 중 뇌에서부터 시작되는 건강 단락을 읽다 보니, 뇌는 다른 신체 기관과 달리 뼛속에 갇혀 있고 수수께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우리의 존재를 만든다고 하였다. 그리고 우리를 존재하게 하고 삶의 질을 결정짓게 하는 것에 '건강한 뇌' 없이는 어렵다고도 하였다.
수년 전, 어르신들과 함께 할 때의 일이다. 세월에 흐름 안에서 점점 쇠약해지고 건강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삼한 사온(三寒四溫)의 날씨 변화처럼 3일은 온전한 정신을 하시다가 4일째 들어서는 날에는 눈빛이 변하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며 '참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고 깊은 한숨을 쉬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뇌 건강]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자료도 찾아보고 강사를 섭외하여 교육을 들었던 적도 있었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난 시간 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세월 앞에 무기력하게 승복하지 않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찾아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 무언가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나의 존재감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건강하고 주도적으로 계획하기 위해 뇌 건강은 꼭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