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은비'

빛나는 눈동자

by 마들렌

고양이가 운다.

와옹 와옹~

어느 날부턴가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왜?

뭐가 필요해?

못마땅한 게 도대체 뭐꼬?

하며 묻다가 버럭 "와!" 하고부터는 고양이는 와옹~와옹하면서 울기 시작했던 것 같다.

뭐지??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나?


[와옹~ 와옹~ ]


지난번에 동물농장에서 보았던 "야아~ "하면서 짓는(?) 댕댕이가 문득 떠 올랐다.

설마~ 우리 집 고양이는 경상도 표준어를 쓰는 주인의 말투를 따라 하나 싶었다. ㅋㅋㅋ




동물보호소에서 데리고 와서 두 달여 동안 동물병원에 열심히 들락거렸다.

예방 접종하려고 갔다가, 길고양이라고 했더니, 의사 왈, 먼저 잘 먹고 잘 싸는지 보자고 하셨다. 1주일에 두 번이나 진드기를 떼러 갔었다. 첫 번째 진드기는 잘 제거했지만, 두 번째 놈은 깊숙이 박혀 있어서 떼내다가 부러져서(!) 한동안 아이의 한쪽 겨드랑이에 뭔가가 만져지기도 하였다.

3번에 걸쳐 예방접종과 혼합백신을 맞고, 한 달에 한 번씩 [사상충 외 내외부 기생충 예방] 약도 바르러 갔다. 한 번은 감기에 걸려서 집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던 적도 있었다.


직장 동료 중에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베테랑 집사에게서 간혹 길고양이 중에는 환경이 바뀌면 감기에 걸리는 아이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두 달 만에 중성화 수술을 하면서 더욱 마음을 졸이게 되었다.

예약을 하면서 아침 일찍 데려다 놓고, 오후에 데리러 오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반나절 정도는 '자유다!'라고 쾌재를 부르면서 좋아라 했었다. 막상 당일에는 홀가분하게 차 한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수술이라고, 아침 일찍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놓고는 나도 모르게 자꾸 시계에 눈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따라 시간도 참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다.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병원에 갔더니, 이름을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

처음이었다. 이런 일이...


아파서 그렇겠지, 마취가 덜 풀려서 그렇겠지...

집에 와서 넥 카라를 벗으려고 온몸을 꽈배기처럼 뒤틀며 펄쩍펄쩍 뛰는 모습을 보니...

그러다가 체념하듯 털썩 주저 않더니, 눈도 안 마주쳤다.

"너 삐졌니? 엄마가 하루 종일 병원에 너 혼자 남겨두고 가서 그래?"

순하디 순한 아이가 이런 냉~한 모습을 보인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한동안은 예의 주시하였다.


수술 예약을 하고 날짜가 다가올 때, 나는 너한테 분명히 몇 번이나 이야기해 주었는데, 네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날 아침은 평상시보다 병원 가기 전에 차 안에서 많이 종알거리면서 울었다. 마치 가기 싫고 무서운 것을 아는 것처럼...

집사에게 와서 묘생에서 큰 경험을 하나씩 하나씩 치르고 있는 것인 셈이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너의 건강을 위해서 그렇게 한 거란 걸 알게 될 거야. 슬기로운 집고양이로 살아가야 되지 않겠니?


사실 중성화 수술에 대한 의견이 인터넷에 많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은, 생식기와 관련한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고 무분별한 번식으로 인한 유기묘의 증가를 방지하기 위하여 고양이의 생식 기능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암컷의 경우 난소와 자궁을 제거하여 자궁 축농증, 유방암, 난소 종양 등의 생식기 질환을 예방하고 발정기의 콜링이 사라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컷의 경우는 고환을 제거하는데 전립선 질환과 고환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공격성, 마킹 행위 등이 사라진다(다음 백과사전)고 하였다.


사람과 함께 집고양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를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들을 하고 있다.



3일 정도 지나자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1주일이 지나서 실밥을 제거한 후, 넥 카라를 풀어주라고 하는 시간 즈음에 풀어주었더니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중성화 수술 3일째]


"자유야, 이제. 드디어 자유를 찾은 거야!"

하자 제대로 알아챈 듯 우다다를 하면서 이방 저 방을 순회공연하듯 쫓아다녔다.


수술을 하고 나니, 전보다 제법 차분해지고 조용해진 것 같았다. 덜 치근대고, 졸졸졸 따라다니는 행동도 줄어든 것 같았고, 무엇보다 야밤에 울어대거나 우다다를 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 같았다.

우아하게 캣워크로 내게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작은 호랑이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물보호소의 작고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처음 이 아이를 만났을 때는...

작은 철창 안에 가만히 엎드리고 있었다. 내가 그 앞에 서서 "이 아이네요."라고 말을 하자마자, 갑자기 눈빛을 반짝이며 야옹~야옹~ 울기 시작하였는데...


저예요. 제가 여기 있어요. 나를 데려가세요!

하는 것처럼 나를 잡으려고 철장 사이로 앞발을 휘젓으며 안간힘을 쓰기도 하였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석 달여가 흘렀다.

너에게는 더 넓은 공간에서 활보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위하여 방 하나에 울타리 하나를 세우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침실의 울타리 너머로 글을 쓰면서 이 아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식탁에도 올라가고, 싱크대 위에도 올라가더니, 오늘은 전자레인지 선반 위에서 내가 무엇을 하는지 살피면서 저지레를 하고 있다.


처음에 이 집에 왔을 때의 누르끼리하고 이리저리 엉킨 털은 제법 묵은 때를 벗었고, 이제는 차르르 윤기를 띄기 시작하였다. 아이가 안정되고, 커가는 모습을 남기기 위해 찍기 시작한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아~ 이런 것이 사람의 손길이 가고 안 가고의 차이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집에 온 첫날 목욕한 후의 모습]


[뽀샵하지 않은 사진--> 3개월 뒤의 늠름한 모습]




고양이를 보고 있으니, 새삼스레 지나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오래전에 중증장애인 생활시설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9살 정도 된 뇌병변 장애를 가진 여자아이가 입소하여 내가 담당하는 생활실로 오게 되었다. 작은 여자 아이는 사시가 조금 있었고, 엉덩이 한쪽이 살짝 빠져서 조금은 뒤틀린 모양새를 하며 걸었다. 차가운 날씨에 볼은 발갛고 갈라져 있었고, 한눈에 봐도 촌티가 좔좔 흐르는 그런 모습이었다.


사례회의에 참석하여 내가 알게 된 내용은, 아버지란 사람이 아이가 9개월 만에 태어났다고 지 새끼가 아니라고 하면서 호적에 올리기를 거부하자 친모는 아이를 두고 가출을 해 버렸다고 하였다. 그래서 한동안 조모(아이 친부의 생모)의 호적에 올려서 아이를 키웠다는 것이었다. 취학할 나이가 다가오고, 조모가 고령으로 건강상태가 나빠지게 되자,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 되었던 터라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장애인 시설에 보내지게 된 것이었다.


아이를 인계받아서 방으로 돌아올 때, 아이는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먼저 내손을 꼬옥 잡았다. 나는 그런 아이가 측은하여 머리를 쓰다듬어주려고 손을 올렸는데, 손에 느껴졌던 그 텁텁하고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시골에서 연세가 많으신 꼬부랑 할머니 혼자서 어린아이를 키워야 했으니, 여러 가지로 아쉽고 부족한 점이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우스개 소리를 쪼금 보탠다면, 우리 팀원들은 2박 3일 동안 인수인계를 거듭하면서 아이를 씻겼다. 꼬질꼬질한 땟물이 계속해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ㅎㅎㅎ...

아이는 여러 명의 개성 넘치는 선생님(사회복지사)들의 손길을 거치면서 날마다 변신을 거듭하게 되었다. 아이는 일상생활 안에서 기본이 되는 신변처리방법을 학습하였고, 물리치료를 통해서 틀어진 체형을 바로 잡아 나가게 되었다. (그 후에는 사시교정 수술도 받게 되었다.)


매일매일 다른 스타일로 머리를 치장하게 되면서, 아이는 머지않아 기관 내에서 스타로 등극(?) 하게 되었다. 할머니 스타일이 아닌 젊은 엄마들의 취향이 묻어나는 스타일의 의복도 갖춰 입게 되면서 아이의 모습은 날로 세련되어졌다.

하는 짓도 순하고 착해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게 되니... 아이의 모습은 누군가의 말처럼,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처럼" 변모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느 날, 아이가 보고 싶어 찾아온 할머니와 고모들은 아이의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던 것이다!

촌티 펄펄 날리던 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고, 복숭아빛 발그레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고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여쁜 눈동자, 반짝이는 오드아이- 울소리만 들리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에너자이저]


근무할 때는 클라이언트와 사회복지사로 만났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그들을 섬겼다. 몸은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그들과 함께한 추억들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큰 보물이 되었다.

그 추억들은 내가 현장에서 일할 때,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었고, 기쁨과 자부심이 되었다.



그런 경험과 그런 마음으로 이 아이를 키워보려고 한다.

내가 몇 점짜리 집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 만났을 때 갈비뼈가 두드러져 보이는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츄르가 처음 아이의 입에 닿았을 때, 그 눈에서 별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마치도 "세상에~ 이런 맛은 처음이야!" 하는 것처럼...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내가 주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이 아이가 평화롭고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된다면, 나 역시도 이 아이의 빛나는 눈동자를 통해서 기쁨과 평화 그리고 따뜻한 위안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아이가 내 옆에서 오래도록 평안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은비야!

하고 부르면, 지 이름인 줄 알고 돌아본다. 고양이 이름을 은비라고 지었다.


#오드아이 눈동자 #반짝이는 눈동자 #사랑스러운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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